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古)성당 모자이크 그림처럼 '태양전지'로 건축물을 다채롭게 꾸밀 시대가 멀지 않았습니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넓은 평지나 지붕뿐 아니라 건물 외벽에 설치하는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발전도 가능한 이런 기술은 앞으로 태양전지 수요를 더 높일 전망입니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부의 장성연 교수팀은 국민대학교 응용화학부 도영락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건축물 외벽에 부착이 가능한 '풀컬러(Full color)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했습니다. 태양전지의 효율은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색상을 구현할 수 있어 실제 건물에 적용하기 유리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해당 논문은 <ACS Nano>에 게재됐습니다.
아직까지 없었다, 예쁘고 효율 높은 태양전지
현재는 실리콘 태양전지가 태양광을 직사로 받을 수 있는 건물의 옥상에 위치해 있습니다. 건물 내의 전력을 공급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죠. 실리콘 태양전지의 발전성능은 태양광의 입사각에 크게 영향을 받으므로 하루 중 최적 발전 가능 시간은 3.5시간 정도 뿐입니다. 뿐만 아니라 기상상태로 인해 낮은 조도가 형성될 때의 발전성능은 일조량이 많을 때 비해 현저히 감소합니다.
물론 건물의 옥상뿐만 아니라 외벽에도 태양전지를 설치해 발전량을 증대시키는 방법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실리콘 태양전지는 입사각 의존도가 높고 색상구현이 어려워 이를 실현하기에는 요건이 적당치 못합니다. 기존의 차세대 태양전지의 색상구현은 광활성 소재의 흡수 거동을 제어해 원하는 색상을 구현하려는 노력이 대부분었는데요. 이 경우는 태양광 흡수가 효과적이지 못해 소자의 광전효율이 급격히 감소합니다. 따라서 광흡수의 감소를 최소화하면서도 다양한 색상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었습니다.
나노반사필터, 색·효율↑, 태양전지 노화↓
연구팀은 빛 반사 영역을 최소화한 '나노 필터'와 입사각의 영향을 받지 않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굴절률을 지닌 무기소재들을 나노미터 수준에서 다층으로 막을 구성했는데요. 이로써 특정한 파장대만을 반사할 수 있는 나노반사필터를 개발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적용해 적, 녹, 청색의 태양전지 소자를 제조해냈습니다.
새로 개발된 나노반사필터의 경우 기존의 반사필터에 비해 반사하는 파장의 폭이 매우 좁아 보다 선명한 색의 구현이 가능합니다. 또한 반사의 폭이 좁은 덕분에 소자의 태양광 흡수도 최대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요. 덕분에 연구팀의 태양전지는 색상을 띠면서도 최대한 많은 태양광을 흡수합니다. 또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태양광 입사각이 달라져도 발전효율의 저하가 거의 없어 일정한 효율을 유지합니다. 실제 나노 필터를 적용한 풀컬러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은 19%에 달했다고 합니다.
실리콘 산화물(SiO₂)과 타이타늄 산화물(TiO₂)을 겹겹이 쌓은 나노 필터는 빨강, 초록, 파랑을 아우르는 다양한 파장대의 빛 반사가 가능했는데요. 동시에 그 범위를 반치폭 30㎚ 이하로 매우 좁게 구현했습니다. 덕분에 나노 필터는 태양전지가 반사로 잃어버리는 빛의 양을 최소화할 수 있죠. 연구팀은 실리콘 산화물과 타이타늄 산화물을 쌓는 방식을 조정해 파장 간섭에 따른 추가적인 반사 현상도 줄였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나노 필터에 자외선을 차단하는 기능도 추가했습니다. 자외선이 가진 높은 에너지는 태양전지를 '노화'시키는 주범인데요. 이 부분을 나노 필터로 제거한 셈이죠. 그 덕분에 태양전지의 안정성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장성연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다양한 색상의 태양전지는 매우 선명한 색깔을 구현하면서도 광전변환 효율과 안정성이 높다"며 "건축물 외벽에 적용할 경우 미적 감각을 살리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두 목표를 달성해, 향후 건축 분야에서 새로운 수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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