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비타민, 왜 뒤에 알파벳 붙일까?
[연재]비타민, 왜 뒤에 알파벳 붙일까?
  • 강지희
  • 승인 2019.11.08 10:20
  • 조회수 1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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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은 어떤 물질이다? 출처: AdobeStock
비타민은 어떤 물질? 출처: AdobeStock

 

비타민은 먹지 않을 경우 당신을 질병에 걸리게 할 물질이다

미국의 헝가리계 생화학자 알베르트 센트죄르지(Albert Szent-Gyorgyi)가 한 말입니다. 센트죄르지는 비타민 C와 푸마르산의 촉매 과정을 밝힌 공로로 193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고대 원시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를 볼 때 비타민 결핍은 인류의 질병 및 사망의 주 원인이었습니다. 문서 등을 찾아보면 괴혈병, 각기병 등이 항해 중인 선원들 뿐만 아나라 한 나라의 국민을 떼죽음으로 몰고 간 기록을 볼 수 있죠. 하지만 20세기 초반까지 사람들은 동물의 건강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려면 탄수화물, 단백질, 무기질, 지방, 물 등의 5대 영양소만 필요하다고 인식했습니다. 이 당시의 의사들과 과학자들도 대부분의 질병이 미생물 감염 때문에 발생한다 생각했습니다. 영양소의 결핍이 원인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과학사에서 비타민의 발견이 이처럼 늦어진 이유는 뭘까요. 식품에 함유된 비타민의 양이 극히 적기 때문입니다. 인체에도 비타민은 극소량만 존재하죠. 매우 적은 양의 비타민을 분리해내기 위해서는 고도의 지식과 기술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자연식품 안에 건강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무언가'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사람은 러시아의 의사 니콜라이 루닌(Nikolai Lunin)이었습니다. 1881년 루닌은 생쥐가 우유와 같은 사료를 먹이니 살아남고 위에 언급한 5대 영양소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음을 발견했습니다. 루닌은 우유 안에 필수적인 영양물질이 있음을 알렸습니다. 주목받지는 못했죠.

 

왜 이름이 비타민?

프레드릭 홉킨스. 출처: Wikimedia Commons
프레드릭 홉킨스. 출처: Wikimedia Commons

20세기 초반이 돼서야 과학자들은 루닌이 발표한 '무언가'를 연구하고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1906년 영국의 생화학자 프레드릭 홉킨스(Frederick Gowland Hopkins)는 음식물이 5대 영양소 외에 보조영양소를 포함한다고 보고했습니다. 비타민이라는 이름은 1911년 폴란드의 화학자 카지미르 풍크(Casimir Funk)가 처음으로 명명했습니다. 비타민의 처음 이름은 'Vitamine'이었습니다.

 

풍크는 쌀겨로부터 분리해낸 물질이 매우 적은 함량의 질소 함유 유기물임을 발견했는데요. 'vita'는 라틴어로 '생명'을 의미합니다. 뒤에 붙은 'amine'은 아민기(amine)를 가진 질소 함유 유기물질을 의미하죠. 풍크는 '아민기를 가진 물질로써 동물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물질'이라는 의미로 '비타민'이라고 명명했습니다. 

 

1912년 홉킨스를 시작으로 다른 비타민들이 연이어 발견됐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모든 비타민들이 아민기를 갖지 않음을 발견했죠. 1920년 영국의 생화학자 잭 드러몬드(Jack Cecil Drummond)는 'Vitamine'이라는 이름에서 어떤 화학적 의미를 피하기 위해 마지막의 'e'자를 제거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때문에 'Vitamine'은 지금에 'Vitamin'에 이르게됐습니다. 학자들은 비타민에 A, B, C와 같은 알파벳을 붙여 이름을 명명했습니다. 비타민 뒤에 알파벳을 부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비타민의 역사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비타민 A와 B

비타민 B가 풍부한 음식들. 출처: AdobeStock

1886년 네덜란드 사람들은 동인도제도에서 각기병(베리베리병)을 걱정해왔습니다. 베리베리(Beri-beri)는 세이론섬의 신할라말로 '나는 할 수 없다'는 뜻을 가졌습니다. 각기병에 걸린 사람은 위축된 근육 또는 부은 다리로 '나는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보였으며 심부전으로 사망했죠. 네덜란드의 육군 의사였던 크리스티안 에이크만(Christiaan Eijkman)은 1897년 재원 부족 때문에 실험용 병아리들에 병원의 찌꺼기 밥을 먹였습니다. 이 당시의 에이크만도 각기병이 감염으로 진행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질병에 걸린 닭으로부터 건강한 닭에게 질병을 옮기는 실험도 해봤지만 헛수고였죠.

