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의 '거인' 명언, 사실은 "비아냥"
뉴턴의 '거인' 명언, 사실은 "비아냥"
  • 강지희
  • 승인 2019.11.28 14:00
  • 조회수 18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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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도 나오는 명언인데요.
구글에도 나오는 명언이군요.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다면

그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작 뉴턴(Sir Isaac Newton)이 남긴 명언입니다. 이 명언은 표면적으로 뉴턴의 겸손함을 드러내는 말이라고 알려졌는데요. 뉴턴의 이 명언은 사실 한 명의 과학자를 '저격'한 비아냥이었다고 합니다. 뉴턴이 저격한 과학자는 영국의 과학자 '로버트 훅(Robert Hooke)'이었습니다. 로버트 훅은 작은 체구에 척추 장애인이었습니다. 뉴턴의 저 명언은 훅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 나오는데요. 등이 구부러진 훅을 조롱하기 위한 악의에 찬 문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로버트 훅의 초상화. 출처: Wikimedia Commons
로버트 훅의 초상화. 출처: Wikimedia Commons

뉴턴과 훅은 사사건건 대립하기 일쑤였습니다. 둘은 자신의 이론이 옳다고 싸웠습니다. 자신이 발견한 이론을 상대방이 표절 또는 도용했다고 싸우기도 했죠. 뉴턴과 훅의 싸움은 훅이 사망할 때까지 계속됐습니다. 로버트 훅 또한 뉴턴 못지 않게 여러 과학 분야에 업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훅의 업적은 뉴턴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죠. 뉴턴과의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아이작 뉴턴. 출처: La Repubblica
아이작 뉴턴. 출처: La Repubblica

영국의 다 빈치, 훅!

 

로버트 훅은 뉴턴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훅은 특유의 천재성과 다재다능함 때문에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영국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고 불렸습니다. 다 빈치에 비견되는 인물답게 로버트 훅은 다양한 과학분야에 활약했습니다. 

로버트 훅의 노트와 훅이 그린 그림. 출처: Wikimedia Commons
로버트 훅이 그린 그림. 출처: Wikimedia Commons

훅은 발명에 능숙했습니다. 훅은 태엽 시계를 만들었으며 휴대용 시계 제작과 실용화의 선구자였습니다. 직접 제작한 현미경으로 식물과 동물의 조직을 관찰해 그림으로 남기기까지 했습니다. 생물체의 기본 단위에 '세포(Cell)'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도 훅이었습니다. 훅은 고생물학, 천문학, 중력 연구 분야에도 크게 공헌을 했는데요. 특히 중력에 관한 훅의 연구는 뉴턴의 업적과 겹치는 내용이 많았다고 합니다.

 

영국의 다 빈치답게 훅은 그림에도 능통했습니다. 훅은 13살 당시 유명한 초상화 화가였던 피터 렐리(Peter Lely) 밑에서 잠시 견습생으로 지냈습니다. 하지만 훅은 자신이 물감과 기름에 알레르기가 있음을 알고 화가의 길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가장 큰 업적은 '훅의 법칙'

훅의 법칙, 어렵지 않아요. 한 만유인력의 법칙 정도 난이도...? 출처: Wikimedia Commons
훅의 법칙, 어렵지 않아요. 한 만유인력의 법칙 정도 난이도...? 출처: Wikimedia Commons

훅의 가장 큰 업적은 바로 '훅의 법칙(Hooke's law)'이었습니다. 훅의 법칙이란 고체에 힘을 가해 변형시킬 때 변형의 양은 변형에 대한 고체의 복원력에 비례한다는 법칙입니다. 방정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F = -kx

이 방정식에서 x는 탄성체의 변형 즉 탄성체의 길이 변화입니다. F는 탄성체의 복원력이죠. F는 x에 비례합니다. k는 용수철상수(spring constant)라고 부르는 비례상수입니다. 이 상수는 탄성체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죠. 방정식에 마이너스 부호가 있는 것은 탄성체의 복원력이 탄성체의 길이 변화의 반대방향으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훅의 법칙은 고체역학 분야에서 특히 탄성을 다루는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식 중 하나입니다. 지금이야 전자저울을 사용하지만 옛날에는 생선이나 고기의 무게를 용수철 저울로 측정했는데요. 훅의 법칙은 고기나 생선의 무게를 속인 부정직한 고기장수를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훅의 법칙을 따르는 재료는 '훅 탄성체'라고 부릅니다. 훅 탄성체의 탄성거동(변형된 물체가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성질)을 선형 탄성이라고 부르죠. 선형 탄성이란 힘과 길이 변화가 비례한다는 뜻입니다. 훅의 법칙은 응용 범위가 다양합니다. 자동차, 비행기, 다리, 빌딩 등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는 요소들 모두 힘이 가해지면 변형이 일어납니다. 강철과 철 같은 금속과 유리와 같이 잘 부서지는 재료들은 훅 탄성체에 속합니다.

