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모양 분자로 세포를 모사한다?!
호박 모양 분자로 세포를 모사한다?!
  • 강지희
  • 승인 2019.11.13 18:10
  • 조회수 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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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는 예나 지금이나 각광받고 있다. 출처: AdobeStock
나름대로 세포를 따라해봤다? 출처: AdobeStock

우리는 밥을 먹고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또 배고픔을 느낍니다. 일을 하고, 움직이고, 숨을 쉬는 일에 세포가 흡수한 영양소를 써버리기 때문이죠. 이처럼 생명체는 생명 현상을 일정하게 진행하기 위해 세포 단위에서 에너지를 소모하고, 그 만큼의 에너지를 받아들이며 항상성을 유지합니다.

복합체의 결정 변화를 관찰한 주사전자현미경(SEM) 이미지.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복합체의 결정 변화를 관찰한 주사전자현미경(SEM) 이미지.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김기문 단장 연구팀은 호박 모양의 분자인 '쿠커비투릴'을 이용해 생명체처럼 끊임없이 에너지를 받고 쓰며 항상성을 유지하는 생체모사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연구팀의 시스템은 다양한 생체모사 기능성 재료 개발은 물론이고 인공세포 구현에도 응용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해당 연구 논문은 <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게재됐습니다. 

 

세포를 모사하다

 

단순한 단세포부터 복잡한 식물과 동물까지 모든 생명체는 항상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물질대사를 진행합니다. 세포는 대사를 통해 에너지를 소모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을 세포 내 기관을 이용해 밖으로 배출하며 항상성을 유지합니다.

 

초분자화학 분야에서는 생체모사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생명체만의 특별한 활동을 근원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세포와 같은 항상성 유지 시스템을 화학적으로 구현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모사체는 세포와는 달리 생성된 부산물이 내부에 축적돼 항상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트립토판 유도체와 쿠커비투[8]릴 분자가 결합한 결정 구조
트립토판 유도체와 쿠커비투릴[8] 분자가 결합한 결정 구조.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진은 대사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 자발적으로 제거되는 시스템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개발한 시스템에는 연구단의 전문 분야인 쿠커비투릴이 사용됐습니다. 쿠커비투릴(Cucurbituril)이란 호박 모양의 고리형 화합물로 호박의 학명 '쿠커비타세'를 따서 명명됐습니다. 쿠커비투릴은 글리콜우릴(Glycoluril) 분자가 메틸렌으로 연결돼 만들어지는 화합물인데요. 이번 연구에서는 8개의 글리콜우릴이 연결된 쿠커비투릴[8]이 사용됐습니다. 

에너지원인 트리클로로아세트산이 공급되어 형성된 트립토판-쿠커비투릴 복합체 결정의 모습
에너지원인 트리클로로아세트산이 공급돼 형성된 트립토판-쿠커비투릴 복합체 결정의 모습.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쿠커비투릴은 아미노산 유도체의 하나인 트립토판 유도체를 '손님'으로 인식합니다. 주인 쿠커비투릴은 손님 트립토판 유도체를 내부의 빈 공간으로 불러와 결합하는 특성이 있는데요. 이를 '주인-손님 복합체'라고 합니다. 특히 이 복합체는 산성조건에서 자기조립해 능면체 모양의 결정을 형성합니다.

 

연구진은 이 복합체에 산성 물질인 트리클로로아세트산을 에너지원으로 공급했습니다. 트리클로로아세트산은 탈탄산 반응에 의해 이산화탄소와 클로로포름으로 분해됩니다. 기체인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으로 날아갑니다. 끓는점이 낮은 클로로포름은 자연스럽게 용액에서 제거되죠. 부산물을 제거하는 별도의 장치 없이도 스스로 주입된 에너지원을 소모하는 시스템이 완성된 겁니다.

 

공동교신저자인 백강균 연구위원은 "주인-손님 복합체 결정을 살아있는 세포, 트리클로로아세트산을 에너지원, 탈탄산 반응을 대사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부산물을 제거하는 장치가 필요했던 기존 모사 시스템과 달리 별도의 장치 없이도 살아있는 생명체가 가진 고유한 특징을 모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초분자 집합체가 형성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지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 모식도
초분자 집합체가 형성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지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 모식도.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진은 산성 물질이 모두 소모되면 복합체가 더 이상 결정 구조를 유지하지 못하고 분해된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세포는 수많은 구성성분이 모여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모한 덕분에 형태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에너지 공급이 끊어지면 세포막이 터지고 구성성분들이 흩어지죠. 복합체 분해는 세포의 이러한 현상과 유사하다고 합니다. 

김기문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장.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김기문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장.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김기문 단장은 "'생명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라는 호기심 어린 질문에 화학적인 대답을 찾고자 이 연구가 시작됐다"며 "향후 연료를 공급하는 동안에만 기능성을 나타내는 기능성 재료뿐만 아니라 인공세포를 구현하는 데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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