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 활용한 알코올성 지방간 치료 표적 제시
생쥐 활용한 알코올성 지방간 치료 표적 제시
  • 강지희
  • 승인 2019.09.02 22:20
  • 조회수 2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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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의 위엄을 알아보자. 출처: pixabay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출처: pixabay

'제2의 뇌'라는 장 내 신경계가 밝혀지면서 뇌와 장 사이의 긴밀한 연락망이 주목받는 가운데 국내 연구팀이 인체의 '화학공장'이라는 간에도 유사신경계의 존재를 알아냈습니다. 뇌세포처럼 간세포도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는 의미죠. 해독과 면역의 장기인 간의 기능을 신경학적 경로로 조절할 수 있다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Cell Metabolism>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KAIST의 정원일 교수 연구팀이 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에서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의 역할을 규명하고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표적으로 제시했다고 합니다.

 

글루타메이트에 주목하다

 

만성 알코올 섭취에 의한 지방간은 간세포의 알코올 대사에 따라 발생하는 활성산소가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간경변증과 간암 등으로 진행될 수 있어 조기치료가 필요한데요. 대사 기능이나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기존 연구로는 정확한 기전 규명이나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구팀은 알코올 분해시 발생한 활성산소를 제거하기 위해 간세포가 글루타메이트를 분비하고 인접한 세포의 글루타메이트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엔도카나비노이드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생겨 알코올성 지방간이 유도된다는 점을 알아냈습니다. 글루타메이트는 주로 중추신경계에서 분비되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이며 간에서는 주로 에너지(ATP) 생산을 위한 원료 아미노산으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엔노카나비노이드는 중추신경계에서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을 위해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마리화나와 유사한 특성을 갖고 있죠.

 

연구팀은 선행연구를 통해 만성적 알코올 섭취 시 간성상세포(hepatic stellate cell)에서 마리화나와 유사한 기능을 가지는 엔도카나비노이드의 합성과 분비가 증가된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들이 간세포막에 존재 하는 CB1 수용체(CB1R)를 활성화시켜 알코올성 지방간을 유도한다는 건데요. 활성산소 그 자체보다는 그로 인해 분비되는 대사전달물질(metabo -transmitter) 글루타메이트와 그 수용체의 상호작용이 지방간 발생의 핵심임을 밝힌 것입니다. 

만성적 알코올 섭취 시 간세포에서 xCT 역수송체 발현 증가. 출처: 한국연구재단
만성적 알코올 섭취 시 간세포에서 xCT 역수송체 발현 증가. 출처: 한국연구재단

만성 알코올 섭취시 마리화나와 유사한 엔도카나비노이드가 생성돼 지방대사를 교란하고 중성지방 축적을 유도한다는 것은 연구팀의 선행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었는데요.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엔도카나비노이드 생성을 촉발(trigger)하는 상위 조절자로서 글루타메이트와 그 수용체의 역할을 규명했습니다. 에너지 생산에 쓰이는 글루타메이트를 알코올 분해에 따른 스트레스에 저항하기 위해 사용하는 셈이죠. 엔도카나비노이드는 Anandamide와 2-arachidonoyl glycerol(2-AG) 두 종류가 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팀은 알코올성 지방간이 발생할 시 2-AG가 간 내에서 생성돼 간세포의 CB1R를 통해 비정상적인 지방대사를 유도해 세포내 지방의 축적을 유도함을 보고했습니다.

간세포와 간성상세포 사이 양방향 신호전달계를 통한 알코올성 지방간 형성 기전도. 출처: 한국연구재단
간세포와 간성상세포 사이 양방향 신호전달계를 통한 알코올성 지방간 형성 기전도. 출처: 한국연구재단

연구팀은 8주 간 알코올을 섭취한 생쥐 모델의 간에서 글루타메이트 분비를 돕는 글루타메이트 역수송체 단백질이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은 생쥐에 비해 많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이 생쥐 모델에서 약물이나 유전자 억제를 통해 글루타메이트, 글루타메이트 역수송체나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단백질을 억제할 경우 지방간 발생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이 알코올성 간질환 치료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연구팀은 실제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혈중 글루타메이트 농도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높게 나타났으며 간생검 조직에서 글루타메이트 역수송체와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단백질이 현저히 많게 나타나 생쥐 모델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이 가능함을 확인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간내에 유사 신경계(대사시냅스)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신경학적인 경로를 통해 대사 기능 및 병리 기전이 조절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간질환 패러다임을 제공합니다. 향후 알코올성 간질환뿐만 아니라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같은 다른 간질환의 치료 타깃 발굴 연구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 사진. 출처: 한국연구재단
이번 연구를 주도한 연구진 사진. 출처: 한국연구재단

이번 연구를 주도한 정원일 교수는 "신경세포 간 신호를 주고받는 시냅스처럼 간에도 신경계와 유사한 대사시냅스(metabolic synapse)가 존재함을 제시한 것"이라며 "알코올성 간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비(非) 알코올성 지방간과 같은 기타 간질환 등의 연구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참고자료##

 

  • 최원묵, George Kunos, 정원일 <Glutamate signaling in hepatic stellate cells drives alcoholic steatosis>(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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