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석에서 '생명체 기원' 단서 찾았다
운석에서 '생명체 기원' 단서 찾았다
  • 함예솔
  • 승인 2019.12.05 18:40
  • 조회수 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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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당(sugar)은 지구의 모든 생물군에 필수입니다. 리보오스(Ribose)는 RNA의 구성요소로 특히 중요합니다. 과학자들은 이전에 운석에서 생명체의 주요 구성요소인 아미노산, 핵염기(nucleobase), 인산염 등을 발견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생명체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DNA와 RNA의 공통 물질인 당(sugar)을 운석에서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탄소질 콘드라이트를 분석했고 그 안에서 외계에서 유래한 리보오스와 당(sugar)을 발견했습니다. 검출된 당(sugar) 성분에서는 지구 생물들에게서 볼 수 없는 무거운 탄소-13(13C)이 더 풍부했는데요. 이는 우주에서 왔다는 증거입니다. 따라서 운석은 생물발생 이전의 생체분자를 초기 지구에 운반했고, 원시 지구에서 RNA 같은 생체고분자물질이 형성되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 서론

 

당(sugar)은 대사 경로에 따라 작동하며 DNA나 RNA 분자의 근간이 되는 당인산(sugar phosphate)의 구성 성분입니다. 리보오스(Ribose)는 RNA의 구성요소(building block)로 특히 필수적입니다. 이는 지구상의 원시 생명체에 저장된 정보와 촉매반응을 모두 수행할 수 있습니다. 비생물학적인 당(sugar) 분자에서 어떻게 생명 작용이 발생했는가에 대한 연구는 오랜 기간 지속됐습니다. 

 

RNA가 생명의 기원이라는 'RNA 세계(RNA world) 이론'은 생화학자 월터 길버트가 1986년에 먼저 제시했습니다. 월터 길버트는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해 1980년 노벨 화학상을 탄 과학자였는데요. 길버트는 자신의 염기서열을 스스로 복제하는 RNA 분자가 최초의 생명체였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DNA와 RNA, 그리고 염기들. 출처: Fotolia
DNA와 RNA, 그리고 염기들. 출처: Fotolia

RNA 세계 이론에 따르면 RNA는 단백질이 나타나기 전에 효소 역할을 했으며 DNA가 나타나기 전에는 유전정보를 복제하는 역할도 했다고 합니다. 다만, RNA는 단일나선 형태라 불안정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RNA가 진화를 하고 안정적인 이중나선 구조를 가진 DNA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DNA는 생명체의 본보기로서 살아있는 유기체를 어떻게 만들고 작동하는지에 대한 명령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RNA 또한 정보를 전달하며 많은 과학자들은 RNA가 먼저 진화했고 이후 DNA로 대체됐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RNA 분자는 DNA보다 부족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RNA는 다른 분자의 도움 없이 스스로 복제가 가능합니다. 또, 촉매로서 화학 반응을 시작하거나 속도를 높일 수 있죠. 이번 연구는 RNA가 DNA보다 먼저 생명체를 조정했을 가능성을 뒷받침 할 또 다른 증거를 제공합니다. 

 

이밖에도 과학자들은 RNA가 최초의 생명체였을 것이라는 증거를 여러 개 찾아냈습니다. 생물과 비생물 사이의 존재인 바이러스 중에는 RNA를 유전물질로 사용하는 것들이 있는데요. 에볼라, C형 간염, 소아마비도 RNA 바이러스로부터 비롯된 질병들입니다.

DNA와 RNA가 원래 하나였다?! 출처: Fotolia
DNA와 RNA가 원래 하나였다?! 출처: Fotolia

우리 몸의 필수 구성요소인 아미노산과 당은 하나의 광학이성질체로 이뤄져 있습니다. 광학이성질체는 오른손과 왼손의 관계처럼 서로 같은 물질로 이뤄져 있으나 거울상 대칭이 되는 화합물을 말합니다. 이는 당(sugar)의 입체이성질체(stereoisomer)라고 볼 수 있는데요. 동일한 화학구조를 가지고 있고 구성하는 원자 간의 결합 순서도 동일하지만 삼차원 구조는 다른 분자들을 입체이성질체(stereoisomer)라고 합니다. 

