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뇌에 있는 신경세포 때문에 발병?!
당뇨, 뇌에 있는 신경세포 때문에 발병?!
  • 강지희
  • 승인 2019.10.25 12:00
  • 조회수 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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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14%로 2018년 기준 환자 5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당뇨병 증가 속도 세계 1위에 잠재적 환자는 4명 중 1명꼴이지만 발병 원인은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당뇨병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모두 존재하지만 대부분 췌장 인슐린 분비세포 기능이 저하되면서 병이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뇌 때문에 당뇨에 걸린다고...? 출처: pixabay
뇌 때문에 당뇨에 걸린다고...? 출처: pixabay

이전부터 과학자들은 두뇌의 시상하부나 후뇌 등에 포도당을 감지하는 신경세포가 존재하며 당뇨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추측해왔는데요. 하지만 이런 세포들이 어떻게 포도당을 감지해 몸의 각 부위에 명령을 내리는지와 관련한 연구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뇌 속에 체내 혈당에 직접적인 기능을 하는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를 발견했습니다. KAIST 생명과학과 서성배 교수와 뉴욕대학교(NYU) 오양균 박사 공동연구팀은 이 세포를 발견하고 초파리 모델 시스템을 통해 구체적인 원리를 밝혀냈다고 하는데요. 이 연구는 <Nature>에 게재됐습니다. 

 

초지일관 초파리로 연구한 결과물

 

서성배 교수 연구팀은 오래전부터 혀나 내장기관 뿐 아니라 동물의 뇌 속에도 포도당을 감지하는 세포와 수용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초파리를 이용해 연구해왔습니다. 연구팀은 초파리의 뇌 신경조직 전체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스크리닝을 진행했는데요. 그 결과 연구팀은 초파리의 뇌에서 포도당의 영양적 가치를 판단하는데 필수적인 한 쌍의 신경세포를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한 쌍의 신경세포가 체내의 포도당 농도 증가에 반응해 활성화되는 특징이 있다는걸 파악해냈습니다.

서성배 교수 연구성과 개념도(1). 출처: KAIST
신경세포가 체내의 포도당 농도 증가에 반응해 활성화되는 특징이 있다. 출처: KAIST

연구팀은 해당 신경세포가 초파리의 인슐린 생산을 담당하는 신경조직(insulin-producing cells, IPCs)과 글루카곤 기능을 하는 단백질을 생산하는 조직(AKH-producing cells)에 각각  축삭돌기(Axon)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참고로 축삭돌기(Axon)은 신경 세포체에서 뻗어 나온 돌기입니다.

 

정리하자면, 연구팀은 한 쌍의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가 체내 혈당 조절에 중요한 호르몬을 생산하는 조직들에 직접 체내 영양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겁니다.

혈당에 반응하는 CN neuron 의 Axon 이 두 갈래로 갈라지며 갈라진 axonal branch 은 인슐린을 만드는 세포를 활성화 시키고 다른 갈라진 axonal branch 은 글루카곤을 만드는 세포를 억제시킨다. 출처: KAIST

연구팀은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와 두 호르몬 분비 조직들 사이의 물리적, 기능적 상호작용들을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연구팀은 한 쌍의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가 활성화될 경우 인슐린 생산 조직 역시 활성화 되는걸 확인했습니다. 반면 글루카곤 생산 조직의 활동은 억제됐다는군요.

새롭게 발굴된 초파리의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의 형태와 이를 억제했을 때 발생하는 초파리 음식 선택 행동의 이상. 출처: KAIST

연구팀은 반대로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를 억제해봤습니다. 그 결과 인슐린 생산 조직이 억제되면서 혈중 인슐린 농도가 감소했습니다. 반면 혈중 글루카곤 농도는 글루카곤 생산 조직에 대한 억제가 사라짐에 따라 증가했죠.

 

연구팀은 이들 호르몬의 변화로 혈중 포도당 농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하는걸 최종적으로 확인했습니다. 뇌 속에 단 한 쌍의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의 활동을 조절함으로써 당뇨병 증상을 가지는 초파리를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된 셈입니다.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가 포도당 농도 변화를 인지해 인슐린 생산 조직을 활성화하고 글루카곤 생산 조직의 활성을 억제하는 분자적 시스템에 대한 모델. 출처: KAIST

한발 더 나아가 연구팀은 초파리에서 신경전달 기능을 하는 짧은 단백질의 한 종류인 sNPF(small Neuropeptide F)가 해당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에서 발현됨을 파악했습니다. 포도당에 노출됐을 때 sNPF가 분비되는걸 확인했습니다. 또한 연구팀은 인슐린 생산 조직과 글루카곤 생산 조직에서 sNPF의 수용체가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의 신호를 받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까지 증명했습니다. 
 

  •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 (Glucose-sensing neuron)?

세포 밖의 포도당의 농도 변화를 감지하여 자신의 활성을 변화시키는 신경세포를 말합니다.

 

  • 인슐린 생산 조직 (Insulin producing cells, IPCs)?

초파리 뇌의 한 신경세포 조직으로 포유동물과는 다르게 신경세포에서 인슐린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Drosophila insulin-like protein (Dilp)을 생산합니다.

 

  • 글루카곤 생산 조직 (AKH-producing cells)?

초파리의 내분비기관 중 하나인 corpora cardiaca 에 위치한 조직으로 Adipokinetic hormone (AKH)를 분비하는데요. 이는 포유동물의 글루카곤과 유사한 기능을 갖습니다. 

 

  • sNPF (small Neuropeptide F)?

초파리의 신경전달물질로 사용되는 펩타이드 (짧은 단백질 단위) 중 하나입니다. 포유류 NPY 호르몬과 역할이 유사하며 초파리의 섭식 및 수면 행동 조절하며 발현되는 뇌 조직의 위치에 따라서 각기 다른 행동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성배 교수, 오양균 박사. 출처: KAIST
서성배 교수, 오양균 박사. 출처: KAIST

서성배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초파리에서 의미 있는 발견을 했다는 사실을 넘어 당뇨병 원인 규명과 치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며 "뇌에서 만들어지는 신호가 체내 혈당 조절에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규명되면 한 단계 진보된 당뇨병 진단 및 치료뿐 아니라 비만, 대사질환 치료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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