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 표면에는 작은 홈이 파여 있습니다. 이를 '딤플'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골프공 표면에는 딤플이 약 350~500개 정도 파여 있다고 하는데요. 딤플의 깊이는 평균 0.175mm입니다. 골프공은 왜 이러한 모양으로 만들까요? 표면이 매끈한 공이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걸까요?
거칠수록 더 멀리 간다
골프공 표면이 이렇게 된 배경은 1859년 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4~17세기의 골프공은 나무 재질이었습니다. 17~18세기에는 깃털공을 사용하다가 19세기 들어오면서 거타퍼차(guttapurcha)로 만든 저렴한 공이 사용됐다고 합니다. 거타퍼차는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나무의 수액으로 만든 천연 라텍스 수지라고 하는데요. 당시 이 공을 가지고 골프를 치던 골퍼들은 경기를 하면서 표면이 거친 공이 더 멀리 날아간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이후 골프공 제작자들은 의도적으로 공 표면을 거칠게 만들었고 오늘날의 딤플공 모양에 이르게 됐습니다.
하지만 왜 표면이 거친 공이 더 멀리 날아가는지 과학적으로 설명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결국 과학자들은 골프공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를 알아냈는데요. '공기 역학' 원리가 핵심입니다.
공기 저항 줄여줘
골프 공에 파인 작은 홈은 공기 저항을 감소시킨다고 합니다. 저항은 공 뒤쪽에 생기는 소용돌이 때문에 발생하는데요. 소용돌이가 생기면 공기의 압력이 내려가고 공을 뒤쪽으로 잡아당기는 저항력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공의 딤플들은 공에서 가장 가까운 공기의 경계층 자체에 난기류를 형성해줍니다. 경계층은 공의 뒷부분으로 돌아가며 분리되는데요. 난기류가 형성되면서 경계층의 분리를 지연시켜주고 그 결과 공 전체의 기압 차이가 감소하게 돼 항력이 줄어듭니다.
즉, 딤플이 있으면 공 뒤쪽에 소용돌이가 잘 생기지 않아 공기 저항이 감소합니다. 이 덕분에 골프공 뒤에서 발생하는 후류의 폭이 줄어듭니다. 공 전체의 기압 차이가 감소하고 그 결과 딤플공의 항력은 표면이 매끄러운 공의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딤플, 스핀량 조절한다
골프공의 딤플 문양은 골프공의 회전, 즉 스핀으로 생긴 힘을 더 강화시켜줍니다. 스핀은 임팩트 순간 볼이 헤드면에서 미끄러지며 생깁니다. 참고로 임팩트란 골프채의 평평한 면인 클럽(골프채) 페이스로 공을 칠 때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충돌을 말하는데요. 임팩트 순간 골프공에는 면과 수직이 되는 항력이 발생합니다. 이때 클럽 헤드는 이 항력 방향으로 이동하지 않고 오히려 전혀 다른 방향으로 치우치게 되는데요. 이 두 방향의 차이 때문에 공에 스핀이 걸리게 됩니다.
공에 스핀이 걸렸을 때 공 주변의 공기는 공과 함께 회전하는데요. 공 위쪽에서 공기의 유속은 빨라지는 반면 공의 아래쪽에서는 느려집니다. 유속이 빠라지면 압력은 그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 낮아지는데요. 이를 '베르누이의 정리(Bernoulli's theorem)'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공 위쪽의 공기가 받는 압력은 아래쪽보다 낮아집니다. 그 결과 공의 위쪽 방향으로 양력이 발생합니다. 즉, 비행기 날개처럼, 공을 위로 올려주는 현상이 발생하는 거죠. 이러한 현상 역시 표면이 매끄러운 공 보다는 딤플공에서 더 명확히 나타난다고 해요. 앙력이 더 크니, 딤플 공이 더 멀리 날아갈 수 밖에 없는거죠. 물론, 스핀이 걸리지 않은 딤플공은 양력을 발생시키지 못하겠지만 일단 양력을 발생시키는 스핀이 걸린 공은 딤플 덕분에 그 효과가 강화됩니다.
##참고자료##
- Mark F. Smith, <골프의 과학-티에서 홀까지 최상의 플레이 방법>, 명인문화사(2014)
- 오츠키 요시히코, <골프는 과학이다-원리를 알면 골프가 쉬워진다>, 아르고나인(2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