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 '지구온난화 시한폭탄' 광역 탐사 성공
북극해 '지구온난화 시한폭탄' 광역 탐사 성공
  • 함예솔
  • 승인 2019.11.14 09:00
  • 조회수 27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유일 쇄빙선 아라온호, 매년 여름 북극으로 떠나

나아가는 아라온호. 출처: KOPRI
나아가는 아라온호. 출처: KOPRI

국내에는 북극을 항해할 수 있는 쇄빙선, 아라온호가 있는데요. 2009년 건조된 아라온호는 올해로 취항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아라온호는 남극해와 북극해처럼 얼어있는 바다에서도 얼음을 깨면서 항해가 가능한 선박입니다. 그래서 일반 선박이 항해할 수 없는 결빙 지역에서 항로를 개척할 수 있는데요. 덕분에 운항 중에 얼음에 갇힌 선박을 구조하는 역할을 수행하거나 화물 수송이 가능하도록 돕습니다.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85명이 승선 가능한 아라온호는 최대 항속 거리가 17,000해리나 되기 때문에 물자 보급 없이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다고 합니다. 아라온호는 1m 평평한 얼음 덩어리(평탄빙)에서 3노트로 항해가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얼음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일반 선박에 비해 구조적으로 더 튼튼하고 엔진 출력도 굉장히 크다고 합니다. 또, 얼음에 부딪쳐도 안전하도록 선체의 외벽이 매우 두꺼운 저온용 특수 철판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요. 

얼음 뿌시고 나가자~ 아라온호. 출처: KOPRI
얼음 부수며 전진하는 아라온호. 출처: KOPRI

아라온호는 매년 여름 북극항해를 떠나는데요. 지난해 7월 인천항을 출항해 77일간의 북극 연구를 수행한 아라온호의 연구 항해는 북극 공해상에서 두 차례에 나뉘어 진행됐습니다. 이는 아라온의 9번째 북극항해였는데요. 1항차 연구팀(수석연구원 강성호)은 해빙이 가장 빠르게 줄고 있는 북위 79~80도 동시베리아와 척지해의 얼어붙은 바다에 캠프를 설치하고 해빙의 면적과 두께 변화, 생태계 양상 등을 관측했습니다. 이후 지난해 8월 말 알래스카에서 교체되는 아라온호 북극항해 2항차 연구팀(수석연구원 진영근)은 북극 바다 밑에서 일어나는 메탄 방출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동시베리아해 해저에서 과학 탐사를 실시했습니다.

 

2019년 북극항해, 무슨 연구 수행했나? 

북극항해 연구해역. 출처: KOPRI
북극항해 연구해역. 출처: KOPRI

올해 7월 아라온호는 84일간의 10번째 북극 연구를 수행했는데요. 북극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가장 심한 지역 중 하나로 변화 속도가 빠르고 예측이 어려워 현장 연구가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이번 연구에서는 한반도 폭염과 이상 수온현상의 원인을 찾고, 북극의 바다 얼음인 해빙이 줄어들면서 일어나는 변화, 바다 밑 동토가 녹으며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관측하는 순으로 탐사가 진행됐습니다. 

 

북극항해 1항차 연구팀(수석연구원 박태욱)은 북극해로 가는 길목인 베링해에서 한반도 폭염의 원인으로 주목된 블로킹 현상을 살폈습니다. 참고로 블로킹 현상이란 중위도 편서풍대의 상층 고기압이 정체되면서 동서로 부는 바람이 약해지고 남북 방향의 바람이 강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북극항해 1항차 연구팀은 해양과 대기의 종합적인 관측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수집한 자료는 향후 우리나라 해양 폭염 원인을 분석하는 데 활용될 예정입니다. 

 

북극항해 2항차 연구팀(수석연구원 양은진)은 동시베리아해와 척지해의 해빙 위에 머물며 얼음의 두께와 움직임 등을 측정하고 수증드론으로 얼음 아래 생태계를 들여다봤습니다. 장기간 북극 바다를 관측할 수 있는 장비도 설치됐습니다. 이는 향후 인공위성과 연결돼 실시간으로 자료를 받게 됩니다. 

 

북극해빙 관측이 중요한 이유는 북극해빙은 북극항로와 지하자원 개발에 필수 정보지만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인데요. 태평양에서 북극해를 드나드는 관문인 동시베리아해와 척지해의 얼어붙은 바다는 대서양 쪽에 비해 연구 자료가 많지 않습니다. 북극바다와 해빙 연구에는 러시아와 미국 등 북극권 국가를 포함해 9개 나라 15개 기관이 참여하는데요. 취득한 정보는 지난해 개설한 북극해 해양-해빙 환경변화 시스템(KAOS)에 게시돼 북극해 연구 개발에 활용될 예정입니다. 

