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은 산소가 중요해
화석은 산소가 중요해
  • 함예솔
  • 승인 2020.02.17 20:40
  • 조회수 63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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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 시대에 살았던 생물의 유해나 흔적이 지층에 남아 있는 것을 화석이라고 합니다. 화석에는 생물체의 뼈, 알, 배설물, 발자국, 기어 다닌 흔적 등 그 형태가 다양한데요. 화석을 통해 우리는 과거 지구의 주인이었던 다양한 생물체들의 모습을 복원할 수 있습니다. 

바닷가재 집게 화석. 출처: Rowan Martindale,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바닷가재 집게 화석. 출처: Rowan Martindale,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화석층 중 일부는 수 백 만년 전 지구의 바다에 산소가 거의 없던 시기에 형성됐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이러한 연관성 때문에 고생물학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된 화석 수집품들이 모두 질식할 듯한 바다에서 형성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텍사스대학교오스틴캠퍼스(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오히려 저산소 환경에서 화석이 만들어질 경우 화석화 과정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산소를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PALAIOS>에 게재됐습니다. 

  • 화석화 작용(fossilization process)

고생물 사체가 지층 속에 매몰돼 화석이 되어가는 전 과정을 뜻합니다. 화석화 과정이 발생하려면 먼저 화석이 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생물은 뼈나 이빨, 껍데기 같은 단단한 부분이 있어야 하며, 유해나 흔적이 훼손되기 전에 퇴적물에 빨리 묻혀야 합니다.

 

이후 퇴적된 고생물의 유해와 유체는 화석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화석화 과정에는 치환 작용, 탄화작용, 광물 성분의 침투, 지층에 묻힌 생물체의 외형과 똑같은 형태만 남은 '몰드', 몰드 속에 광물질이 침전되거나 퇴적물이 충전돼 원형이 복원된 '캐스트'가 있습니다.  

'콘세르바트 라제르스타탠(Konservat-lagerstätten)'에서 보물찾기 

 

이번 연구의 주요 저자인 Drew Muscente는 "이렇게 예외적으로 보전된 화석지(fossil site)에 대한 전통적인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고생물 사체를 보존하고 화석화하는 데 필요한 건 산소의 부재가 아닌, 적절한 상황에서 산소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가장 잘 보존된 화석층을 '콘세르바트 라제르스타탠(Konservat-lagerstätten)'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단단한 조직과 함께 부드러운 조직도 함께 보존하기 때문에 매우 희귀하고 과학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고대의 다양한 생명체가 그대로 보존돼 있는 셈이죠. 이번 연구에 참여한 대학원생인 Brooke Bogan은 "콘세르바트 라제르스타탠(Konservat-lagerstätten)을 볼 때면 흥미로운건 모두 다 들어있다"며 "여기서 생물과 환경, 그리고 그 안에 살아있는 모습을 보다 완벽하게 그려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연약한 몸체를 가진 뱀파이어 오징어도 화석으로 남아있어요. 출처: Rowan Martindale/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Jackson School of Geosciences.
연약한 몸체를 가진 뱀파이어 오징어도 화석으로 남아 있어요. 출처: Rowan Martindale/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Jackson School of Geosciences.

연구진은 캐나다의 밴프국립공원( Banff National Park) 야하 틴다(Ya Ha Tinda) 목장에 위치한 특별한 화석의 화석화 과정을 조사했습니다. 이 화석지는 2017년 Martindale이 논문에 기술했던 곳으로 중생대 쥬라기(Jurassic)에 번성하던 연약한 해양 생물 화석표본을 찾아냈던 곳으로 유명합니다. 바닷가재와 뱀파이어 오징어의 묵즙선(ink sack)이 손상되지 않은 채 흑색 셰일(black shale)에 화석으로 보존돼 있었습니다. 참고로 묵즙선이란 문어나 오징어 같은 두족류가 가진 특유의 선조직을 말하는데요. 먹물을 분비하는 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쪽 그림에서 화석 중앙에 솟아있는 구조가 묵즙선의 흔적입니다. 

 

약 1억 8천 3백만년 전 화석화가 진행되는 동안 지구의 온도는 높았고 이는 해양의 산소를 제거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화석이 실제로 산소가 결핍된 환경에서 만들어졌는지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화석의 광물들을 분석했습니다. 각기 다른 화학적 조건 하에 각각의 광물들이 형성되기 때문에 광물들을 분석하면 당시 산소가 존재했었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Martindale는 "이 연구의 멋진 점은 유기체가 화석화가 진행됨에 따라 각기 다른 광물이 형성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특정한 경로가 산소 상태를 알려 줄 것"이라고 전합니다. 

 

인회석(apatite)을 보면 알 수 있다

 

연구진은 광물 성분을 검출하기 위해 전자현미경도 사용했는데요. 정밀조사 결과 대부분의 화석은 형성될 때 산소가 필요한 광물인 '인회석(apatite)'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회석은 인산염(phosphate) 광물 그룹에 속하는데요.

인회석(apatite). 출처: AdobeStock
인회석(apatite). 출처: AdobeStock

또한, 이 연구에서는 저산소 환경의 기후조건이 일단 산소 이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될 경우 이는 화석화 단계를 진행하는 토대를 마련해준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해양에서 산소가 낮은 시기는 지구의 기온이 높을 때와 관련있는데요. 지구의 기온이 높을 때 해수면은 상승하고 암석을 침식시킵니다.

 

이는 화석이 만들어 질 때 풍부한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산염(phosphate)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만약 저산소 환경이 지속될 경우 이 침전물은 단순히 인산염 형태로 바다에 방출될 겁니다. 그러나 주변에 산소가 있으면 인산염은 화석화 과정을 시작할 수 있는 침전물 단계에 머물게 됩니다. 그리고 야하 틴다(Ya Ha Tinda) 목장에서 발견한 인회석 화석이 이 매커니즘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산소의 근원지가 어디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화석화 된 생물체들이 살아있을 때 산소 호흡을 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증거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연구진은 향후 야하 틴다(Ya Ha Tinda) 목장에서 발견된 화석 표본과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독일과 영국의 유명한 화석지에서 나온 표본을 분석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이번에 발견된 화석의 화석화 과정의 역사를 비교하는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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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 2020-04-28 21:16:12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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