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우주 비행사들의 '은밀한 미신'
최첨단 우주 비행사들의 '은밀한 미신'
  • 강지희
  • 승인 2019.08.27 15:55
  • 조회수 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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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시험 기간 시작 하루 전, 하버드대학교에서는 '프라이멀 스크림(Primal Scream)'이라는 행사가 시작됩니다. 이 행사는 미국 독립선언문에 서명을 한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존 애덤스의 아들 찰스 애덤스가 하버드 야드에서 친구들과 옷을 벗고 달리기를 한 일화로부터 유래했는데요. 찰스 애덤스를 시작으로 몇백 년 이후에도 하버드대학교 학생들은 모워홀 앞에 모여 옷을 벗고 하버드 야드의 거리를 무리지어 달립니다. 

 

행사가 벌어지는 동안 학생들은 동상에 걸릴까봐 걱정하고 서로 벌거벗은 모습을 보고 민망해하며 잠시나마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를 잊습니다.

존 하버드 동상. 출처: Harverd University
존 하버드 동상. 출처: Harvard University

하버드대학교는 프라이멀 스크림 말고도 다른 재밌는 전통이 있습니다. 바로 하버드대학교 설립자 동상의 왼쪽 발에 소변을 보는 것입니다. 시험을 잘 볼 수 있다는 미신 때문이라고 합니다.

 

내로라하는 영재들이 다니는 하버드대학에 프라이멀 스크림처럼 전통과 미신이 혼재한 의식이 존재하는데요. 심지어 첨단 과학의 '끝판왕'이 다 모였다 할 수 있는 우주비행 분야에서도 이와 비슷한 미신 내지 의식 같은 전통이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례가 있을까요?

우주인들, 어떤 의식 있을까

 

책에는 세계 최초의 어린이 우주인으로 뽑혀 6개월의 험난한 선발 과정을 통과한 주인공 '송별'의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송별은 우주인이 되기 위해 러시아의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로 향합니다. 2년 간의 혹독한 훈련 끝에 송별은 우주인이 돼 소유스 TMA-12호를 타 국제 우주 정거장으로 향하게 됩니다.

영화 보면서 졸면 안 됩니다. 출처: 『최강 우주 탐사대』 

우주선을 타기 전 송별은 러시아 우주인들의 독특한 의식과 전통을 경험합니다. 교관은 우주선이 발사되기 하루 전 송별에게 호텔에 있는 영화관으로 가라고 지시합니다. 

“송별, 지금 호텔에 있는 영화관으로 가 봐라”
“전 영화 보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그냥 방에 가서 쉴래요”

넌 어떻게 끝까지 일관성 있게 말을 안 듣지?

발사 전날 러시아 영화를 보는 것이 우리 우주인의 전통이다, 전통!

송별이 본 영화 '사막의 태양'
송별이 본 영화 '사막의 태양'

미하일 교관의 지시에 송별은 <사막의 태양(The White Sun of the Desert)>이라는 러시아의 전쟁영화를 관람합니다. 송별처럼 소유스 우주선에 타는 러시아 우주 비행사들은 1971년 이래 발사 전날 밤에 가족과 함께 이 영화를 본다고 하는군요.

부끄러워할 필요없어! 출처: 『최강 우주 탐사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송별을 포함한 우주 비행사들은 우주선으로 가는 도중 버스에 내려 버스 타이어에 소변을 봅니다. 부끄러워하는 송별에게 의사 선생님이 웃으면서 설명해주죠.

쏭, 이건 세계 최초의 우주인인 가가린 때부터 내려온

러시아 우주인만의 전통이란다. 너도 소변을 보렴.

앞으로 발사된 뒤 궤도를 한 바퀴 도는 4시간 동안은 화장실에 갈 기회가 없단다.

네가 입고 있는 기저귀용 팬티에 싸고 싶진 않겠지. 그러니 어서!

실제로 러시아 우주인들은 발사대로 이동하는 도중 버스에서 잠깐 내려 오른쪽 뒷바퀴에 소변을 보는 의식이 있습니다. 여성 우주인의 경우에는 원한다면 작은 유리병을 가져가 유리병에 의식(?)을 치를 수 있습니다. 이 의식은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으로부터 유래했습니다. 유리 가가린은 우주선을 타 최초의 우주 비행사가 되는 그 날 발사대로 가는 도중 버스에서 잠깐 내려 소변을 봤는데요.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입니다. 

소유스 우주선에서 의식을 치르는 러시아 정교회 신부. 출처: Wikimedia Commons
소유스 우주선에서 의식을 치르는 러시아 정교회 신부. 출처: Wikimedia Commons

또한 러시아 우주인들은 안전한 비행을 기원하기 위해 발사 전날 러시아 정교회 신부로부터 기도를 받습니다. 신부들은 전날 소유스 우주선이 대기하고 있는 곳에서 우주인들에게 성수를 뿌리며 성공적인 발사를 기원해줍니다. 그 외에도 우주인들은 안전한 비행을 위해 묘목을 심고 자신이 머물렀던 호텔 문에 사인을 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미국의 우주 비행사 스콧 켈리는 2015년 소유스 우주선에 탑승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1년을 보냈습니다. 켈리의 동료 러시아 우주인 겐나디 파달카는 우주국 관계자들과 고위 인사들 앞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미 고토비 크 슬레두유시침 샤감 나셰이 포드고톱키

(전원 다음 단계 이행 완료).

이렇게 말을 하는 것도 우주 비행을 위한 의식 중 하나라고 합니다. 켈리는 자신의 우주 에세이 <인듀어런스>에서 "의식과 미신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지만 우주 비행처럼 생사가 달린 일에서 미신이란 아무리 믿지 않는 사람에게도 한 가닥 마음의 위안이 된다"고 회고했습니다.

한 번 사는 인생, 우주인이 되고 싶다면?(클릭!)

 

 

##참고자료##

 

  • 정홍철 <최강 우주 탐사대>
  • 숀 아처 <빅 포텐셜>
  • 스콧 켈리 <인듀어런스>
  • 댈러스 캠벨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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