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현생 인류, 왜 이주했을까
가장 오래된 현생 인류, 왜 이주했을까
  • 강지희
  • 승인 2019.10.30 18:05
  • 조회수 1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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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인류의 이동을 알아냈다. 출처: pixabay
오래된 인류의 발상과 이동을 알아냈다. 출처: pixabay

부산대 석학교수이자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악셀 팀머만 단장 연구팀이 호주, 남아공 연구진과 함께 현생인류의 정확한 발상지와 이주 원인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습니다. <Nature>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현생인류의 가장 오래된 혈통은 20만 년 전 아프리카 칼라하리 지역에서 출현했습니다. 그러다 13만 년 전, 현생인류는 기후 변화로 인해 이주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칼리하라 지역은 나미비아와 짐바브웨 국경에 이르는 보츠와나의 북부 지역에 해당합니다.  

칼리하라 지역은 나미비아와 짐바브웨 국경에 이르는 보츠와나의 북부 지역에 해당합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칼리하라 지역은 나미비아와 짐바브웨 국경에 이르는 보츠와나의 북부 지역에 해당합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현생인류의 발상지를 찾아서

 

현생인류란 현존인류와 해부학적으로 동일한 인류를 말합니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해부학적 현생인류' 혹은 '현대인류'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현생인류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출현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다만 정확한 발상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현생인류 유골은 동부 아프리카에서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혈통인 'L0'의 후손은 주로 남부 아프리카에 거주했었다고 하는군요.

혈액 샘플로부터 L0 유전자 뿌리를 추적하는 과정
혈액 샘플로부터 L0 유전자 뿌리를 추적하는 과정.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연구팀은 남아프리카에 사는 후손들의 DNA를 추적해 현생인류의 정확한 발상지를 밝혀냈습니다. 남아프리카에 남아있는 L0 유전자 그룹 후손들은 인류의 유전 역사 중 가장 오래된 조각 일부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바로 미토콘드리아의 DNA 서열이었습니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오직 어머니 쪽에서만 유전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이 때문에 세대에 걸쳐 서서히 변화를 축적하며 마치 타임 캡슐처럼 작용하죠. 그래서 서로 다른 개인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비교하면 그들의 혈통이 얼마나 가까운지 알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L0 혈통의 후손 198명을 새로 찾아내 미토콘드리아 DNA 서열을 얻었습니다. 

 

연구진은 새로 찾아낸 L0 혈통의 후손 198명의 미토콘드리아 DNA 서열을 기존의 1,019개 표본으로 작성된 L0의 하위 계통 출현 연대표를 다시 작성했습니다. 새로운 연대표에는 이전에 밝혀지지 않았던 희귀 하위 계통이 추가됐습니다. 이렇게 유전자 계통 지도로부터 유전적 발산 시간을 추정하면 과거 현생인류의 이주 연대표를 재구성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L0 그룹의 하위 계통과 이주 지도. 출처: E Chan et al. Nature(2019)
L0 그룹의 하위 계통과 이주 지도. 출처: 제공 E Chan et al. Nature(2019)

유전자 하위 계통의 출현 시점은 이주 시점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었는데요. 연구팀은 개선된 연대표와 후손들의 언어·문화·지리적 분포 정보를 연계해 최초의 이주 경로와 발상지를 추적할 수 있었습니다.

 

현생인류가 이주한 이유

남아프리카 강수와 최초 이주의 상관관계
남아프리카 강수와 최초 이주의 상관관계.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연구팀은 해양 퇴적물 등 고(古)기후 자료와 기후 컴퓨터 모델 분석을 이용해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현생인류가 발상지에서 이주한 원인이 지구 자전축 변동으로 인한 아프리카 지역의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당시 기후변화의 원인은 세차운동 때문이었는데요. 세차운동으로 인해 지구의 자전축이 흔들리며 남반구의 여름 일사량을 변화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남아프리카 전역의 강우량이 주기적으로 변했습니다. 

 

  • 세차운동?

태양과 달의 인력으로 인해 지구 자전축이 약 21,000년 주기로 회전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기후 변화로 13만 년 전 현생인류의 발상지였던 남아프리카의 북동쪽 지역(현재 잠비아, 탄자니아 지역)에서 약 11만 년 전에 남서쪽(현재 나미비아, 남아공 지역)으로 녹지가 확장됐습니다. 이에 현생 인류가 이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죠. 

 

20만 년 전부터 13만 년 전까지 현생인류는 칼라하리 지역의 대규모 습지에서 살았습니다. 이 시기에는 발상지로부터의 이주에 대한 증거가 없었죠. 약 13만 년 전 지구 궤도와 태양 복사로 인해 발상지의 북동쪽으로 강수와 식생이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현생인류는 먼저 북동쪽으로 이주가 가능해졌습니다. 

 

약 2만 년 후 녹지축이 남서쪽으로도 개방돼 현생인류는 남아프리카 남서 해안쪽으로 이주가 가능해졌습니다. 현생인류 중 한 그룹은 발상지에 남았고 그들의 후손 일부(Kalahari Khoesan)는 여전히 칼라하리에 살고 있습니다. 

 

유전학적 증거와 기후 물리학의 만남

이번 연구를 주도한 악셀 팀머만 단장.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이번 연구를 주도한 악셀 팀머만 단장.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이번 연구는 유전학적 증거와 기후물리학을 결합해 초기 인류의 역사를 다시 썼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연구를 이끈 악셀 팀머만 단장은 "호주의 유전학자들이 유전자를 채취해 분석하고 IBS의 기후물리학자들이 고기후를 재구성한 덕분에 인류 첫 이주에 대한 최초의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앞으로 L0 외 다른 혈통의 이주경로도 추적해 인류 조상들이 어떻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는지, 기후변화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초기 인류 역사의 수수께끼를 계속해서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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