2019년도 북극해 얼음 면적. 출처: KOPRI
2019년도 북극해 얼음 면적. 출처: KOPRI

2012년에 이어 관측사상 두 번째로 북극 해빙의 면적이 최저값을 기록한 가운데 북극항해 2항차 연구팀은 북위 79도 지점에 해빙 캠프를 설치하고 급격한 해빙의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식물 플랑크톤이 짧은 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대증식 현상을 동시베리아해에서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대식증 현상은 해양생태계 전반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에 향후 해빙 감소와 해양 일차생산자 간의 관련성 규명에 연구를 집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북극항해 3항차 연구팀(수석연구원 진영근)은 동시베리아해 대륙붕에서 메탄가스가 대규모로 방출되는지 조사했는데요. 올해는 북극 해빙이 크게 감소하고 있어 연구팀은 과거에 접근하지 못했던 북극해 공해상 안으로 깊숙이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크기 1/3의 바다에서 메탄 가스 방출

 

북극항해 3항차 연구팀(수석연구원 진영근)은 바다에서 메탄가스 방출 현상 관측에 성공했습니다. 메탄 가스 방출 현상은 '지구 온난화의 시한폭탄'이라고 불립니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25배나 강한 온실기체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0년 북극 동시베리아해 연안에서 확인된 메탄의 농도는 세계 평균보다 8배 이상 높다고 보고됐는데요. 전문가들은 북극의 대륙붕의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다량의 메탄가스를 방출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북극항해 나선 연구팀. 출처: KOPRI
북극항해 나선 연구팀. 출처: KOPRI

아라온호는 이전 탐사에서 고농도 메탄의 존재를 확인했습니다. 이번에는 32,000㎢ 크기의 지역에서 메탄 농도를 입체적으로 관측하고 광역 자료를 확보했는데요. 북극항해 3항차 연구팀(수석연구원 진영근 박사)은 동시베리아해의 대륙붕에서 4일간 메탄가스 방출 현상을 1초 단위로 측정했습니다. 그리고 격자 형태로 설계한 29개의 지점에서 바닷물과 해저 퇴적물의 시료를 채취했습니다. 분석 결과 바닷물에 녹아 있는 메탄가스의 최고 농도는 전 세계 평균의 약 5배 수준이었는데요. 연구팀은 채취한 시료를 활용해 동시베리아해 대륙붕의 고농도 메탄가스 방출 현상과 지구온난화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망간단괴, 가스하이드레이트도 탐사했다

 

2년 전, 아라온호의 첫 번째 동시베리아해 연구항해에서 연구진은 전 세계 바다 평균값보다 약 40배 이상 높은 해수층의 메탄 농도를 관측했습니다. 또, '불타는 얼음' 가스하이드레이트와 '검은 황금' 망간단괴가 이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것을 최초로 발견한 바 있습니다. 

 

북극항해 3항차 연구팀(수석연구원 진영근)은 메탄가스 방출현상을 파악하는 것과 동시에 북극해 해저자원의 원천정보를 확보할 계획이었다고 하는데요. 이번 북극 항해에서는 지난번 항해 때 발견한 망간단괴와 가스하이드레이트의 광역적 분포를 확인하기 위한 탐사도 진행했습니다. 

다중채널탄성파탐사측선 (오렌지색 선) 바닷물과 퇴적시료 채취 지점 (빨간․파란색 점, STxx), 척치해저고원 지역 (Box1), 동시베리아해 지역 (Box2). 출처: KOPRI
다중채널탄성파탐사측선(오렌지색 선) 바닷물과 퇴적시료 채취 지점(빨간 파란색 점, STxx), 척치해저고원 지역(Box1), 동시베리아해 지역(Box2). 출처: KOPRI

연구팀은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채취할 수 있는 해저 언덕 구조가 발달한 지역에서 1,500km 길이의 다중채널 탄성파탐사를 실시했습니다. 다중채널 탄성파탐사는 인위적으로 충격파를 발생시킨 후 지하 지층 경계면에서 반사되거나 굴절돼 돌아오는 파동을 다수의 센서가 설치된 수신장치로 기록하는 방법입니다. 주로 지하의 지질구조, 지층의물리적 특성을 분석하고 석유나 가스, 광물 등 지하자원을 찾는데 활용됩니다. 연구팀은 조사결과 첫 발견지로부터 270km 떨어진 지역에서 망간단괴를 찾아내 자원 부존의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동시베리아해 대륙사면 채취한 망간단괴. 출처: KOPRI
동시베리아해 대륙사면 채취한 망간단괴. 출처: KOPRI

한편 망간단괴와 메탄하이드레이트는 모두 미래 자원으로 불립니다. 망간단괴는 해저에서 주로 발견되는데요. 망간(Mn)을 주 성분으로 하는 금속덩어리입니다. 망간단괴에서는 망간 외에도 철, 구리, 니켈, 코발트 등의 금속 원소의 함량이 높아 자원 유망성이 높습니다. 