훅의 법칙, 토목에 매우 중요하다. 출처: AdobeStock
훅의 법칙, 토목에 매우 중요하다. 출처: AdobeStock

훅의 법칙을 용수철 대신 강철봉 같은 재료에 적용할 때는 방정식이 다음과 같이 변합니다.

σ = Eε

여기서 σ는 강철봉의 응력을 의미합니다. 응력은 재료에 외력이 작용할 때 그 힘에 대응해 재료 내부에 생기는 내력을 말합니다. 단위면적당 응력 σ은 재료에 작용하는 외력으로 따지기 때문에 복원력 F와는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며 그에 따라 원래 있던 마이너스 부호가 사라집니다. ε는 변형률입니다. 변형률은 원래 길이에 대한 길이 변화량 x의 비율입니다. 상수 E는 탄성계수라부르며 용수철상수 k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강철을 예시로 들어볼까요? 강철의 탄성계수는 1제곱인치 당 3천만 파운드쯤 됩니다. 미터법으로는 약 205GPa이죠. 기계공학 또는 토목공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 수치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갔는가

음...개판이군. 출처: pixabay
개싸움.jpg 출처: pixabay

뉴턴은 훅에게 강한 적개심을 보였으며 훅도 뉴턴에게 엄청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훅과 뉴턴은 자신들의 이론으로 싸움을 벌였습니다. 왕립학회의 회장이었던 훅은 뉴턴이 프리즘을 이용해 빛이 여러 색을 갖고 하나의 빛으로 합쳐질 수 있음을 발표했을 때 공개적으로 핀잔을 던졌습니다. 뉴턴도 훅이 '행성이 역제곱 법칙을 따른다면 행성의 궤도는 어떤 형태일까?'라는 질문을 편지로 보냈을 때 문제만 풀었을 뿐 답장을 일방적으로 무시했죠.

 

결정타는 뉴턴의 <프란키피아>가 출판됐을 때였습니다. <프란키피아> 1, 2권이 출판됐을 때 훅은 뉴턴이 자신이 연구에서 발견한 역제곱 법칙을 표절 및 도용했다며 화를 냈습니다. 훅은 표절 혐의로 뉴턴을 고소했습니다. 이에 뉴턴도 엄청난 분노를 보였습니다. 핼리 혜성의 존재를 밝힌 과학자이자 뉴턴의 오랜 친구였던 에드먼드 핼리(Edmond Halley)가 둘을 중재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둘의 싸움은 1703년 훅이 사망할 때까지 계속됐습니다.

 

훅이 사망한 후 왕립학회 회장 자리는 뉴턴에게 넘어갔습니다. 뉴턴은 회장이 된 이후 훅의 업적을 덮어버리려 했으며 왕립협회에 있던 훅의 초상화를 폐기해버렸다고 합니다.

 

극과 극은 통한다?

 

훅과 뉴턴은 닮은 점이 많았습니다. 훅과 뉴턴 모두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친아버지의 부재도 공통점이었습니다. 뉴턴은 태어나기 세 달 전에 아버지가 사망했습니다. 세 살이 됐을 때는 어머니가 재혼을 했죠. 훅의 아버지는 훅이 13살이 됐을 때 자살했습니다. 또한 훅과 뉴턴은 넉넉지 않은 형편 탓에 다른 사람의 밑에서 돈을 벌며 공부에 임했습니다. 둘 다 엄청난 노력으로 지금의 위치에 선 '자수성가' 타입이었습니다. 과학 논쟁만 아니었으면 둘은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주변의 수학 공식! 궁금한 게 있다면?
주변의 수학 공식! 궁금한 게 있다면?

훅의 활약은 근래 들어 학자들이 상당 부분을 복원시켰습니다. 존 M. 헨쇼의 책 <세상의 모든 공식>은 훅의 공식을 대표적인 활약으로 내밀며 훅의 활약을 하나의 에피소드로 알려줍니다. 이 책에는 하나의 공식을 중심으로 관련 에피소드들이 각각 흥미롭게 정리돼 있습니다.

 

##참고자료##

 

  • 존 M. 헨쇼의 책 <세상의 모든 공식>. 반니(2015).
  • 마쓰바라 다카히코 <물리학은 처음인데요>. 행성B(2018).
  • 윌리암 번스타인 <부의 탄생>. 시아컨텐츠그룹(2018).
  • 원광연 <그림이 있는 인문학>. 알에이치코리아(2015).
  • 에드워드 돌닉 <뉴턴의 시계>. 책과함께(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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