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 질소, 쇠구슬로 그래핀에 도핑?!
공기 중 질소, 쇠구슬로 그래핀에 도핑?!
  • 함예솔
  • 승인 2019.11.05 18:40
  • 조회수 41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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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C)로만 이뤄진 그래핀(Graphene)의 단점은 밴드 격차(Band Gap)이 없다는 건데요.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질소 도핑(Doping)이 흔히 사용됩니다. 도핑이란 결정의 물성을 변화시키기 위해 소량의 불순물을 첨가하는 공정을 말합니다. 그래핀이 더 좋은 성질을 갖도록 그래핀을 이루는 탄소 사이에 질소를 집어 넣는거죠. 기존에는 이와 같은 질소도핑은 고온고압의 환경에서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도핑을 쉽게하는 방법이 등장했습니다. 

쇠구슬 굴려서 질소 잡아? 출처: AdobeStock
쇠구슬 굴려서 질소 잡아? 출처: AdobeStock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백종범 교수팀은 쇠구슬(Ball Mill)을 이용해 공기 중에 있는 질소 기체를 손쉽게 분해하고 질소가 도핑된 탄소체를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도 질소 도핑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쇠구슬끼리 부딪힐 때 나오는 에너지 덕분에 온도와 압력의 제약이 줄어들었습니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게재됐습니다.

 

그래핀, 전류 흐름 조절하려면 '질소' 필요

그래핀 구조. 출처: 포토리아<br>
그래핀 구조. 출처: fotolia

그래핀은 전기가 아주 잘 통하지만 전자의 에너지 구조인 밴드 격차(Band Gap)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는 없습니다. 반도체 같은 전자소재에서 전류 흐름을 조절하려면 밴드 격차의 크기를 달리해야 하는데요. 그래핀에서는 이게 불가능한 것이죠.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그래핀에 다른 물질을 도핑해 그래핀 내부 전자의 에너지 구조를 바꾸는 방법이 연구 중이었습니다. 도핑하는 물질로는 질소가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 밴드 격차(Band Gap)

전자에너지 구조에서 가전자대와 전도대 간에 있는 전자상태 밀도가 제로로 되는 에너지 영역과 그 에너지 차를 말합니다. 물질의 고유한 성질로 밴드갭의 크기에 따라 전자의 흐름(전류)가 결정되며 도체, 반도체, 부도체로 나뉩니다. 

 

그래핀에 질소를 도핑하려면 먼저 질소기체(N2)를 질소원자(N)으로 쪼개야 합니다. 공기 중의 질소기체(N2)는 질소 원자 1쌍이 삼중결합을 이룬 형태로 존재합니다. 즉, 질소를 도핑하려면 삼중결합을 깨야만 합니다. 그런데 질소기체는 반응성이 매우 낮고 삼중결합 길이가 매우 짧고 강력해 분해가 어렵습니다. 이에 증기 증착이나 플라즈마 분해처럼 고온고압의 환경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런 방식을 이용해 그래핀에 질소를 도핑할 경우 함유량이 1% 내외에 그쳤습니다. 이에 질소의 함유량을 마음대로 조절하면서 반응 조건이 단순한 공정 개발이 필요했습니다. 즉,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 반응이 진행되며 질소의 함유량도 조절 가능해야 했죠. 또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사용하는 방식이 경제적이어야 합니다. 

볼 밀에 질소기체와 아르곤 기체(대조군)를 넣었을 대 구슬 표면 반응 활성화 상태 비교. 질소 기체 넣었을 때 쇠구슬 표면 활성화 반응 일어남. 출처: UNIST
볼 밀에 질소기체와 아르곤 기체(대조군)를 넣었을 대 구슬 표면 반응 활성화 상태 비교. 질소기체 넣었을 때 쇠구슬 표면 활성화 반응 일어남. 출처: UNIST

단순공정 비결은 '쇠구슬'

 

백종범 교수팀은 저온저압에서 단순한 공정으로 질소를 도핑하는 데 '쇠구슬'을 이용했습니다. 통 안에 질소기체와 그래핀, 쇠구슬 여러 개를 넣고 강하게 회전해 반응을 일으킨 겁니다. 통이 회전하면 쇠구슬끼리 부딪히면서 표면이 활성화되고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쇠구슬의 탄성 에너지로 바뀝니다. 이 에너지로 인해 일시적으로 팽창한 쇠구슬 표면에 질소 기체가 붙습니다. 그러면서 질소 원자 사이의 결합이 끊어지고 분해됩니다. 팽창했던 쇠구슬이 압축하면 표면에 붙었던 질소가 원자 상태로 떨어져 나가는데, 이때 그래핀에 질소가 도핑됩니다. 통이 회전하면서 이런 반응이 반복되므로 그래핀에는 더 많은 질소가 도핑됩니다. 

쇠구슬을 이용한 질소기체의 결합분해 방법 모식도. 출처: UNIST
쇠구슬을 이용한 질소기체의 결합분해 방법 모식도. 출처: UNIST

제1저자로 연구를 주도한 가오-펑 한(Gao-Feng Han) 박사는 쇠구슬의 재질과 크기, 회전 속도, 시간을 조절해 질소를 그래핀에 도핑하는 최적의 조건을 찾아냈습니다. 그 결과 40℃에서 1bar도 안되는 압력으로 16%의 질소를 그래핀에 도핑했습니다. 참고로 1bar는 압력 단위로 해수면에서 10m 정도에 해당하는 압력으로 1bar =1.019716kg/㎠, 혹은 1bar = 100,000Pa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기술은 매우 낮은 온도에서 질소 기체의 분해를 일으켜 순수한 질소를 그래핀에 도핑하는 공정입니다. 이 연구 덕분에 최근 전지, 디스플레이에 수요가 높은 질소가 도핑된 그래핀 나노 플레이트를 단순화 하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공기 중 가장 많은 질소 기체를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 단순한 쇠구슬로 손쉽게 질소를 분해할 수 있는 기술이란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백종범 교수. 출처: UNIST
백종범 교수. 출처: UNIST

 

 

"낮은 온도와 낮은 압력에서 간단한 공정으로 질소가 포함된 탄소체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에 대량 생산에 적합하고 경제성도 높습니다. 또한 손쉽게 따라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물질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백종범 교수-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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