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에게 자동차 운전시켜본 결과
쥐에게 자동차 운전시켜본 결과
  • 강지희
  • 승인 2019.11.28 08:00
  • 조회수 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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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 운전할 수 있어! 출처: AdobeStock
나 이제 운전도 할 수 있어! 출처: AdobeStock

미국 리치몬드대학교 신경과학자 Kelly Lambert의 연구진이 쥐에게 운전을 시켜봤습니다. <Behavioral Brain Research>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쥐가 운전과 같은 복잡한 과정을 수행하면 인지기능이 좋아지고 정신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쥐의 뇌, 생각보다 유연해

'메이즈 러너' 찍게 생긴 쥐 한마리. 출처: AdobeStock
복잡한 상황에 놓인 쥐. 출처: AdobeStock

쥐들은 복잡한 상황에 놓일 경우 유연한 두뇌를 이용해 자신만의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를 증명한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쥐 미로 실험'입니다. 1920년 심리학자 칼 래실리는 쥐를 대상으로 미로 찾기 실험을 했습니다. 래실리는 쥐가 미로에서 길을 찾으면 쥐를 마취시키고 뇌의 일부를 손상시킨 뒤 다시 미로 찾기 실험을 했는데요. 실험 결과 너무 많은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는 한, 쥐는 뇌의 손상 부위에 상관없이 미로에서 길을 잘 찾았습니다.

 

보상이 있으면 효과가 커집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드워드 톨먼도 쥐 미로 실험을 했는데요. 톨먼은 쥐를 세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첫 번째 그룹의 쥐들에는 미로의 출구를 찾아낼 때마다 반드시 먹이를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그룹의 쥐들에는 출구를 찾아도 아무런 보상도 주지 않았죠. 세 번째 그룹의 쥐들에는 처음 10일 간은 탈출을 해도 보상을 주지 않다가 11일째 됐을 때부터 보상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실험 결과 첫 번째 그룹의 쥐들은 미로의 출구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급속도로 단축됐습니다. 며칠 후에도 이 쥐들은 미로에 있으면 바로 출구로 달려갔죠. 두 번째 그룹의 쥐들은 아무리 미로 학습을 반복해도 출구를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세 번째 그룹의 쥐들은 처음 10일 간은 두 번째 그룹과 마찬가지로 출구를 찾는데 시간이 오래걸렸는데요. 11일째 보상을 받자마자 첫 번째 그룹의 쥐들처럼 급속도로 미로를 탈출했습니다.

 

톨먼은 "모든 쥐들이 미로를 돌아다니며 미로의 구조와 탈출구의 위치를 다 학습했다. 한 마디로 미로 지도 자체를 머릿속에 집어넣은 셈"이라며 "다만 무언가를 학습하는 과정과 그 학습한 것을 드러내는 과정은 별개의 과정이다. 쥐든 사람이든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배운 것을 드러내고 숨길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쥐들의 자동차 어떻게 생겼나

쥐들의 자동차, 이렇게 생겼다. 출처: Richmond University
쥐들의 자동차, 이렇게 생겼다. 출처: Richmond University

Lambert의 연구진은 쥐가 차를 움직이는 것처럼 복잡한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지 궁금해했습니다. 연구진은 6마리의 암컷 쥐와 11마리의 수컷 쥐를 마련했습니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병으로 쥐들이 운전할 수 있는 작은 자동차를 만들었습니다.

 

쥐들의 자동차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자동차 안에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바닥과 핸들의 역할을 하는 3개의 구리 막대가 있는데요. 쥐들은 구리 막대들을 앞발로 조종해 자동차를 전진시키거나 옆으로 회전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모를까 쥐들의 입장에서는 꽤 복잡한 과정이죠.

 

연구진은 쥐가 탄 자동차를 작은 운동장에 뒀습니다. 운동장 한쪽에는 보상으로 쥐가 좋아하는 먹이가 있습니다. 연구진은 약간의 연습을 거친 후 쥐가 스스로 운전을 해 먹이를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훈련시켰습니다. 연구진은 쥐들이 운전에 익숙해질수록 먹이의 위치를 더 멀리 둬 쥐들의 운전 기술이 향상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운전했더니 스트레스가 줄었다

매리언 다이아몬드 박사(1926~2017). 출처: UC Berkeley
매리언 다이아몬드 박사(1926~2017). 출처: UC Berkeley

실험을 하기 전 연구진은 11마리의 쥐들을 다른 환경에 뒀습니다. 6마리는 풍족한 환경, 나머지 5마리는 빈곤한 환경에 생활하게 뒀는데요. 이 실험 방법은 버클리 대학교 신경과학자 매리언 다이아몬드의 실험을 참고한 것입니다. 

 

다이아몬드 박사의 연구진은 성체 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실험군 쥐들은 장난감과 널찍한 공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 풍족한 환경에서 생활했습니다. 대조군 쥐들은 아무 것도 없는 빈곤한 환경에서 생활했죠. 실험 결과 풍족한 환경에 산 쥐들은 빈곤한 환경에 산 쥐들보다 더 큰 뇌를 가졌다고 합니다. 

 

Lambert의 연구진은 '풍족한 환경에 산 쥐들이 빈곤한 환경에 산 쥐들보다 운전을 더 잘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 결과 연구진의 가설대로 풍족한 환경에 산 쥐들은 빈곤한 환경의 쥐들보다 운전에 흥미를 가지고 더 능숙하게 운전했습니다. 이 쥐들은 나중에 보상이 사라져도 운전에 흥미를 갖고 계속 운전을 했다고 합니다. 

운전을 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출처: pixabay
운전을 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출처: pixabay

쥐들의 운전 훈련은 쥐들의 스트레스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연구진은 쥐들의 배설물에서 코티코스테론과 디하이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의 수치를 측정했습니다. 코티코스테론은 쥐들의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사람의 코티솔과 유사한 작용을 합니다. 쥐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코티코스테론을 많이 분비합니다. 디하이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은 반대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호르몬입니다. 이 호르몬은 잉여 코티솔을 분해해 스트레스를 극복하게 해줍니다.

 

연구 결과 쥐들의 거주 환경에 상관없이 운전 훈련은 쥐들의 스트레스 수치를 감소시켰습니다. 연구진은 쥐들의 배설물을 분석한 결과 쥐들의 코티코스테론의 수치는 감소하고 디하이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은 증가함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운전과 같은 복잡한 과정이 쥐들의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Lambert는 "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하다. 다른 동물들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똑똑할 것이라 믿는다"며 "쥐와 같은 동물을 통해 인간도 도전적인 행동으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Lambert는 '뇌 가소성'을 언급하며 "복잡한 과정을 수행한 동물들이 더 효율적인 학습을 했다는 것은 뇌가 경험으로 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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