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를 개발했습니다. 현재 상용화에 성공한 건 일본의 미쓰비시케미컬이 유일하죠. <Green Chemistry>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한국화학연구원 울산 바이오화학연구센터 박제영‧오동엽‧황성연 박사 연구팀은 식물성 성분인 아이소소바이드와 나노셀룰로오스를 이용해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는 환경호르몬 유발 물질인 비스페놀A(BPA)가 포함된 폴리카보네이트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입니다.
'like-dissolve-like' 원리 적용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는 인체에 유해한 BPA가 포함된 폴리카보네이트의 대안으로 주목받았습니다. BPA는 내분비계 교란과 대사 장애 등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으로 국내에서는 젖병과 화장품 원료로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BPA는 대부분 폴리카보네이트에 쓰이며 영수증 용지와 식품캔 코팅소재 등에도 사용됩니다. 하지만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는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들다보니 시장성과 투명성‧고강도‧내충격성 등의 플라스틱의 특성을 모두 만족하기 어려웠습니다.
연구팀은 유사한 화합물끼리 서로 잘 섞이는 'like-dissolve-like' 원리를 적용했습니다. 연구팀은 우선 나노셀룰로오스를 아이소소바이드 액상에 미리 분산시킨 후 나노 복합체 플라스틱 중합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참고로 연구팀이 이용한 아이소소바이드와 나노셀룰로오스는 공통적으로 물에 잘 섞이는 특징인 '친수성'을 갖습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콘크리트의 철근처럼 보강재 역할을 하는 나노셀룰로오스의 분산도를 극대화했습니다. 한국화학연구원 박제영 박사는 "바이오 플라스틱은 물성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며 "식물성 원료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석유 플라스틱보다 우수한 플라스틱을 개발했다"고 말했습니다.
강도·투명도 높이고, 독성 줄이고
연구팀은 개발한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를 가지고 그동안 한계점으로 지적됐던 강도와 투명도 등과 관련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플라스틱의 강도와 투명도의 특성이 크게 개선됐음이 밝혀졌습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의 인장강도(튼튼한 정도)는 93MPa(메가파스칼)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현존하는 석유 및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참고로 석유 폴리카보네이트의 인장강도는 55~75MPa이며 일본 미쓰비시케미컬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의 인장강도는 64~79MPa입니다.
플라스틱의 투명도를 나타내는 투과율도 93%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분산된 나노셀룰로오스가 비결정성을 증가시켰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나노 복합체는 불균일한 응집물에 의한 빛의 산란으로 투명도가 감소합니다. 기존의 석유 폴리카보네이트의 투과율은 90% 수준이며 기존의 바이오폴리카보네이트의 투과율은 87%입니다.
특히 연구팀이 개발한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는 장기간 자외선에 노출되더라도 변색될 우려가 없습니다.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에는 석유 폴리카보네이트와 달리 벤젠고리가 없기 때문이죠. 이에 따라 자동차 선루프 및 헤드램프, 고속도로 투명 방음시설,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 외장재 등 산업용 소재로 사용될 수 있어 기존 폴리카보네이트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의료용 소재로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쥐 모델을 이용한 염증실험에서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의 독성이 낮음을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쥐의 진피 세포에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의 고분자를 넣어 염증 유무를 실험했습니다. 독성은 0~5 수치로 기록됩니다. 0에 가까울수록 독성이 낮은데요. 쥐 진피세포에 고분자를 넣어 염증 유무를 실험한 결과 독성 0~5 수치 중 1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한국화학연구원 오동엽 박사는 "쥐를 이용한 염증실험에서 독성이 낮은 것으로 나왔다"면서 "영유아들이 입에 가져다대도 안전해 장난감, 젖병, 유모차 소재뿐만 아니라 임플란트와 인공뼈 소재로도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화학연구원 황성연 바이오화학연구센터장은 "폐플라스틱 문제, 케모포비아 현상 등으로 플라스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플라스틱은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재인 바 국민들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바이오플라스틱을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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