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는 아몬드, '돌연변이'?
우리가 먹는 아몬드, '돌연변이'?
  • 강지희
  • 승인 2019.09.26 11:55
  • 조회수 10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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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초콜릿 땡길 때? 출처: pixabay
아몬드 초콜릿 땡길 때? 출처: pixabay

아몬드는 고소한 맛 덕분에 초콜릿, 과자 등의 제과류를 만들 때 자주 활용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평상시에 먹고 있는 아몬드는 '돌연변이'가 발생한 거라고 하는데요.

 

식용 아몬드는 종자의 '작물화'를 통해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작물화란 어떤 식물을 재배해 인간에게 더 유용하도록 야생 조상을 유전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을 가리킵니다. 먼 옛날의 아몬드와 야생 아몬드에는 독이 있어서 먹을 수 없다고 합니다. 

 

야생 아몬드 vs 식용 아몬드

 

야생 아몬드의 종자에는 대부분 '아마그달린'이라는 화학 물질이 함유돼 있습니다. 아마그달린(C20H27NO11)은 살구 및 복숭아씨, 견과류, 사탕수수 등에 존재하는 배당체입니다. 지독하게 맛이 씁니다. 아미그달린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물질은 '레트릴'이라고 부르고 있죠. 아미그달린 자체에는 독성이 없습니다.

아미그달린의 분해과정. 출처: 한국소비자원
아미그달린의 분해 과정. 출처: 한국소비자원

하지만 아미그달린이 효소 β-glucosidase로 인해 가수분해되면 벤즈알데히드(Benzaldehyde), 글루코오스(Glucose)와 함께 유독 물질인 '시안화수소(HCN, Hydrogen Cyanide)'를 형성합니다. 시안화수소를 포함한 시안화물은 세포 질식제로 알려졌습니다. 인체에 노출될 때 치명적인 중독 증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극미량의 시안화수소는 체내에서 해독됩니다. 하지만 시안화수소에 다량 노출되면 메스꺼움, 구토, 간 손상, 혼수상태 등의 시안화중독 증상이 발생하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청산가리, 추리소설에 많이 언급됐죠. 출처: pixabay
청산가리, 추리소설에 많이 언급됐죠. 출처: pixabay

청산가리도 시안화물입니다. 정확히는 시안화칼륨이라고 부르는데요. 청산가리가 입을 통해 위에 들어가면 위산에 분해돼 시안화수소가 발생합니다. 시안화수소는 곧 위 점막에 흡수돼 정맥을 타고 온몸을 돌죠. 이때 이온화된 청산은 치토크롬옥시다아제라는 효소에 들어있는 철 이온과 결합합니다. 치토크롬옥시다아제는 세포가 산소를 흡수할 때 필요한 효소입니다. 이 효소가 철 이온을 매개로 해 청산 이온과 결합하면 세포에 산소를 운반할 수 없습니다. 결국 세포호흡을 할 수 없어 사망에 이릅니다. 야생 아몬드는 아미그달린의 쓴맛으로 독을 스스로 경고합니다. 이를 무시하고 아몬드를 먹어치우면 죽을 수도 있죠.

 

어떻게 먹을 수 있는 아몬드가 발생했을까요? 가장 유력한 설명으로는 어쩌다 몇 그루의 아몬드 나무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해 쓴맛이 나는 아미그달린을 합성하지 못하게 됐다는 설입니다. 고대의 농경민들이 쓴맛이 없는 돌연변이 아몬드를 처음에는 우연히, 나중에는 의도적으로 심었을 거라는 추측입니다.

우연에서 필연이 된 식용 아몬드. 출처: pixabay
우연에서 필연이 된 식용 아몬드. 출처: pixabay

그리스에서 발굴된 고고학적 유적에서는 기원전 8,000년 경에 이미 야생 아몬드가 나타났습니다. 기원전 3,000년 이전의 지중해 동부에서는 아몬드가 작물로 재배되고 있었죠. 기원전 1325년경 이집트의 투탕카멘 왕이 죽었을 때 왕이 내세에서 먹을 수 있도록 무덤 속에 부장된 음식 중 아몬드가 포함돼 있었다고 합니다.

 

살구씨를 암 치료에? '근거 없어'

 

살구씨에도 아미그달린이 풍부합니다. 살구씨를 다량 섭취할 경우 아미그달린 성분으로 인한 시안화중독 사고가 발생해 다양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살구씨를 식품 원료로 사용하는 행위는 금지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살구씨의 아미그달린을 비타민B17로 지칭하며 암환자의 섭취를 권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거없는 이야기는 무조건 믿지 맙시다. 출처: pixabay
근거없는 이야기는 무조건 믿지 맙시다. 출처: pixabay

아미그달린이 가수분해 되면서 발생하는 시안화수소(HCN)는 로다네제(Rhodanese) 효소로 분해됩니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에 비해 배당체 분해효소(β-glucosidase) 활성은 높은 반면 로다네제 효소 함량은 적습니다. 그래서 아미그달린을 섭취하면 암세포를 선별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요.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아미그달린의 암 치료 가능성을 긍정하는 연구 결과가 일부 존재하나 해당 효과가 없고 중독사고 등 부작용을 지적하는 연구 결과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연구소, 호주 암연구소 등의 연구 결과 아미그달린이 암 치료에 효과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특히 식물학자 James A. Duke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암세포와 정상세포의 배당체 분해효소(β-glucosidase) 및 로다네제(Rhodanese) 함량은 유사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합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근거로 살구씨 관련 식품·주사제 등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불법 유통되고 있는 것이 확인돼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참고자료##

 

  •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 다나카 마치 <약이 되는 독, 독이 되는 독>
  • 이성우, and 김준식. "시안화물 중독의 해독제." Journal of the Korean Medical Association 56.12 (2013): 1076-1083.
  • Duke, James A. CRC handbook of medicinal spices. CRC press,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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