 

한편 그 사이 갑자기 닭의 질병이 사라지고 실험 대상이 살아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를 본 에이크만은 다른 각도로 실험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에이크만은 닭의 각기병이 유행하는 기간 중 한 요리사가 하얀 쌀을 먹이로 준 점과 교체된 요리사가 창고의 환자용 쌀 대신 시판의 사료를 닭에게 줬을 때 닭의 병이 사라진 점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크리스티안 에이크만. 출처: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
크리스티안 에이크만. 출처: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

에이크만은 동인도제도의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들을 대상으로 실험했습니다. 에이크만은 사람의 각기병도 먹는 쌀의 종류와 관련이 있는지 실험했죠. 실험을 통해 에이크만은 도정된 최고 품질의 쌀을 먹은 죄수들은 도정되지 않은 쌀을 먹은 죄수들보다 각기병에 걸릴 확률이 300배나 높음을 발견했습니다.

 

1901년 에이크만은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식사 중 아주 적은 양이고 영양의 가치는 없더라도 '어떤 물질'이 필요함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죠. 하지만 에이크만의 연구와 영국의 생화학자 홉킨스의 연구로 '어떤 물질'은 비타민임이 밝혀졌습니다. 에이크만과 홉킨스는 비타민을 발견한 공로로 192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했습니다. 에이크만이 발견한 비타민은 후에 '비타민 B'로 명명됐습니다.

비타민 A가 풍부한 음식들. 출처: AdobeStock

비타민 A는 1913년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의 생화학자 앨머 맥콜럼(Elmer McCollum), 예일대학교의 생화학자 라파예트 멘델(Lafayette Mendel)과 토마스 버 오스본(Thomas Burr Osborne)이 발견했습니다. 맥콜럼의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요. 연구진은 정제된 사료를 쥐에 먹였을 때 쥐의 눈에 장애가 생기고 성장에 방해가 생김을 발견했습니다. 이 쥐들에 우유를 보충하면 정상적인 성장이 이뤄졌죠. 연구진은 우유의 지방층에서 비타민 A를 분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구진은 비타민 A가 눈의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후 과학자들은 비타민 A가 지용성을 나타내고 비타민 B가 수용성을 나타냄을 발견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지용성을 가진 비타민을 비타민 A, 수용성을 가진 비타민을 비타민 B라고 명명했습니다. 비타민 A, B 이후의 비타민들은 발견 순서에 따라 알파벳이 차례로 붙어 C, D, E라고 명명됐습니다. 

 

여기서 잠깐, 지용성 비타민과 수용성 비타민이 뭘까요? 모든 비타민들은 용해성을 갖습니다. 하지만 어떤 비타민들은 지방에 용해되고 다른 비타민들은 물에 용해되는데요. 지방이나 다른 유기용매에 녹는 비타민을 '지용성 비타민', 물에 녹는 비타민을 '수용성 비타민'이라고 부릅니다. 

 

지용성 비타민으로는 비타민 A, D, E, K 등이 있고 수용성 비타민으로는 비타민 B, C가 있습니다. 비타민의 용해성은 비타민의 급원 식품, 체내 대사, 또는 식품의 조리와 저장 과정 중의 비타민의 손실 정도를 나타낼 수 있는데요. 때문에 비타민 분류방법은 여러 분야에서 매우 유용하다고 합니다.  

