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주입기(infusion pump)는 영양제와 약물을 환자의 몸에 조절된 양으로 전달하는 의료기기입니다. 주입 펌프는 병원, 요양원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요. 약물주입기로 인한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보고에 따르면 2005~2009년 약물 주입기 때문에 발생한 사고는 5천 6백건에 이르며, 그 중 5백 건은 환자가 사망했습니다. 약물 투여 의료사고는 의료진의 잘못이나 기기의 오작동으로 정량이 아닌 약물을 환자에게 투여했기 때문인데요. 국내 역시 약물 투여 관리시스템이 취약하다고 합니다.
수액 맞을 때 생각해보면..?
실제 현장에서는 환자 수가 많다보니 의료진이 초기 설정만 하고 투약량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실제 내몸에 실시간으로 투여되는 약물량이 설정값과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수액을 맞을 때 속도가 빠른가 싶다가도 느리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투약량 문제의 주요 원인은 약물주입기를 오래 사용할수록 기계적 오류가 잦아지고 오작동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약물을 영유아에게 주입할 때나 진통제, 마취제 등의 특수한 약물을 주입할 때 수mL라도 정량을 초과하게 되면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게 되는데요. 지금까지는 약물주입기 내부의 유량이 설정값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내연구진이 약물 한 방울까지 정확하게 파악해 과다투여를 막는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열유체표준센터 이석환 선임연구원팀은 시간당 2mL의 극미한 투약량까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유량계를 개발한 건데요. 일반적으로 물 한방울이 0.05mL정도의 양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시간당 2mL는 분당으로 치면 0.03mL 수준의 극미량입니다. 물 한방울 끝에 미치지 않는 양까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번 기술을 활용하면 투약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약물 투여 의료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약물 한 방울까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빨래집게와 유사한 형태의 '클램프온(Clamp-on)' 타입으로 제작됐습니다. 약물주입기 배관을 빨래집게처럼 바깥에서 집기만 해도 유량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유량 측정의 핵심은 온도에 있다고 하는데요. 열원이 배관 내에 있는 경우 유량에 따라 열이 이동합니다. 이동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열이 이동하는 정도를 파악하면 유량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연구진은 온도에 따라 특정 파장에서 물의 적외선 흡수도가 변한다는 개념에 주목했는데요. 1450nm 파장의 레이저로 액체의 국소 부위를 가열한 다음, 상류와 하류의 온도차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유량을 살폈습습니다.
이석환 선임연구원은 "이번 기술을 바탕으로 투약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게 된다면, 기계적 오류나 의료진의 판단 착오로 발생하는 과다투여 의료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약물을 동시에 주입할 때도 사용할 수 있고 소형화가 가능하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상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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