생체실험 오마주? 아베 '731 사진' 새삼 조명
생체실험 오마주? 아베 '731 사진' 새삼 조명
  • 강지희
  • 승인 2019.07.18 20:20
  • 조회수 838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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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게재한 광고. 출처: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지난 2013년 12월경,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에 일본 아베 신조 총리를 비판하는 광고를 게재했습니다. 영문으로 '알고 있습니까?'라는 제목이 붙은 이 광고에는 아베 총리가 숫자 '731'이 적힌 T-4 훈련기 조종석에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 사진이 실렸습니다. 또한 '731부대는 화학전과 세균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생체 실험을 하기 위해 중국 하얼빈에 설립된 일본 군부대'라는 설명을 실었습니다.

 

아베 총리가 저 사진을 찍은 건 2013년 5월 12일 일본 미야기현 히가시마쓰시마의 항공자위대 기지를 방문했을 때입니다. 이 자리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옛 일본군의 세균부대 이름를 연상시키는 숫자 '731'이 찍힌 훈련기에 탑승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것인데요. 전문가들은 정상급 인사의 군부대 방문에서 이 정도 수준의 사진이 나오기까지 아베 총리와 의전 담당 라인 간의 치밀한 계산이 선행됐을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아베 총리의 우경화 행보는 수출 보복 조치로 한국에 부당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헌법을 수정해 전쟁 가능 국가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데요. 한국에 대한 수출 보복 조치까지 단행하면서 아베 총리의 우익적 공개 행보의 신호탄격인 이른바 '731 훈련기 사진'이 새삼 조명받고 있습니다.

 

생물 병기 실험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와 일본군들은 엄청난 악명을 떨쳤습니다. 독일 나치는 순수한 아리아인을 생산하겠단 목적으로 유태인들을 학살했는데요. 일본군은 1932~1945년 만주 하얼빈 일대에 주둔하며 한국·중국·러시아인 등 전쟁포로를 해부하거나 냉동시켜 생체 실험을 자행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세균전이 목적인 731 부대였으며, 731에서는 31종류의 잔혹한 인체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하얼빈에 있는 731 박물관. 출처: Wikimedia Commons
하얼빈에 있는 731부대 박물관. 출처: Wikimedia Commons

731 부대는 사람에게 각종 세균을 주사하거나 만두에 섞어 먹여 그 독성을 시험했습니다. 특히 페스트 균을 이용한 실험을 많이 했는데요. 731 부대는 페스트 균에 감염된 벼룩을 특수 용기에 담아 투하하는 실험을 여러 번 감행했으며 그 결과 해당 지역에 페스트가 유행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731 부대는 탄저균, 뇌막염균, 콜레라균 등의 병균을 포로들에게 주사했습니다. 중국 남부 민간인 마을 등에서는 세균을 살포해 최소 25만 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또한 세균 마스크를 씌운 사람과 안 씌운 사람들을 말뚝에 세운 다음 청산가스를 뿌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극한 환경 실험

하얼빈 박물관 내부에 전시된 인체 실험 장면. 출처: flickr
하얼빈 731 부대 박물관 내부에 전시된 인체 실험 장면. 출처: flickr

731 부대는 진공, 기아, 화학가스, 화력, 냉동 등 극한 상황에 따라 인체의 반응과 생존력을 알아보는 실험도 했습니다. 영하 50도의 방을 만들어 사람을 집어넣고 얼마나 버티는가 알아보는 겁니다. 실험 대상자들은 죽을 때까지 방치됐습니다. 한겨울 이른 아침에 실험 대상자에게 젖은 장갑과 양말을 신긴 뒤 손발을 일부러 얼려보기도 했습니다.

 

화학 가스를 살포하는 실험도 자행됐습니다. 미란성 가스의 효능을 알아보는 실험을 했는데요. 16명을 각각 다른 조건에 배치한 뒤 3개의 지역에서 미란성 가스 탄약을 1만 발 날리고 인체실험 대상자의 신체 영향을 상세하게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혈액을 이용한 실험도 있었습니다. 고속 원심분리기에서 사람의 피를 빼내는 착혈 실험과 인간과 말의 피를 서로 교환해보는 인마혈 실험까지 했습니다. 수술, 지혈, 수혈 등에 대해 연구하는 야외 실습에서 중국인들이 대거 희생됐습니다. 실험이 끝나면 731 부대는 실험한 중국인들을 생체 해부로 살해하거나 총살했습니다.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1945년 독일과 일본은 전쟁에서 패망했습니다. 하지만 악명 높은 이시이 시로를 포함한 731 부대의 간부들은 이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미국 때문인데요. 미국 내 연구소는 인체 실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731 부대가 자행한 인체 실험 데이터를 받고 그 주범들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합니다. 1945년 10월, 미 육군의 생물전연구 기관 소속 샌더스 중령이 731부대장의 오른팔이었던 대령과 곤충학자인 소령 등 3명을 신문한 기록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이것은 일본인 과학자들이 수백만 달러의 비용과 오랜 세월을 거쳐 얻은 자료다. 이런 정보를 우리 쪽 연구소에서는 얻을 수 없다. 인체실험은 양심의 가책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자료를 총액 25만엔 정도로 얻었다. 연구에 투입된 비용을 따져보면 이는 미미한 금액이 될 것이다. 스스로 이런 정보를 제공한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1947년 12월 12일 최종 보고서-

 

뿐만 아니라 미국은 나중에 생체 실험을 주도한 주범들에게 월급을 주면서 일자리도 제공했습니다. 이에 1995년 미 언론 <뉴욕타임스>는 그 당시의 미국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731 부대의 과학자들은 일본 의학계로부터 학문적 성과를 인정 받는 등 지금도 정계와 의학계에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합니다.

 

##참고자료##

 

  • 전쟁과의료윤리검증추진회 및 스즈키 아키라 <731 부대와 의사들>
  • 강준만 <미국사 산책 7 - 뜨거운 전쟁과 차가운 전쟁>
  • 신규환 <질병의 사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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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2019-07-19 23:42:40
미국만 아니었으면 한국과 일본은 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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