 

비타민 C

비타민 C가 풍부한 음식들. 출처: AdobeStock

괴혈병은 비타민 C가 결핍돼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모세혈관이 약해지고 출혈이 멈추지 않는 증상을 보이죠. 심해질 경우 심장 기능이 정지해 사망할 수 있습니다. 비타민 C 부족이 흔치 않은 요즘은 괴혈병의 위험성이 그다지 익숙하진 않은데요. 르네상스 시기부터 괴혈병은 결코 만만한 병이 아니었습니다. 괴혈병은 먼 항해를 하는 선원들에게 자주 발생하는 골칫거리였습니다. 실제 역사를 보면 15, 16, 17세기에 장기간 바다를 항해해야 하는 항해사나 선원들은 괴혈병의 공포의 떨어야 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포르투갈의 항해가 바스코 다 가마가 대표 사례입니다. 다 가마는 1497년 배를 타고 희망봉을 돌아 인도로 향했는데요. 인도로 가는 수개월 사이 60% 넘는 선원들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잃었습니다. 당시 이 선원들은 모두 잇몸이나 구강 점막에 출혈이 발견됐는데요. 잇몸과 구강 점막의 출혈은 괴혈병의 증상 중 하나입니다. 이 외에도 약 수백만 명의 선원들이 장기 항해 도중 괴혈병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제임스 린드. 출처: Wikimedia Commons
제임스 린드. 출처: Wikimedia Commons

괴혈병은 18세기의 항해사들도 괴롭혔습니다. 1746년 영국의 의사 제임스 린드(James Lind)는 감귤류의 신과일이 괴혈병을 치료해줄 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린드는 왜 신과일이 괴혈병에 좋은지 원인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린드의 경험적인 실험방법은 효과를 보였죠. 그 후 영국 선원들은 린드의 조언에 따라 먼 항해를 떠날 때 레몬과 라임주스를 배에 실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20세기 초까지 비타민 C라는 존재를 알지 못했습니다.

 

비타민 C는 1907년 노르웨이의 위생학자 홀스트(Axel Holst)와 프로리히(Theodor Frölich)의 실험에서 두각을 드러냈습니다. 홀스트와 프로리히는 괴혈병에 걸린 기니피그를 통해 괴혈병을 치료하는 데 녹색 채소가 매우 효과적임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두 과학자는 사람이 이 물질을 합성할 수 없으며 녹색 채소를 먹지 않으면 괴혈병에 걸린다는 점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이름을 지을 때는 비타민 A를 발견한 맥콜럼이 이미 비타민 A와 B를 구분해 명명해놓은 상태였는데요. 이에 영국의 생화학자 잭 드러먼드가 이 괴혈병 치료 물질을 '비타민 C'라고 명명했습니다. 

 

비타민 C의 화학 구조는 1930년대에 이르러서야 발견됐습니다. 1920년대 말 미국의 생화학자 알베르트 센트죄르지는 동물의 부신, 그리고 오렌지와 양배추 등의 식물즙으로부터 '헥수론산'이라는 화합물을 분리해냈습니다. 당시 센트죄르지는 부신체계의 기능 뿐만 아니라 부신체계의 파괴가 애디슨 병을 일으키는 기전을 연구했습니다. 

 

애디슨 병에 걸린 환자들은 피부 색소가 갈색으로 변했습니다. 센트죄르지는 사과와 바나나의 갈변 현상을 떠올렸습니다. 사과의 갈변 현상은 산화와 관련된 현상인데요. 센트죄르지는 갈변이 발생하지 않는 식물을 연구해 산화를 막는 요인을 알아냈는데요. 연구 결과 센트죄르지는 갈변이 없는 식물 안에서 갈색 물질의 발생을 막는 강력한 환원제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알베르트 센트죄르지. 출처; Wikimedia Commons
알베르트 센트죄르지. 출처; Wikimedia Commons

센트죄르지는 일단 이 환원물질을 '헥수론산(Hexuronic acid)'이라 명명했습니다. 센트죄르지는 자신이 비타민 C를 발견한 게 아닌가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센트죄르지는 그 추론을 검증할 설비를 갖지 못했죠. 1930년대 헝가리로 돌아간 센트죄르지는 헝가리 요리 재료에 많이 사용하는 파프리카에도 헥수론산을 얻을 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센트죄르지는 헝가리에서의 실험을 통해 헥수론산이 괴혈병을 치료할 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1932년 4월 센트죄르지의 연구진은 기니피그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진은 기니피그들에 매일 1mg의 헥수론산을 투여했는데요. 실험 결과 기니피그들은 괴혈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식물즙의 괴혈병 치료는 즙이 함유하고 있는 헥수론산의 양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헥수론산의 구조는 영국 버밍엄대학교의 화학자 노먼 하워스가 밝혀냈습니다. 이후 센트죄르지는 헥수론산의 이름을 '아스코브르산'으로 바꿨습니다. 아스코브르산은 'not'이란 뜻의 라틴어 'A'와 괴혈병이란 뜻의 라틴어 'scorbutus'에서 파생된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후 센트죄르지는 1937년 '생물학적 연소 과정과 관련된 발견 특히 비타민 C와 푸마르산의 촉매 작용에 관련된 발견의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같은 해 노먼 하워스도 '탄수화물과 비타민 C를 연구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비타민 D와 비타민 E

