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은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 지위를 박탈당하고 왜소행성으로 격하된 날입니다. 그런데 지난 현지시간 23일 미국의 정치인이자 NASA의 대표 짐 브라이든스틴(Jim Bridenstine)이 "명왕성은 왜소행성이 아닌 행성"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명왕성이 왜소행성으로 선언된 날 하루 전에 말입니다.
브라이든스틴은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볼더 캠퍼스의 'Aerospace Engineering Sciences Building'에서 기자들과 만나 "명왕성을 행성이라 여기는 과학자들을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라이든스틴은 "내가 보기에 명왕성은 행성이다. 공식적으로 NASA 대표가 명왕성은 행성으로 돌아왔다고 했다며 기사를 써도 좋다. 이것이 내가 배운 방식이며 나는 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명왕성 : 발견되고 격하되기까지
지금은 왜소행성이지만 한 때는 행성이었던 명왕성은 여러 과학자들의 집념 어린 연구로 발견됐습니다. 미국의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은 천왕성이나 해왕성이 이론대로 움직이지 않는 까닭이 그 바깥쪽에 미지의 행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로웰은 나이가 든 뒤 미국 애리조나에서 로웰 천문대를 세우고 그 미지의 행성을 찾으려고 노력했죠.
로웰은 그 미지의 행성을 찾지 못한 채 1916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로웰의 뜻은 로웰 천문대의 천문학자 클라이드 윌리엄 톰보가 이어받았죠. 로웰이 죽은 뒤 14년 만인 1930년 1월 23일 톰보는 그 미지의 행성을 찾아냅니다. 톰보는 퍼시벌 로웰의 P와 L자가 들어간 글자를 찾아 행성의 이름을 'Pluto(명왕성)'라고 명명했습니다.
명왕성은 발견된 이래 76년 동안 행성으로 분류됐습니다. 그런데 2006년 8월 24일 국제천문연맹은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26차 총회에서 2,500여 명의 세계적인 천문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행성의 조건을 세 가지 제시했습니다.
-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할 것
- 타원형이 아닌 구형에 가까운 모양을 유지할 수 있는 질량이 있을 것
- 공전구역 내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할 것
명왕성의 지름은 2,306km로 4,878km의 지름을 가진 수성의 절반도 안 됩니다. 지구의 위성인 달 지름인 3,475km에도 미치지 못하죠. 질량 또한 지구의 1/500 수준입니다. 공전 구역 내에서도 지배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명왕성은 나머지 8개의 행성들의 공전궤도와 달리 17.1도 기울어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천문 기술이 발전하면서 명왕성과 비슷한 미소행성들이 잇따라 발견됐고 명왕성의 입지는 더욱 위협 받았습니다. 천문학계에서는 명왕성을 계속 행성으로 인정한다면 비슷한 수준의 다른 행성체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태양계 행성 목록을 12개로 늘려야한다는 딜레마까지 떠안았습니다. 명왕성은 결국 국제천문연맹의 26차 총회에서 행성 반열에 제외됐습니다. 명왕성은 왜소행성으로 분류됐으며 국제천문연맹 소행성 센터는 명왕성에 '소행성 134340'이란 이름을 부여했습니다.
명왕성 복귀를 주장하는 과학자들
하지만 일부 천문학자들은 국제천문연맹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명왕성 탐사선 '뉴허라이즌스 호'를 이끈 NASA의 행성학자 Alan Stern은 2006년 국제천문연맹의 명왕성 퇴출 결정에 큰 실망을 느꼈습니다. Stern은 국제천문연맹이 제시한 행성의 조건을 '헛소리(bullshit)'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Stern을 포함한 천문학자들은 국제천문연맹에 제출한 제안서에서 "대중의 마음 속에서 '행성'이라는 단어엔 다른 행성체를 묘사하는 단어에는 없는 함의가 있다"며 "명왕성의 퇴출 이후 10여년 간 많은 사람은 행성이 아니면 과학적 탐구를 할 만큼 흥미롭지 않다고 여기게 됐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Stern의 연구진은 국제천문연맹에 '과학적 분류와 사람들의 직관'에 맞는 행성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Stern을 포함한 천문학자들이 제시한 새로운 행성의 정의는 "핵융합을 겪은 적이 없고 충분한 자체중력을 지녀 궤도 매개 변수와 무관하게 3축 타원체로 묘사될 만한 회전타원형을 띤 하위개념의 질량체"였습니다. 그들은 이런 정의가 통용되고 있는 '행성'의 의미에 더 적합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참고자료##
- 조경철 <우주로켓>
- EBS 지식채널e <지식e Season2: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지식>
- 이종하 <재미있게 읽는 그날의 역사 8월 24일>
- Runyon, K. D., et al. "A geophysical planet definition." Lunar and Planetary Science Conference. Vol. 48. 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