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는 가능해도 식물은 감정 못 느껴"
"문어는 가능해도 식물은 감정 못 느껴"
  • 강지희
  • 승인 2019.08.22 20:10
  • 조회수 3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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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재밌는 댓글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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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과학자> 페이스북에 지난 13일 '사람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음모론이 무엇이냐'는 물음이 게시됐습니다. 여러 유사 과학에 대한 성토와 음모론에 대한 의혹 제기 등이 이어졌는데요. 22일 오후 19시 50분 기준 총 309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눈에 띄는 음모론 중 하나는 바로 '식물은 좋은 말을 들으면 잘 자라고 나쁜 말을 들으면 잘 안 자란다'였습니다. 이 부분을 조금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사람과 반려동물 같은 일부 동물의 뇌는 사람의 나쁜 말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람 특히 어린 아이의 경우 언어폭력이 포함된 학대나 따돌림을 받으면 뇌의 일부 영역이 작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합니다. 반려견조차 주인의 스트레스에 영향을 받아 주인과 유사한 수치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해드리기도 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식물에게도 감정과 의식이 있기 때문에 나쁜 말을 들으면 사람이나 일부 동물과 같이 생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2006년부터는 '식물신경생물학'이라는 학문이 나타났는데요. 식물신경생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식물이 의식, 감정, 인지, 의도, 고통이 있기 때문에 동물과 정신적 특징을 많이 공유한다고 주장하는데요.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크루즈 캠퍼스의 세포생물학자 겸 식물학자 링컨 타이즈(Lincoln Taiz)는 "그런 거 없다"고 말했습니다. 타이즈는 "식물과 동물은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식물에는 동물의 두뇌가 갖고 있는 복잡성과 비교할 수 있는 특징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타이즈의 연구진은 <Cell>에 게재한 논문에서 왜 식물이 의식과 감정을 가질 수 없는지 톺아봤습니다.

 

신경계부터 차이난다

 

타이즈는 2016년 워싱턴 주립대학교의 진화생물학자 Jon Mallatt와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의 신경과학자 Todd Feinberg의 연구를 언급했습니다. 이 두 과학자는 신경생리학, 행동과학, 해부학, 진화학 문헌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동물의 의식이 어디서 기인했는지의 기준을 도출했는데요. 연구 결과 Mallatt와 Feinberg는 의식을 가질 수 있는 뇌 구조를 만족시키는 동물들은 사람을 포함한 척추동물, 곤충을 포함한 절지동물, 그리고 문어를 포함한 두족류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문어가 의식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좀 놀랐다. 출처: pixabay
문어가 의식 가질 수 있다는 건 좀 놀랐다. 출처: pixabay

타이즈는 "Mallatt와 Feinberg는 척추동물, 절지동물, 두족류 만이 의식을 갖는 임계 뇌 구조를 가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동물 중에서도 의식을 갖지 않는 동물들이 있으며 이는 뇌와 뉴런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식물이 의식을 갖지 않는다는 것에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모사는 건드리면 잎이 오므라드는 특징이 있다. 출처: pixabay
미모사는 건드리면 잎을 오므리는 특징이 있다. 출처: pixabay

식물이 전기신호와 같은 자극을 받아 반응한다는 이유를 들어 식물에도 의식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식물의 전기신호와 동물의 신경계가 유사하다고 주장하는데요. 주장하는 예시로는 '미모사'가 있습니다. 미모사는 자극을 받으면 방어 작용을 하듯 잎을 오므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READ MORE : 건드리면 잎을 오므리는 식물?!

식물은 두 가지 방법으로 전기신호를 사용합니다. 세포막을 통해 Na+ 또는 K+와 같은 분자들의 분포를 조절하거나 유기체를 이용해 장거리 신호를 보내는 것인데요. 첫째 방식의 예시로는 이온의 움직임으로 인해 세포 밖으로 물이 이동해 식물의 모양이 바뀌는 현상입니다. 둘째 방식은 잎 하나가 벌레에게 물린다면 멀리 있는 잎이 벌레에 물리지 않기 위해 방어작용을 하는 사례입니다. 

 

두 가지 양상 모두 식물이 의식이 있어 자극에 반응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이즈의 연구진은 "의식을 갖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반응이 유전자에서 암호화됐으며 자연선택을 통해 세밀하게 조정돼 왔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화도 다르다

 

타이즈의 연구진은 "식물과 동물은 매우 다른 방식으로 진화했다"며 식물이 의식을 가질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타이즈는 "동물의 정교한 뇌는 유기체가 먹이를 사냥하고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고 말하는데요. 반면, 식물은 땅에 뿌리를 박고 에너지를 위해 햇빛에 의존하며 포식자를 능가할 필요나 빠른 사고를 할 필요 없이 정착해 삽니다. 때문에 식물은 이런 생활이 가능하게 하는 신경계통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타이즈는 "이런 생활을 하는 식물에 의식이 무슨 필요와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의식과 감정을 갖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들 것이며 의식과 감정은 식물에게도 이점이 거의 없다는 설명입니다. 타이즈는 "만약 식물이 위협에 직면했을 때 인간처럼 의식을 하고 고통받는다면 너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해야 하기 때문에 식물은 그 위협에 대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슬픈 다큐멘터리가 무시무시한 호러영화가 될 지도. 출처: pixabay
슬픈 다큐멘터리가 무시무시한 호러 영화가 될 지도. 출처: pixabay

산불이 난다고 상상해보죠. 타이즈는 "산불 때문에 수 많은 식물들이 잿더미가 될 때 이런 사실을 의식하는 지각력이 있다면 그 앞에서 자신의 묘목들이 죽어갈 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B급 공포영화를 연상케 하는 이 시나리오는 '식물이 실제로 의식을 갖는 데 드는 비용이 얼마인가'를 방증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식물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출처: pixabay
그럼에도 식물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출처: pixabay

식물에 의식과 감정이 없다해도 식물은 지구에서 수많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식물은 흙과 물과 햇빛의 도움을 받아 광합성을 하고 산소와 같이 지구가 생명을 지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화합물을 만들어내죠. 타이즈는 "이 정도로도 식물의 역할은 충분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식물에 의식과 감정이 없다는 주장에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식물은 동물에 없는 여러 특징을 지닙니다. 생명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어쨌든 식물이 감정을 갖고 있다는 생각은 동화책 속에 고이 접어서 넣어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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