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쓰레기' 왜 안 치우고들 있을까
'우주 쓰레기' 왜 안 치우고들 있을까
  • 함예솔
  • 승인 2019.11.28 17:00
  • 조회수 13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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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쓰레기문제..심각.. 출처: AdobeStock
우주 쓰레기문제..심각.. 출처: AdobeStock

지구 궤도에는 지금 10cm 이상의 물체가 2만 9천여 개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에 부딪히면 우주선은 산산조각 날 수 있습니다. 영화 <그래비티(Gravity, 2013)>가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노후화된 인공위성, 쓰임새가 끝난 로켓발사대는 새로운 쓰레기를 만들어냅니다. 이 잔해들은 충돌해 더 작은 조각으로 부서지고, 파편의 수는 더 증가합니다. 그 결과 인공위성의 연쇄적 충돌로 우주 쓰레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케슬러 증후군(Kessler syndrome)'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우주에 이 같은 물체들을 쏘아올린 각국은 서로 눈치를 보며 선뜻 나서지 않습니다.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사업이지만, 이 일이 정치적으로 국내 지지층의 지지를 받을 만한 당장의 매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주 파편과 충돌하는 위성 이미지. 출처: ESA

기다리며 재앙을 무릅쓰느냐, 행동을 하되 비용을 감수하느냐는 딜레마는 게임이론(game theory)에서 연구되는 전략적 문제입니다. 우주쓰레기 문제는 각 국가가 인류 집단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당장의 각국 이익에 따르기 때문에 '공유지 비극(tragedy of the commons)' 차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공유 가능한 자원(우주, 저지구 궤도)을 각 주체들이 지나치게 사용하면서 더 이상 누구에게도 유용하지 않게 되고 관련자들 모두 더 큰 비용과 피해를 초래한다는 뜻입니다.

 

왜들 저러고 있을까

지구를 둘러싼 조그만 파편들. 출처: European Space Agency
지구를 둘러싼 조그만 파편들. 출처: European Space Agency

'게임이론(game theory)'으로 공유지 비극을 코 앞에 두고 있는 각국의 현 상황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게임이론(game theory)이란 경쟁 상대의 반응을 고려해 자신의 최적 행위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을 전제합니다. 여기서 각 주체가 어떤 의사 결정을 내리는지 연구하는 경제학 및 수학적 이론입니다.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game)'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죄수..침묵이 최선?!  출처: AdobeStock
죄수의 딜레마. 출처: AdobeStock

이러한 게임이론에서 생각해봐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내시균형(Nash equilibrium)'이란 개념인데요. 게임이론에서 개인 간 상호작용을 둘러싼 다른 조건이 변하지 않는 한, 일단 한 번 도달한 균형은 지속하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즉, 내시균형이란 상대의 전략에 대응하는 나의 최적 전략과 나의 전략에 대응하는 상대의 최적 전략이 일치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앞서 언급한 우주쓰레기의 딜레마로 돌아와보죠. 우주쓰레기를 치워야 한다는 생각은 각 국이 모두 가지고 있지만 서로 눈치만 볼 뿐, 선뜻 나서지 않습니다. 한 국가라도 자진해서 본인의 불편이나 비용을 감수하면 모두가 이득을 얻을 텐데 말이죠. 왜 우주쓰레기 문제를 선뜻 해결하려고 나서는 국가가 없을까요? 

 

책 <N분의 1의 함정>을 보면 이 상황은 '진화게임이론(evolutionary game theory)'으로 진단이 가능합니다. 

우리 어쩌면 좋지...? 출처: AdobeStock
우리 어쩌면 좋지...? 출처: AdobeStock

펭귄은 물고기만 먹습니다. 그런데 물 속에는 펭귄을 잡아먹는 바다표범이 있습니다. 이때 최선의 방법은 뭘까요? 어느 한 마리가 먼저 바다에 뛰어들어 물 속에 천적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겁니다.

 

하지만 어느 펭귄이 지원자로 나설까요. 잘못하면 목숨을 잃는데 말이죠. 그래서 펭귄 무리들은 그저 우두커니 기다리기만 합니다. '치킨 게임'에 들어간거죠. 우주쓰레기로 인한 공유지 비극을 눈 앞에 두고도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 주요국들의 모습과 포개지는 대목입니다. 펭귄들의 상황으로 보면 모두가 굶어 죽을지 모를 위기에 처한 거죠. 