비타민 D가 풍부한 음식들. 출처: AdobeStock

비타민 D는 영국의 과학자 에드워드 멜란비(Edward Mellandy)가 먼저 발견했습니다. 멜란비는 구루병에 걸린 강아지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멜란비는 먼저 강아지들에 저지방 식이와 빵을 먹여서 강아지들의 뼈를 망가뜨렸습니다. 그 다음 생선 기름에 들어있는 지용성 A를 먹였습니다. 참고로 지용성 A는 위에서 언급한 미국의 생화학자 앨머 맥콜럼이 발견했습니다. 맥콜럼은 정상적인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물질들이 특정 지방에 섞여 있다는 것을 밝혀내면서 이를 '지용성 A'라고 불렀습니다.

 

멜란비는 강아지들의 구루병이 사라졌음을 발견하고 지용성 A의 성분 분석을 했습니다. 분석한 결과 그 안에는 구루병을 막는 물질과 성장을 정상적으로 진행시켜주는 물질이 함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멜란비는 정상적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물질을 '비타민 A', 구루병을 막는 물질을 '비타민 D'라고 명명했습니다.

 

그 후 독일의 유기화학자 아돌프 빈다우스(Adolf Windaus)는 스테롤 물질 그 중에서 콜레스테롤의 구조를 밝혀냈습니다. 또한 스테롤 물질의 일종인 에르고스테롤에 자외선을 쬐면 비타민 D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빈다우스는 이러한 공로로 1928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빈다우스는 비타민을 연구한 과학자들 중 최초로 노벨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비타민 E가 풍부한 음식들. 출처: AdobeStock

비타민 E는 1922년 미국의 해부학자 허버트 에반스(Herbert Evans)와 스콧 비숍(Scott Bishop)이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쥐를 이용해 실험했는데요. 연구진은 특정 식물성 기름을 준 쥐는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건강한 새끼를 낳음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식물성 기름에 특수한 물질이 있음을 알고 이를 '비타민 E'라고 명명했습니다. 

 

비타민 E의 화학명은 '토코페롤(Tocopherol)'인데요. 토코페롤은 1938년 그리스어 '자녀출산' 또는 '힘을 부여하다'에서 유래했습니다. 화학명의 의미처럼 사람들은 비타민 E가 출생률을 높여줄 것으로 믿었습니다. 오죽하면 케임브리지대학 출신의 나이 많은 의사들이 이런 노래를 불렀다는군요.

비타민 E는 내가 소망했던 것
우리는 그것을 차에 넣어 마심으로써
마리 스토프(영국의 산아제한 운동가)의 희망을 꺾을 것이다. 

