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소행성 탐사로 일궈낸 성과들
세계 최초 소행성 탐사로 일궈낸 성과들
  • 김명진 | 우주위험감시센터
  • 승인 2019.08.28 11:30
  • 조회수 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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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부사2호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Japan Aerospace Exploration Agency)에서 개발, 운영한 소행성 탐사선으로 하야부사(はやぶさ)는 일본어로 송골매라는 의미다. 일본의 첫 번째 소행성 탐사선인 하야부사호가 이토카와(Itokawa)라고 하는 근지구공간(near-Earth space)에 가장 많이 분포하는 규소질(S-type) 소행성을 탐사한 것과 달리, 하야부사2호는 류구(Ryugu)라는 이름의 탄소질(C-type) 소행성에 도착해서 표본(sample)을 채취해서 지구로 귀환하는 게 목표다.

 

일반적으로 탄소질 소행성에는 유기물과 '물'을 함유한 광물이 존재할 것으로 예측되고 또 실제로 관측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일본 JAXA에서는 그전까지 1999 JU3라는 임시지정번호(provisional designation)만 가지고 있던, 하야부사2호의 탐사 대상 소행성의 이름을 공모했다. 최종적으로 일본 고대 이야기에서 바다 깊은 곳 보물이 있는 곳으로 나오는 '용궁(龍宮, Dragon Palace)'이라는 일본어 발음인 류구(Ryugu)로 정해졌다.1)

 

하야부사2호는 소행성에서 표본을 가져오는 그 전신 하야부사호의 임무와 동일한 과학적 목표를 가지고 계획됐다. 탐사선의 크기나 탑재체의 스펙 및 종류 또한 거의 비슷하게 설계됐다. 다만 하야부사호가 자세제어, 통신 장비 및 엔진에서 문제가 발생했던 점을 참고해 해당 부분을 개선했다. 표본 채취 횟수를 2회에서 3회로 늘렸으며, 특히 기존의 하야부사호가 소행성의 표면에서만 표본을 채취하도록 설계됐던 것에 비해 하야부사2호에는 총알처럼 생긴 충돌장치(impactor)를 탑재해 충돌실험 후 소행성 표면 아래에 있는 표본을 채취하는 것이 주요 탐사 임무로 추가됐다. 하야부사2호는 지난 2014년 12월 3일 일본 다네가시마(Tanegashima) 우주센터에서 H-IIA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그 이후 1년 뒤인 2015년 12월 3일 지구궤도 근접통과(swing-by)를 실시했다. 2018년 6월 27일 드디어 소행성 류구에 도착(소행성으로부터 약 20km 떨어진 위치)했다.2)

하야부사2 탐사선에 탑재된 카메라로 촬영한 소행성 류구. 출처: JAXA

하야부사2호는 소행성 류구에 도착한 뒤 2019년 8월까지 약 14개월 동안 활발한 탐사 활동을 진행했다. 그 중에서 아래와 같이 대표적인 성과 3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세계 최초로 소행성에 탐사차(rover)를 성공적으로 착륙(landing)시키고 탐사활동을 수행
  2. 세계 최초로 탄소질 소행성에 착륙(touchdown)하여 표본(sample)을 채취
  3. 세계 최초로 소행성에 인공 충돌구(crater)를 만들고 표면 아래 표본을 채취

첫째, 하야부사2호는 미네르바(MINERVA: MIcro-Nano Experimental Robot Vehicle for Asteroid) II호와 마스코트(MASCOT: Mobile Asteroid Surface Scout)라는 이름을 가진 2종류의 탐사차(rover)를 지난 2018년 9월 21일3)과 10월 3일4)에 각각 소행성 류구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시켰다. 이는 인류가 소행성에 탐사차를 착륙시킨 최초의 사례로 지난 하야부사호에서 미네르바 탐사차의 착륙 실패를 딛고 이뤄낸 값진 결과다. 소행성은 달이나 다른 행성에 비해서 표면중력이 굉장히 낮기 때문에 탐사차를 이동시키기 위해 토크(torque)를 이용한 호핑(hopping)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미네르바 II호는 다시 미네르바 II-1호와 II-2호로 나뉜다. 아래 사진은 미네르바 II-1호에 탑재된 로버-1A호가 하야부사2 탐사선으로부터 분리된 직후 촬영한 영상이다.