펭수는 과감해! 출처: EBS 갈무리

결국 펭귄 한 마리가 물에 뛰어들 결심을 합니다. 자원자의 등장입니다. 하지만 결국 더 이득은 다른 펭귄이 자원자로 나서는 겁니다. 이렇게 남들이 버틴다고 나도 무작정 버티는 것 또한 최선의 선택은 아닐 겁니다. 단지 최선의 판단이라고는 할 순 없지만 해결 방안을 유보해 놓은 상태인거죠.  

 

모든 펭귄이 물에 뛰어드는 경우는 어떨까요? 어쨌거나 초반에 뛰어든 펭귄들은 바다표범의 먹이로 전략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습니다. 반면 나중에 뛰어든 펭귄은 위험을 적게 감수합니다. 불공평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펭수는 이유를 안다. 출처: EBS 갈무리
펭수는 이유를 안다. 출처: EBS 갈무리

우주쓰레기 문제는 현재 진화게임이론상 내시균형이 성립될 수 없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 상황을 각국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마냥 치부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 우주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펭귄처럼 희생을 감수하고 '첫 스타트'를 끊을 자원자가 필요합니다. 비용도 많이들고 위험 부담도 크기에 나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답이 없진 않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압니다. 모든 당사국이 완벽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하면 말입니다. 수학자들은 이러한 딜레마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수학적 모델로 예측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리버풀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칼 투일스(Karl Tuyls) 교수의 연구를 잠깐 보죠.

 

n명의 플레이어를 가정합니다. 이들은 사전의 의사소통 없이 각각 행동을 취합니다. 플레이어들의 행동을 조합하면 각 플레이어의 보상이 결정됩니다. 게임이론에서 '합리성'은 행동예측모델의 기반입니다. 칼 투일스(Karl Tuyls) 교수는 플레이어를 모두 완벽하게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합니다. 그래야 내시균형에 따라 상대의 전략에 대응해 나의 전략도 최적이 되도록 대응하겠죠. 

그렇구나. 출처: EBS 갈무리
그렇구나. 출처: EBS 갈무리

칼 투일스(Karl Tuyls)는 운용위성과 우주파편과의 충돌 가능성을 분석하기 위한 우주파편 및 위성의 궤도 정보를 활용했습니다. 게임에 참여하는 주요 플레이어를 미국항공우주국(NASA)와 유럽우주국(ESA)으로 가정합니다. 해당 플레이어가 소유한 위성들이 자산입니다. 위성의 수명은 10년! 그래서 10년간 발사된 인공위성들로 가정합니다. 

 

이 연구에서는 플레이어들이 2년마다 0, 1, 2개의 위험한 우주 파편을 제거한다고 가정했습니다. 그리고 각 플레이어는 먼저 자신의 위성에 직접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는 물체를 제거한 다음 충돌 가능성이 있는 파편을 제거합니다. 이후 게임 전략의 특성과 내시 균형을 고려합니다. 이렇게 파편의 제거 비용과 이득 사이의 비율을 따집니다. 내 위성이 망가지는 손실보다는 그 위협을 파괴하는 비용이 훨씬 싸게끔 균형을 맞춘다는 소리입니다.

그물로 치울까? 출처: ESA
그물로 치울까? 출처: ESA

이런 규칙에 견주어 각 기관은 매년 한 조각의 우주 파편을 제거합니다. 이러면 각 기관에서 발사하는 새로운 위성 수에 비례해 여러 우주 쓰레기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즉, 자기 위성은 먼저 지켜내다보니 쓰레기가 자연스레 수거되는 셈입니다. 

 

칼 투일스(Karl Tuyls) 교수는 이 같은 모델을 더 강하게 추진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세금이나 벌금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를 둘러싼 가장 가까운 우주는 쓰레기로 넘쳐날 겁니다.

구매를 원하시면 이미지 클릭클릭! 출처: 반니
진화게임이론 등 다양한 게임 이론을 치밀하게 풀어냈다. 출처: 반니

모든 행동에는 반응이 따릅니다. 믿고 협력하는 것이 나을까? 먼저 배신하는 것이 이득일까? 이렇게 최선의 선택을 위해서는 의사 결정을 위한 과학이 필요합니다. 책 <N분의 1의 함정>에는 이렇게 경제사회 현상과 우리 실생활에 무수히 적용될 만한 게임이론들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밥값을 분할 계산할 때 어떤 함정이 숨어있는지? 중매는 커플들을 안정적으로 결혼시키려면 어떤 전략을 짜야하는지, 의사가 말하는 수술 성공률 95%가 의미하는 것은? <N분의 1의 함정>에서 이런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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