예외도 있다

비타민 K가 풍부한 음식들. 출처: AdobeStock

발견된 순서가 아닌 다른 이유로 알파벳이 붙은 비타민들도 있다고 합니다. 비타민 K와 P, H는 발견된 순서가 아닌 비타민이 영향을 미치는 생리작용에 따라 명명됐습니다. 비타민 K는 덴마크의 생화학자 헨리크 담(Henrik Dam)과 미국의 생화학자 에드워드 애들버트 도이지(Edward Adelbert Doisy)가 발견했습니다. 담은 닭의 콜레스테롤 합성과정을 연구하고 있었는데요. 담은 실험에서 닭들에게 합성사료를 먹였습니다. 이때 담은 닭의 피하질이나 근육 속에서 출혈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담은 처음에 괴혈병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료 중에서 비타민 C가 들어간 레몬즙이나 다른 비타민이 들어간 사료를 닭에 먹였습니다. 하지만 효과가 전혀 없었죠. 이에 담은 발견되지 않은 어떤 비타민이 이에 관계하고 있으리라 예상했습니다. 담은 이 비타민이 혈액 응고에 관여할 것이라 생각한 끝에 덴마크어의 '응고(Koagulation)'라는 단어의 첫 글자를 빌어 '비타민 K'라 명명했습니다. 얼마 후 도이지의 연구진은 비타민 K를 분리하고 그 구조를 밝혀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담과 도이지는 비타민 K를 발견한 공로로 1943년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비타민 P도 생리작용을 모티브로 명명됐다고 합니다. 비타민 P는 비타민 C를 발견한 센트죄르지가 발견했습니다. 비타민 P는 혈액투과성의 생리작용을 가지며 모세혈관 벽을 튼튼하게 해줍니다. 비타민 P가 결핍되면 모세혈관으로부터 혈액이 침출되기 쉬워지죠. 과학자들은 '혈액투과성(Permeability)'이라는 머릿말 P를 따 비타민 P라고 명명했습니다. 

 

비타민 H는 1931년 미국의 헝가리계 생화학자 폴 기오르기(Paul Gyorgy)가 발견했습니다. 기오르기는 비타민 H가 결핍되면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음을 발견했는데요. 1938년 기오르기는 '피부(Haut)'의 머릿말 H를 따 비타민 H라고 명명했습니다. 

 

비타민 F, G는 어디 갔지?

A, B, C, D, E...K? 출처: pixabay
A, B, C, D, E...K? 출처: pixabay

비타민 F와 G는 없는 걸까요? 예전에는 비타민 F와 G가 존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타민 F는 후에 불포화 지방산이자 필수 지방산 중 하나임이 밝혀졌습니다. 비타민 F는 현재 '리놀산(linolic acid)' 또는 '리놀렌산(linolnic acid)'이라고 불리며 교과서적으로는 비타민으로 인정받지 않습니다. 비타민 G는 현재 '리보플라빈(Riboflavin)' 또는 '비타민B2'라 불리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많은 연구 끝에 여러 종류의 비타민 B가 있음이 발견됐는데요. 이러한 비타민 B들을 합쳐 '비타민 B 복합체'라고 부릅니다. 위에서 언급한 비타민 B는 현재 '티아민(Thiamin)' 또는 '비타민 B1'이라 부릅니다. 비타민 H도 현재 비타민 B 복합체 중 하나에 속하며 '비오틴(Biotin)' 또는 '비타민 B7'이라 부릅니다. 

 

정리해보면?

 

차츰 비타민들의 화학적 특성이 밝혀지면서 비타민들의 화학구조를 나타내는 화학명이 사용되기 시작됐습니다. 하나의 비타민이 여러 다른 이름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각각의 비타민들은 대부분 자연식품 중에 몇 개의 화학물질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비타민의 명명은 점점 복잡해졌죠. 결국 1979년 미국영양학회의 학술용어 위원회에서 비타민의 명명을 단일화했습니다. 현재 비타민의 명명은 미국영양학회의 기준을 일반적으로 채택 및 사용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 오진곤 <과학자 360 : 인물로 엮은 과학의 역사>. 전파과학사(2006).
  • 권상용 외 <최신 생화학>. 광문각(2009).
  • 황신영 <홉킨스가 들려주는 비타민 이야기>. 자음과 모음(2008).
  • 안홍석 외 <디지털시대 영양과 건강>. 성신여자대학교출판부(2002).
  • 노벨재단 <당신에게 노벨상을 수여합니다 - 노벨 생리-의학상>. 바다출판사(2017).
  • 리차드 고든 <역사를 바꾼 놀라운 질병들>. 에디터(2005).
  • 정윤상 <비타민 내 몸을 살린다>. 모아북스(2009).
  • 롭 마이어스 <칫솔을 삼킨 여자>. 양문(2009).
  • 존 그리빈 <세상을 바꾼 위대한 과학실험 100>. 예문아카이브(2017).
  • Campbell, Reece, Urry <캠벨 생명과학>. 바이오사이언스(2012).
  • 오미야 노부미쓰 <재미있는 화학상식>. 맑은창(2004).
  • Ewha Womans University Press <영양학>. 이화여자대학출판부(1989).
  • Lee McDowell <Vitamin History, the Early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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