미네르바 II-1호의 로버-1A호가 하야부사2호 탐사선으로부터 분리되고 난 직후 촬영한 영상. 사진 위에 하야부사2호가 보이고 아래쪽엔 대상 소행성 류구가 보임. 출처: JAXA

소행성 류구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한 로버-1B호는 앞서 언급한 호핑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직전 아래 사진을 촬영해서 전송했다. 이 사진이 공개되고 하야부사2호 프로젝트팀 뿐만 아니라 많은 과학자들이 마치 바닷속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는 것 같다며 소행성 이름인 '용궁'에 어울리는 사진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미네르바 II-1호의 로버-1B호가 촬영한 영상. 다양한 크기의 자갈들이 분포하는 것을 볼 수 있음. 출처: JAXA

미네르바 탐사차가 JAXA를 중심으로 일본의 여러대학들이 함께 개발한 탐사장비인 반면 마스코트 탐사차는 독일항공우주센터인 DLR과 프랑스국립우주연구센터인 CNES가 공동으로 개발한 탐사차로 무게는 약 10kg, 크기는 약 29.5cm × 27.5cm × 19.5cm인 박스 형태이다. 마스코트에는 광시야카메라, 적외선분광기, 자기장측정기와 온도계가 탑재돼 있다. 아래 영상과 같이 소행성 류구의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해 약 17시간 탐사 임무를 수행했다.

하야부사2 탐사선으로부터 마스코트 탐사차가 분리되는 모습. 출처: JAXA

둘째, 하야부사2호는 지난 2019년 2월 22일 소행성 류구에 성공적으로 착륙(touchdown)했다.5) 바로 이전 JAXA 탐사선인 하야부사호가 규소질(S-type) 소행성인 이토카와에 착륙한데 이어 세계 최초로 탄소질(C-type) 소행성에 착륙한 것이다. 당초 착륙 계획은 2018년 말에 예정돼 있었으나 소행성 류구의 표면을 정밀 촬영한 결과 예상보다 자갈과 암석이 풍부했고, 이로 인해 탐사선에 안전에 필수적인 적절한(편평한) 착륙 후보지를 찾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이는 소행성의 표면에서 표본을 채취할 때 아래 그림과 같이 탐사선에 연결된 긴 원통모양의 '혼(horn)'이란 샘플러를 이용해 소행성의 표면 물질을 직접 가져오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태양전지판을 비롯해 하야부사2호 탐사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야부사2 탐사선이 소행성 표면에서 샘플을 채취하는 모습(상상도). 출처: JAXA

앞서 언급한 하야부사2 탐사선의 안전과 과학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표본을 채취하기 위한 착륙지 선정 논의 결과 아래 그림에서 L08이라는 소행성 류구의 적도 근방의 장소가 최종 선정됐다. 지난 2019년 2월 21일 오전 8시(KST 기준) 정도부터 하강을 시작해 2월 22일 오전 7시 30분(KST 기준) 착륙에 성공했다. 착륙 후보지와 실제 착륙한 위치의 오차는 불과 1m 밖에 나지 않았다. 탐사선의 크기가 태양전지판을 포함해 약 6m인 것을 고려한다면 매우 높은 정밀도를 나타낸 것이다. 이렇게 정확한 착륙(pinpoint touchdown)을 할 수 있었던 건 착륙 후보지에 미리 낙하시켜 놓은 타깃마커(target marker) 덕분이었다.

 

타깃마커는 햇빛을 받으면 표면 반사율(albedo)이 높은 흰색으로 나타난다. 어두운 소행성의 표면에서 눈에 띄기 쉽다. 이렇게 기준점이 되는 곳을 정해놓은 뒤 이 타깃마커로부터 착륙 후보지까지의 방향과 거리를 미리 계산하여 정확한 착륙이 가능하게 됐다. 타깃마커의 또 다른 부수적인(?) 역할이 있다. 바로 하야부사2 미션을 지지하고 응원을 보내는 캠페인을 지난 2013년 실시했는데6) 약 18만명의 이름과 메시지가 적힌 바로 이 타깃마커를 소행성의 표면에 안착시킨 것이다.7)

하야부사2 탐사선 첫 번째 착륙지 L08과 예비(backup) 후보지역인 L07, M04 지역 (위), 소행성 류구의 경도와 위도 상 나타난 착륙지와 예비후보 지역. 미네르바 II-1호가 착륙한 N6와 마스코트 탐사차가 착륙한 MA-9도 함께 표시되어 있음 (아래). 출처: JAXA

아래 영상은 하야부사2호가 착륙하면서 샘플을 채취하는 장면을 CAM-H라고 하는 작은 모니터링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실제 속도에 비해서는 5배속으로 움직인다. 동영상에서 보는 것과 같이 짧은 착륙 과정이지만 소행성 표면으로부터 크고 작은 수많은 돌이 튀어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 하야부사2호 프로젝트팀에서는 많은 양의 표본을 채취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하야부사2호의 연구 성과는 이전에는 한 번도 시도해 본적이 없었던 소행성 표면에 충돌체(impactor)를 이용해 인공 충돌구(crater)를 만들고 표면 아래 표본을 채취한 것이다. 우주 공간에는 태양풍을 비롯해서 높은 에너지를 가진 우주선(cosmic ray) 등이 많이 발생한다. 때문에 달이나 소행성 등 대기가 없는 천체들은 그 표면이 우주풍화(space weathering)를 받아 최초의 모습에서 변형됐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인공 충돌구(crater)를 만들어서 소행성 표면 아래의 물질을 관측하고 나아가 그 표본을 채취해온다면 태양계가 생성될 당시의 환경을 잘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이에 하야부사2호는 지난 4월 5일 소행성 류구의 표면에 SCI(Small Carry-on Impactor)라는 이름의 총알과 같은 충돌체(impactor)를 이용해서 충돌구(crater)를 만드는 실험을 성공했다.8)

