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보균 벼룩을 원숭이 다리에 접촉시켰다
페스트 보균 벼룩을 원숭이 다리에 접촉시켰다
  • 강지희
  • 승인 2019.07.23 22:25
  • 조회수 1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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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병 의사 이미지. 출처: pixabay
흑사병 의사 이미지. 출처: pixabay

페스트균은 흑사병을 일으킨 주균입니다. 흑사병은 14세기 지중해 연안, 프랑스, 독일, 영국, 북유럽으로 확산해 4년 만에 유럽 인구 1/3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흑사병은 벼룩을 매개로 해 쥐에서 사람으로 옮는 경우가 많은데요.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의 피를 빤 벼룩이 사람을 물면 흑사병이 발병하는 것이죠.

 

한 과학자는 개벼룩인 Ctenocephalus canis Curtis가 페스트균의 매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개벼룩이 페스트균을 매개할 수 있는지 알기 위해 실험을 했는데요. 이 과학자의 이름은 히라사와 마사요시(平澤 正欣)입니다. 히라사와 마사요시는 교토대학 의학부를 졸업했으며 쇼와 20년(1945년) 5월에 <개벼룩을 통한 페스트 매개 가능성>이란 제목으로 이 실험을 다룬 논문을 발표해 1945년 9월에 박사학위를 수여받았습니다. 

 

치밀한 준비 작업

개벼룩. 출처: University of Florida
개벼룩 Ctenocephalus canis Curtis. 출처: University of Florida

히라사와는 개벼룩과 페스트균을 준비해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히라사와는 개벼룩 성충 500마리를 준비했는데요. 히라사와는 페스트균만을 감염시키기 위해 모든 개벼룩들에 소독 및 멸균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히라사와는 페스트균들을 37도의 온도에 pH 7.2 한천에서 24시간 배양시켰습니다. 그 다음 히라사와는 쥐들의 서혜부(아랫배와 접한 넓적다리의 주변)에 페스트균을 주사해 감염시켰습니다. 70시간 후 쥐들이 흑사병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자 히라사와는 쥐들이 있는 공간에 벼룩을 풀고 벼룩이 쥐를 흡혈하게 해 페스트균을 가진 벼룩을 만들었습니다.

 

페스트균을 가진 벼룩들을 선별한 후 히라사와는 페스트균 벼룩들을 원숭이들과 접촉시켰습니다. 원숭이의 넓적다리에 벼룩이 달라붙게 해 물리게 했는데요. 히라사와는 원숭이를 3마리씩 세 가지 실험군에 배정했습니다. 첫 번째 실험군 원숭이들에는 한 마리당 벼룩 1마리, 두 번째 실험군에는 한 마리당 벼룩 5마리, 세 번째 원숭이들에는 한 마리당 10마리의 벼룩을 접촉시켰습니다.

 

'페스트 벼룩' 많을수록 더 감염돼

 

그 결과 벼룩 1마리를 붙인 원숭이들은 페스트균에 전혀 감염되지 않았습니다. 5마리씩 투입한 실험군에는 3마리 중 1마리(33%)의 원숭이가 페스트균에 감염됐습니다. 10마리를 넣은 실험군에서는 3마리 중 2마리(66%)의 원숭이가 페스트균에 감염됐습니다.

 

히라사와는 페스트균에 감염된 원숭이의 증상을 관찰했습니다. 원숭이는 페스트균을 가진 개벼룩에 물린지 6~8일이 됐을 때 흑사병에 걸린 사람들처럼 두통, 고열, 식욕부진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원숭이는 또한 눈 결막이 충혈됐으며 림프선에서는 종창과 압통 증상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여기서 종창이란 염증이나 종양 등으로 몸이 붓는 증상을 말하며 압통이란 압박 때문에 느끼는 아픔을 말합니다.

페스트에 감염된 원숭이의 체온 변화.
페스트에 감염된 원숭이의 체온 변화 그래프. 세로축은 체온, 가로축은 경과를 가리킨다. 출처: 平澤(1940)  

10마리의 벼룩에 물려 페스트균에 감염된 원숭이 중 한 마리는 39도 이상의 고열이 5일 동안 지속됐으며 흑사병 증상이 발병한지 6일째(벼룩에는 물린지 13일째) 되는 날 사망했다고 합니다. 히라사와는 이 실험을 토대로 개벼룩이 페스트균을 매개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731 부대

실험을 하고 있는 731부대의 의사. 출처: 유튜브/The Front
실험을 하고 있는 731부대의 의사. 출처: 유튜브/The Front

실험을 진행한 히라사와 마사요시는 731 부대의 군의관 소좌였으며 1945년 6월에 사망했습니다. 731 부대는 세균 무기를 포함한 생화학 무기를 만들기 위해 중국 하얼빈에서 활동한 부대입니다. 731 부대는 전쟁 포로를 포함해 조선인, 중국인,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잔인한 생체 실험을 자행했습니다.

 

731 부대는 특히 페스트균을 이용한 실험을 많이 했습니다. 731부대는 가장 유효한 생물 병기로 '페스트탄'을 만들었는데요. 페스트탄은 균 자체를 뿌리는 것이 아니라 매개 동물인 벼룩을 페스트균으로 감염시켜 완충물이나 도자기 폭탄에 넣어 뿌렸다고 합니다.

 

2018년 일본에서 히라사와의 실험이 원숭이 실험이 아닌 인체 실험이라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원숭이가 두통을 호소했다' 같은 표현을 들어 원숭이가 두통을 호소했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 제기였습니다. 사람이 아닌 이상 말이 안 된다는 건데요. 가쓰오 의대 니시야마 명예 교수는 해당 논문에 대해 "실험에서 이용된 실험 동물이 인간이었다는 의혹이 강하다"며 "인체 실험이 사실이라면 논문은 날조된 것이며 비인도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교토대학은 히라사와의 논문 검증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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