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그간 일반적인 유전자로 구분하기 힘들었던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를 식별할 수 있는 '단일 유전자 신분증(DNA 표지)'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연구진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진행한 유전체 연구를 통해 DNA 표지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모두 기러기목 오리과
기러기목 오리과인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는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시 주요 조사 대상에 속하는 조류입니다. 조류인플루엔자 조사 시에는 조사 지역 내 조류의 분변을 채취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 여부를 확인합니다. 동시에 유전자를 분석해 분변이 어떤 종의 분변인지를 밝히는 작업도 이루어지죠.
그런데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는 다른 야생 조류와 달리 일반적인 종 식별 유전자로는 구별되지 않습니다. 종 식별 유전자란 종을 구분할 수 있는 유전자를 말하는데요. 동물의 경우 일반적으로 미토콘드리아 COI 유전자를 사용해 종을 구분하죠.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는 신생대 제4기 플라이스토세 때 비슷한 시기에 분화했습니다. 이 때문에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는 미토콘드리아 DNA 서열이 매우 유사합니다. 이에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는 미토콘드리아 COI 유전자는 물론 미토콘드리아 전체 DNA 서열 상에서도 종 간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조류인플루엔자 조사 시 종의 확인을 어렵게 만듭니다.
- 신생대 제4기 플라이스토세?
지금으로부터 약 258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의 지질 시대를 말합니다.
- 미토콘드리아?
세포 내 소기관입니다. 별도의 유전체 정보를 가지며 생물의 계통이나 종 식별 연구에 이용됩니다.
- 미토콘드리아 COI 유전자?
평균 37개인 동물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중 하나입니다. 동물의 종 식별에 사용됩니다.
종을 식별하는 유전자신분증?!
연구진은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의 전체 유전체를 대상으로 삽입-결실(indel) 영역을 비교·분석해 종 식별 유전자신분증(DNA 표지)을 개발했습니다. 삽입-결실(indel) 영역이란 유전체 상의 어느 영역에서 적게는 1개, 많게는 10,000개 DNA 서열이 삽입되거나 결실되는 것을 말합니다. 종 식별이나 생물계통 연구에 이용되죠. 두 종의 유전체 비교 결과 연구진은 7곳의 삽입-결실 영역을 확인했습니다.
연구진은 흰뺨검둥오리 16마리와 청둥오리 30마리를 대상으로 검증 실험을 했는데요. 실험 결과 연구진은 최종 1개의 삽입-결실 영역에서 두 종이 뚜렷이 구별됨을 확인했습니다. 최종 검증된 1개 영역해서 청둥오리는 49개 염기서열로 이루어진 특정 DNA 서열을 갖습니다. 하지만 흰뺨검둥오리는 갖지 않았다고 합니다.
연구진이 개발한 유전자신분증(DNA 표지)은 49염기쌍(bp)의 특정 DNA 서열이 있고 없고를 확인해 쉽게 종을 구분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연구진의 유전자신분증은 표지 영역 전체 길이가 비교적 짧아(400bp 미만) 간단한 실험을 통해 종을 한 번에 식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된 오리류 분변을 대상으로 오리류의 종 식별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울러 직접적인 개체 포획이 어려운 경우 깃털이나 분변 등 흔적 시료를 이용한 조류의 생태 및 유전적 특성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을 전망입니다. 배연재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생물자원의 과학적인 보전‧관리를 위해 DNA 정보를 바탕으로 한 생물종 식별 및 관련 기술 개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