하야부사2 탐사선의 충돌체 실험 전인 3월 22일에 촬영한 사진(왼쪽), 충돌체 실험 이후 인공 충돌구가 생긴 모습. 4월 25일 촬영(오른쪽, 점선 원). 출처: JAXA
충돌체 실험으로 생긴 충돌구(crater)와 표면 반사율(surface reflectivity)의 변화 모습. 밖으로 나온 표면 아래의 물질의 색이 어두운 것을 확인할 수 있음. 'C01-C'이라고 표시된 지역이 두 번째 착륙 예상 후보지역. 출처: JAXA

인공 충돌구 생성 실험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후 하야부사2 탐사선은 두 번째 정확한 착륙(pinpoint touchdown)을 시도하기 위해 지난 5월 30일에 두 번째 타깃마커(target marker)를 아래와 같이 소행성에 낙하시켰다. 인공 충돌구 실험으로 소행성 표면 아래의 물질이 밖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타깃마커는 인공 충돌구 근처에 낙하시켰으며 앞서 첫 번째 착륙과 마찬가지로 하야부사2 탐사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착륙지를 선정했다. 

두 번째 타깃마커 낙하 모습. 출처: JAXA

드디어 지난 7월 10일 오전 11시 정도부터 하야부사2 탐사선은 하강을 시작해 7월 11일 오전 10시 6분에 두 번째 착륙(touchdown)에 성공했다. 착륙 후보지와 실제 착륙한 위치의 오차는 불과 60cm로 이는 첫 번째 착륙에 비해 향상된 수준이었다. 착륙 과정은 아래 애니메이션 영상을 링크로 첨부했다. 소행성 표면으로부터 약 8.5m까지 하강한 뒤 먼저 타깃마커를 기준으로 위치와 고도 조정을 한다. 그 뒤 타깃마커로부터 약 2.6m 떨어진 착륙 예정지로 최종 위치를 조정한 뒤 착륙했다. 첫 번째 착륙과 마찬가지로 착륙과 동시에 표본을 채취했고 하야부사2 탐사선이 착륙하는 순간 소행성 표면에서 수많은 암석과 자갈 파편들이 발생하는 모습이 촬영됨에 따라 많은 양의 표본을 획득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10)

하야부사2호 탐사선은 2019년 말 소행성 류구를 떠나 2020년 말 지구에 표본을 가져올 계획이다.11) 이제 남은 임무는 마지막 탐사차(rover)인 미네르바 II-2호를 착륙시키는 일이다.12) 미네르바 II-2호는 JAXA 주도로 개발된 미네르바 II-1호와는 달리 토호쿠(Tohoku) 대학을 중심으로 일본의 5개 대학들이 공동으로 개발한 것이다. 미네르바 II-1호와 마찬가지로 호핑(hopping)이라는 방법으로 소행성 표면을 이동하며 영상을 촬영할 예정이다. 미네르바 II-2호의 착륙은 2019년 하반기에 계획돼 있다. 앞선 두 대의 탐사차(미네르바 II-1호, 마스코트)가 무사히 착륙하여 많은 임무를 수행한 것처럼 미네르바 II-2호도 성공적으로 소행성에 착륙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한국천문연구원 김명진 박사

글: 김명진(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이학 박사)

現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선임연구원

前 한국천문연구원 행성과학그룹 박사후연구원

 

 ##참고자료##

 

 

 

  1. https://global.jaxa.jp/press/2015/10/20151005_ryugu.html
  2. http://www.hayabusa2.jaxa.jp/topics/20180725je/index_e.html 
  3. http://www.hayabusa2.jaxa.jp/en/topics/20180922e/ 
  4. http://www.hayabusa2.jaxa.jp/en/topics/20181005e_MSC_ONC/ 
  5. http://www.hayabusa2.jaxa.jp/en/topics/20190225e_TD1_W1image/ 
  6. https://fanfun.jaxa.jp/topics/detail/554.html 
  7. https://global.jaxa.jp/press/2018/10/20181025_hayabusa2.html
  8. https://twitter.com/haya2kun/status/1114148040040828928 
  9. https://twitter.com/haya2kun/status/1149231048158412800 
  10. http://www.hayabusa2.jaxa.jp/en/topics/20190711e_PPTD_ImageBulletin/
  11. http://www.hayabusa2.jaxa.jp/en/topics/20190822e_Capsule/ 
  12. http://www.hayabusa2.jaxa.jp/en/enjoy/material/press/Hayabusa2_Press20190822_ver12_en.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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