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시대의 방식과
현재의 창조원리는 이질적이다
마지막으로 종이에 긴 글을 쓴 게 언제였을까? 생각해보니 아마 석사 시험 때였던 것 같다. 시험관이 타이머를 켜고, 동시에 석사 학위 졸업 에세이 테스트가 시작됐다. 눈 앞에는 빈 종이와 펜 하나만 있었다. 칠판에는 질문이 적혀있었고, 내가 아는 모든 것을 펜과 종이에 온전히 담아내야 했다. 그 후 10년이 넘도록 키보드와 마우스 없이는 아무 것도 쓰지 않았다. 세상이 그렇게 변했다. 디지털에 익숙해진 내 두뇌에는 두서없이 정리된 구절과 단락만 남아있다. 컴퓨터로 글을 쓴다는 것은, 이렇게 토막난 정보를 올바른 순서로 배열하는 것이다. 하지만 펜으로 글을 쓰는 것은 컴퓨터로 글을 쓰는 것과는 다르다.
내 석사 졸업 에세이는 원과 화살표, 그리고 온갖 낙서로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여백에는 심사위원에게 '3단락을 읽은 다음 1단락을 읽어주세요, 그리고 이 구절과 저 구절은 순서를 바꿔주세요'라고 간청하는 내용까지 들어 있었다. 아마 그 사람들도 나의 고충을 이해했던 것 같다. 왜냐고? 결국 어떻게든 통과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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