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11월 <Nature>에 한 편의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이 연구에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미스터리 공룡, 데이노케이루스(Deinocheirus:무서운 손)의 비밀이 밝혀졌습니다. 이 연구에는 당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 관장이었던 이융남 박사(현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지질박물관 이항재 연구원과 몽골, 캐나다, 일본, 벨기에, 프랑스의 국제 공동 연구진이 저자로 참여했습니다.
이후 연구진들은 발굴 화석들의 추가 연구와 복제, 박물관 건립 등을 추진했으나 후속 연구로 이어가진 못했습니다. 결국 2017년 데이노케이루스의 모든 발굴 화석이 몽골로 반환됐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데이노케이루스의 전신 골격을 복제했고 2019년 7월 도교국립과학박물관에 공룡 엑스포를 열어 공개 전시했습니다.
일본의 데이노케이루스 전신 골격 복제는 보존된 화석을 그대로 재현했을 뿐 당시의 실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불완전한 복원이었습니다. 이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지질박물관을 중심으로 복원 연구팀을 꾸려 공룡 데이노케이루스의 복원 작업에 나섰습니다.
데이노케이루스 전신 골격, CG로 복원
연구팀은 연구 과정에서 작성하고 촬영한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복원 작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비교해부학적 지식을 적용했습니다. 수백개에 이르는 성체와 유체의 골격 대부분에 관한 정밀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또, 측정 자료와 도면을 바탕으로 각 골격의 3차원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디지털화된 3차원 모델이기 때문에 실물 화석으로는 하기 어려운 확대 축소와 복제, 회전과 이동, 변형 바로잡기, 빈 부분 채우기, 관절 가동 범위 파악 등이 가능했습니다. 변형이 심한 두개골의 경우 사진 자료와 함께 연구를 통해 작성한 복원 도면을 기초로 새로 모델링했습니다. 관련된 공룡의 두개골 구조를 참조해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내부 구조까지 복원해냈습니다.
초기 연구에서 알 수 없던 사실 밝혀내
연구팀은 디지털 복원 과정의 초기 연구에서는 알 수 없었던 사실과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등의 혹이 초기 연구에서 복원했던 모습보다 좀 더 완만하고 둥그스름한 형태를 띠게 됐습니다. 변형이 심했던 두개골은 내부구조를 포함해 입체적인 형태로 더욱 명확하게 복원해냈습니다. 또한 갈비뼈와 척추의 결합 형태와 복늑골 배열을 입체적으로 복원하면서 복부의 크기와 형태를 알 수 있게 됐습니다.
연구팀은 전체 골격을 기본자세로 조립한 이후 최종 목표인 3D 프린팅 1/4 축소 복원골격의 전시용 자세를 완성했습니다. 살아있는 데이노케이루스를 전제로 해 가동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게 관절을 움직였습니다. 연구 논문에서 밝힌 이 공룡의 습성처럼 물가의 부드러운 식물을 뜯어먹기 위한 자세로 전신골격의 관절을 재조정한 끝에 자연스러운 포즈가 완성됐습니다.
데이노케이루스, 어떤 모습이었을까
연구팀은 골격 복원에 더해 과학적 근거에 따른 데이노케이루스 외형의 입체복원 모델을 제작했습니다. 화석에 남은 흔적과 지금의 동물을 비교 참고하며 완성된 골격에 근육과 피부를 입혔습니다. 특히 이빨이 전혀 없다고 밝혀진 데이노케이루스가 식물을 먹는다면 그 역할을 대신한 것은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
데이노케이루스의 주걱처럼 넓적한 주둥이 끝 표면은 거칠고 많은 혈관구멍이 존재합니다. 이는 각룡류와 하드로사우루스류에서도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여기에는 각질의 부리가 있어 위아래의 부리가 가윗날처럼 식물을 잘라 뜯어내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데이노케이루스는 길고 좁은 주둥이 안에서 먹이를 목구멍으로 넘기기 위한 매우 긴 혀를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발굴 현장에서 발견된 1,400여 개의 위석들은 이렇게 삼킨 식물의 소화를 돕습니다. 위장 내용물로 위석과 함께 발견된 물고기의 파편은 데이노케이루스가 물고기도 잡아먹는 잡식성 공룡이었음을 알려줍니다.
흉추(등척추)와 선추(골반 척추)에 높이 솟은 신경배돌기들은 튼튼한 인대와 두꺼운 근육으로 감싸있었습니다. 이에 공룡의 등은 마치 단봉낙타의 혹처럼 보였을 겁니다.
데이노케이루스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상체 때문에 평소 걷거나 서 있을때는 앞을 들어 올려 기울어진 자세를 취했습니다. 크고 휘어진 앞발톱엔 길고 구부러진 갈질의 발톱 껍데기가 씌워져 있어 식물 줄기를 걸어 끌어당기는 갈고리 역할을 했습니다. 뭉툭하게 잘린 형태의 뒷발톱은 무른 습지 바닥에 빠지거나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피부 표면엔 다각형의 파충류형 비늘로 덮여있었는데 공룡의 색깔에 관한 최근 연구를 반영해 등 쪽은 어둡고 배 쪽은 밝게해 피부 무늬를 배치했습니다. 대형 공룡의 피부가 두꺼운 털로 덮일 경우 체열 발산이 어렵기 때문에 케이노케이루스는 비늘 피부에 코끼리나 코뿔소처럼 잔터링 드문드문 남아 있는 정도로 피부를 복원했습니다.
3D프린팅 활용해 입체모형 만들어
데이노케이루스의 복원골격 3D 그래픽 데이터는 연구결과를 반영해 해부학적으로 정확하게 복원된 자료입니다. 연구팀은 3D 프린팅을 활용해 입체모형을 만들어냈습니다. 데이노케이루스 복원을 총괄한 이항재 연구원은 "최초 발굴 50년만에 데이노케이루스의 완벽한 골격 복원과 과학적으로 고증된 외형이 제작됐다"며 "앞으로 연구를 지속해 실물크기의 복원과 제작은 물론 다양한 체험 교육용 콘텐츠 개발을 통해 지구과학자 양성에 힘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복원된 데이노케이루스의 골격과 입체모형은 현재 지질박물관에 전시돼 있어 누구나 관람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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