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리도마이드 사건과 뜻밖의 재평가
탈리도마이드 사건과 뜻밖의 재평가
  • 강지희
  • 승인 2019.08.04 16:35
  • 조회수 2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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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으로 태어난 아이. 출처: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으로 태어난 아이. 출처: Helix Magazine - Northwestern University 

1960년대 초반, 팔다리가 없는 아기들이 태어났습니다. 전 세계 46개국에서 약 1만 여명에 달하는 아기들이 사지 기형으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원인은 바로 산모들이 임신 기간 동안 먹은 '탈리도마이드' 때문이었습니다.  


탈리도마이드 사건

탈리도마이드. 출처: Wikimedia Commons
탈리도마이드. 출처: Wikimedia Commons

1953년 독일 제약회사 그루넨탈이 임신부의 구토 억제제 및 수면제로 개발한 약물입니다. 탈리도마이드의 화학명은 N-프타릴글루탐산 아미드입니다. 탈리도마이드는 1957년 서독에서는 '콘테르간', 1958년 일본에서는 '이소민'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됐습니다. 탈리도마이드는 최면 효과는 약했지만 독성이 적어서 임신부들이 입덧을 막는 용도로 사용했고 위장약에도 넣어 처방됐습니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 의학 전문가들은 임산부의 태반이 성장하고 있는 태아를 해롭게 하는 외부 물질을 완벽하게 차단한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1961년 임신 초기의 임신부가 탈리도마이드를 계속 복용하면 사지가 불완전한 형태를 띠는 해표지증(바다표범손발증)의 기형아를 출산할 가능성과 그 증가 원인에 대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논문이 발표된지 6일 후 '콘테르간'의 제조 및 판매가 중지되고 이어 벨기에, 네덜란드, 영국 등에서도 같은 조치를 취했습니다.

 

자궁 속에서 탈리도마이드에 노출된 아이들 가운데 기형이 아닌 사지를 가지고 태어난 아기들도 심장 같은 내부 장기에 기형이 생기거나 뇌 손상, 시력 또는 청력 상실, 자폐증, 뇌전증(간질)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혀 문제가 없는 아이들도 있었는데요. 이는 탈리도마이드의 양이 아닌 복용 시기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사지에 기형이 생긴 아기들의 산모들은 임신 중에 탈리도마이드 알약 한두 알만 복용했지만 복용한 시기가 아기들의 팔다리가 생성되는 임신 5주~8주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죠.

탈리도마이드 부작용으로 인한 기형. 출처: Wikimedia Commons
탈리도마이드 부작용으로 인한 기형. 출처: Wikimedia Commons

일본에서도 탈리도마이드 복용으로 인한 기형아 출생이 사회 문제로 대두됐습니다. 1962년 5월 제약회사 그루넨탈은 탈리도마이드를 자진 출하 정지했으며 9월에 제품 회수와 판매 정지 조치했습니다. 1963년 6월 그루넨탈은 피해자로부터 최초로 제소됐습니다. 오랫동안 해결을 보지 못하다가 1974년 10월 국가와 제약회사가 배상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탈리도마이드 사건은 의학 전문가들의 반면교사가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사전에 충분한 안전성 연구 없이 시판되는 신약이 어떤 치명적인 결과를 일으킬 수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미국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1962년 '키호버-해리스 수정약사법'을 통과시켰는데요. 미국은 이 법에서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시험의 필요성과 피험자의 자발적인 동의와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뜻밖의 재평가

연구팀은 환자의 암조직뿐만 아니라 생쥐 등 동물실험에도 성공했습니다. 출처:fotolia
탈리도마이드는 암 치료에서 재평가를 받았다. 출처: fotolia

탈리도마이드는 다른 의학 분야에서 재평가를 받았습니다. 탈리도마이드는 '한센병'에 효과가 있었는데요. 1969년 과학자들은 FDA의 허가를 받고 22명의 한센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연구진은 환자들에게 탈리도마이드를 복용시키고 변화를 관찰했는데요. 실험 결과 발열과 피부 병변과 같은 급성 증상들이 감소했으며 한센병 환자들의 상태도 나아졌다고 합니다.

 

탈리도마이드는 암세포 억제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특히 다발성골수종에 효과가 있는데요. 다발성골수종은 혈약종양 중 하나로 신부전, 빈혈, 감염, 신경학적 증상과 고칼슘혈증 등의 다양한 임상 증상을 보입니다. 탈리도마이드는 다발성골수종에 단독 요법으로 사용되면 30%의 치료율을 보일 수 있고 항염증제로 이용되는 덱사메타손(dexamethasone)과 병합해 사용되면 치료율이 50~55%로 향상할 수 있습니다. FDA는 1975년 탈리도마이드를 사지의 피부 병변을 가진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승인했습니다. 2006년 8월에는 탈리도마이드를 다발성골수종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승인했습니다.

 

섣불리 사용하지 말 것 

 

탈리도마이드는 장기간 지속적으로 투여하면 심부 정맥 혈전증이나 말초 신경병증과 같은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는 탈리도마이드의 오용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2005~2010년 브라질에서는 약 200명의 아이들이 탈리도마이드 오용으로 장애를 가진 채 태어났습니다. 세계보건기구(WTO)는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탈리도마이드 사용을 권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 D. 린드세이 벅슨 <환경호르몬의 반격>
  • 권복규 <생명 윤리와 법>
  • 박계순, 이한준 <뉴 패러다임 보건학>
  • 김성훈 <생명과 약의 연결고리>
  • 오카타 토킨토 <새포사회 CELL>
  • 정성훈, et al. "다발성골수종 환자의 일차 치료제로서 탈리도마이드병합요법의 임상적 효능." Korean J Hematol 41.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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