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잘 안 걸리는 생쥐의 비밀
콜레라 잘 안 걸리는 생쥐의 비밀
  • 강지희
  • 승인 2019.10.25 14:35
  • 조회수 2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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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고양이와 같은 눈으로 쥐를 연구했다. 출처: pixabay
연구팀이 고양이와 같은 눈으로 쥐를 연구했다. 출처: pixabay

한국연구재단은 윤상선 교수 연구팀이 콜레라균에 저항하는 장내 미생물 균주를 찾아내고 이 균주에 의한 감염 저항기전을 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Microbiome>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생쥐에서 감염 저항기전을 밝혀냈다고 합니다.

 

이 연구가 필요한 이유

장내 미생물이 주목받고 있다. 출처: pixabay
장내 미생물이 주목받고 있다. 출처: pixabay

장내미생물균총(마이크로바이옴, Microbiome)은 여러 미생물종들의 군집을 의미합니다. 장내미생물균총은 '제2의 뇌'라고 불릴 만큼 인체 생리 현상에 다양하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죠. 하지만 항생제 복용, 급격한 다이어트와 같은 외부 요인으로 장내미생물균총은 언제든지 균형이 깨질 수 있습니다. 이는 인체의 생체기능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죠.

 

최근 과학자들은 마이크로바이옴이 인간의 면역기능, 신경계 기능, 대사 기능 등 다양한 분야에 미치는 영향들을 활발히 연구 중입니다. 장내미생물균총의 분포가 병원성세균의 감염 저항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은 이미 오래 전에 제시가 됐습니다. 하지만 장내미생물균총 중 어떤 균주가 감염 억제 기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요. 

 

연구팀은 '콜레라균'에 주목했습니다. 콜레라균은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심각한 전염성 감염을 일으킵니다. 콜레라는 오염된 물이나 음식, 또는 콜레라균에 감염된 어패류 등을 통해서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콜레라는 위생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지역에서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한국에서도 콜레라 감염이 나타나고 있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콜레라균은 인간에게서는 감염이 잘 일어나지만 동물 모델로 많이 쓰이는 생쥐에서는 감염이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생쥐는 항생제를 처리 했을 때 감염이 일부 생기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지만 콜레라의 동물 모델로 사용하기에는 감염의 정도가 약합니다. 때문에 콜레라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 많은 제약이 따랐죠.

 

연구팀은 '사람은 콜레라균 감염에 매우 취약한 반면 왜 생쥐는 콜레라균 감염에 높은 저항성을 보이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이번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연구팀은 사람과 생쥐의 장내미생물균총의 분포 차이를 이해하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생쥐의 비결, 찾았다

장내 미생물균총의 변화가 감염 저항성 변화에 미치는 영향. 출처: 한국연구재단

연구팀은 사람과 달리 콜레라균(Vibrio cholerae)에 잘 감염되지 않는 정상 생쥐에 클린다마이신이라는 항생제를 처리하면 생쥐가 콜레라균에 취약해지는 특징에 주목했습니다. 클린다마이신이란 혐기성 세균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린코사미드계열 항생제입니다. 세균이 단백질을 생성하지 못하도록 유도하죠. 클린다마이신에 의해 생쥐의 장에서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에 속하는 미생물 종들이 사라지는 것을 통해 이러한 미생물 균총의 변화와 콜레라균 감염과의 상관 관계를 알아냈습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이 존재하지 않는 무균 생쥐에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를 이식하고 콜레라균에 노출시켰습니다.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Bacteroides vulgatus)란 Bacteroidetes 그룹에 속하는 미생물들 중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존재하는 공생미생물 종입니다. 사람보다는 생쥐의 장에 더 높은 빈도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실험 결과 연구팀은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를 이식받은 생쥐가 다른 생쥐보다 더 높은 감염 저항성을 보임을 확인했습니다.

 

나아가 연구팀은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에 의한 구체적 감염 억제 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생쥐의 장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에 의한 대사산물(metabolite)을 분석했는데요.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가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생쥐의 장에는 짧은 길이의 지방산(short chain fatty acid)이 많았습니다. 클린다마이신에 의해 이 미생물 종이 사라지면 콜레라균이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영양소(아미노 당, N-acetyl amino sugars)들이 높은 농도로 존재하고 있었죠. 연구팀은 짧은 길이의 지방산은 콜레라균의 증식을 억제함을 확인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윤상선 교수. 출처: 한국연구재단
이번 연구를 주도한 윤상선 교수. 출처: 한국연구재단

연구팀은 "본 연구를 통해 감염억제 능력을 보이는 공생미생물 한 종(Bacteroides vulgatus)을 특정지어 규명했고 이 균종의 존재가 감염 저항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대사체 수준에서 이해하게 됐다"며 "아울러 항생제에 의존적이지 않은 신개념 감염 치료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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