동시베리아에서 발견한 가스하이드레이트. 출처: KOPRI
동시베리아해 척치해저고원에서 채취한 ''불타는 얼음' 가스하이드레이트. 출처: KOPRI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일명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데요. 가스하이드레이트에 메탄가스가 포함돼 있어 불이 붙습니다. 통상 기체가 고체로 바뀔 때 160~200배로 압축될 수 있는데요. 가스하이드레이트 1L에는 최대 200L의 가스가 들어가 있는 셈입니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녹으면서 160배의 메탄과 0.8배의 물을 배출합니다.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생성되는 과정은 2가지 입니다. 우선 해저 미생물의 발효로 생성됐다는 생물 분해 기원이 있습니다. 또 생물의 유해가 지층 속에서 가스와 함께 열·압력을 발생됐다는 열분해 기원이 그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부존된 것으로 알려진 지역에서 심해 시추로 확인된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대부분 생물 분해 과정을 거쳐 생성됐습니다. 박테리아가 생물의 유해를 분해해 만들어낸 물질인 것이죠.

메탄은 강력한 온실가스이지만 천연가스의 주성분이기도 합니다. 같은 양의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데 석유보다 1.5배, 석탄보다 2배 적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북극에 전 세계 매장량의 약 20%가 분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라온호 연간운항일정. 출처: KOPRI
아라온호 연간운항일정. 출처: KOPRI

남극에는 많은 활화산이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화산 중 하나는 멜버른산(Mount Melbourne)입니다. 이 산은 높이 2,732m의 활화산인데요. 얼음과 불의 노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화산이 빙하와 만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빙하X화산' 메탄 엄청나게 방출

 

지난해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차가운 빙하와 뜨거운 화산의 조합은 엄청난 양의 메탄을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빙하가 메탄을 대기 중으로 방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수많은 추측이 있었습니다. 빙하 아래 지층에는 미생물, 저산소, 유기물, 물 등이 포함돼 있는 환경이라 메탄이 생성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죠. 다만, 표면을 덮고있는 빙하가 메탄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가둔다고 생각했습니다. 

솔헤이마요쿨 빙하. 출처: pixabay
솔헤이마요쿨 빙하. 출처: pixabay

연구팀은 아이슬란드의 미르달스요쿨(Mýrdalsjökull) 빙모에서 내려 오다보면 발견할 수 있는 8km 길이의 분출빙하(outlet glacier), 솔헤이마요쿨(Sólheimajökull) 빙하에 주목했습니다. 이곳은 얼음으로 뒤덮여 있는 카틀라 화산 인근에서 밀려오는 분출빙하입니다. 참고로  빙모란 육지를 덮고 있는 5만km2미만의 빙하 덩어리를 말합니다.

 

연구팀은 이 지역의 메탄 배출량을 측정하기 위해 2013년 여름부터 2017년 여름까지, 빙하 앞쪽에 해빙수로 이뤄진 호수의 가장자리에서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그리고 이 수치를 다른 지역의 퇴적물과 기타 강물들과 비교해봤습니다. 그 결과, 빙하 아래에서 솟아나와 호수로 흘러든 강에서 채취한 곳의 시료에서 메탄의 농도가 가장 높게 측정됐습니다.

솔헤이마요쿨 여름, 이런 느낌? 출처: fotolia
솔헤이마요쿨 여름, 이런 느낌? 출처: fotolia

일반적으로 메탄은 산소와 접촉하게 되면 이산화탄소로 전환됩니다. 하지만 솔헤이마요쿨의 빙하 환경에서 해빙수는 화산에서 생성된 가스와 접촉하게 되면서 물의 산소 함량은 낮아지고 일부 메탄은 물에 용해됩니다. 그래서 메탄을 다른 곳으로 운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원리로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의 양은 무려 젖소 13만 6천 마리의 소가 트림하는 양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이는 매일 41t에 달하는 메탄이 방출되는 것과 같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로 빙하가 메탄을 방출한다는 강력한 증거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아이슬란드와 마찬가지로 남극 빙하 아래에도 활발한 화산을 갖춘 지열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저자는 빙하가 어떻게 메탄을 생성하는지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앞으로 기후 변화 모델을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참고자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충청남도 보령시 큰오랏3길
  • 법인명 : 이웃집과학자 주식회사
  • 제호 : 이웃집과학자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병진
  • 등록번호 : 보령 바 00002
  • 등록일 : 2016-02-12
  • 발행일 : 2016-02-12
  • 발행인 : 김정환
  • 편집인 : 정병진
  • 이웃집과학자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6-2024 이웃집과학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ontact@scientist.town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