 

  • 연구 방법

 

연구팀은 탄소가 풍부한 두 개의 탄소질 콘드라이트인 NWA 801(type CR2)와 Murchison(type CM2)을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기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gas chromatography mass spectrometry)을 이용해 운석의 가루 샘플을 분석했는데요. 참고로 기체 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법은 질량과 전하에 따라 분자를 분류하고 식별합니다. 

소행성 베누(Bennu) 이미지. 출처: NASA/Goddard/University of Arizona
소행성 베누(Bennu) 이미지. 출처: NASA/Goddard/University of Arizona

연구팀은 운석에 있는 당(sugar)가 단순히 지구 생명체에 의해 오염돼 나온 것은 아닌가 고려해봐야 했습니다. 이에 동위원소 분석을 포함해 여러 분석방법을 이용했습니다. 참고로 동위원소는 원자 번호는 같지만 질량수가 다른 원자를 의미합니다. 즉, 같은 수의 양성자를 갖지만 중성자 수가 다른 원자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지구상의 생명체는 무거운 버전의 탄소-13(13C)보다는 더 가벼운 탄소-12(12C)를 사용하길 선호합니다. 그러니 만약 운석에 있는 당(sugar)는 지구 생물들에게서 볼 수 없는 무거운 탄소-13(13C)이 더 풍부하다면 이 당(sugar)는 우주에서 온 것이죠.

 

  • 연구 결과

 

연구팀은 탄소가 풍부한 두 개의 서로 운석, NWA 801(type CR2)와 Murchison(type CM2)에서 리보오스(ribose)와 아라비노스(arabinose)와 자일로스(xylose)를 포함한 다른 생체 필수적인 당(surgar)를 발견했습니다. 

 

기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gas chromatography mass spectrometry)을 이용해 운석의 가루 샘플을 분석한 결과 NWA 801에서는 2.3~11ppb의 당(sugar)와 다량의 리보오스(ribose)가 발견됐고, Murchison에서는 6.7~180ppb의 당(sugar)이 발견됐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운석 중 DNA(2-디옥시리보스)의 당(sugar)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초기 지구에 우주에서 온 리보오스(ribose)의 전달 편향이 있었을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데요. 이는 RNA가 먼저 진화했다는 가설과 일치합니다.

 

동위원소 분석결과 운석에 있는 당(sugar)는 지구 생물들에게서 볼 수 없는 무거운 탄소-13(13C)이 더 풍부했습니다. 즉, 이 당(sugar)는 우주에서 온 것이죠.

 

  • 논의

 

생명체의 기원에 관한 미스터리는 생명 작용이 어떻게 비생물학적인 화학 작용에서 발생할 수 있었는가에 있습니다. 

리보오스(ribose) 구조의 모형과 Murchison 운석. 출처:Yoshihiro Furukawa
리보오스(ribose) 구조의 모형과 Murchison 운석. 출처:Yoshihiro Furukawa

이번 연구의 주요 저자이자 도호쿠대학교(Tohoku University) Yoshihiro Furukawa교수는 "기존에는 아미노산(단백질 성분)과 DNA와 RNA의 성분인 핵염기(nucleobases) 등의 생명체의 구성요소(building block)들이 운석에서 발견됐지만, 당(suger)은 생명체의 주요 구성요소(building block)에서 잃어버린 조각이었다"며 "이 연구는 우주에서 지구로 리보오스(ribose)와 당(sugar)이 운반됐다는 최초의 직접적인 증거이며 외계의 당(sugar)은 지구에서 생물발생이전(prebiotic)의 RNA 형성에 기여했는지도 모른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이자 NASA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NASA Goddard Space Flight Center)의 Jason Dworkin은 "리보오스(ribose)처럼 부서지기 쉬운 분자가 고대 물질에서 검출될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며 "이러한 결과는 JAXA의 하야부사2호와 NASA의 오시리스-렉스에서 회수된 원시 소행성인 류구(Ryugu)나 베누(Bennu)의 오염되지 않은 샘플을 분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공동 저자이자 NASA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Danny Glavin는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운석 중 DNA(2-디옥시리보스)의 당(sugar)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며 "초기 지구에 우주에서 온 리보오스(ribose)의 전달 편향이 있었을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전합니다. 덧붙여 "이는 RNA가 먼저 진화했다는 가설과 일치한다"고 말합니다.

 

  • 결론
고대 지구의 모습?! 출처: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Conceptual Image Lab
고대 지구의 모습?! 출처: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Conceptual Image Lab

운석에서 당(sugar)을 발견한 이번 연구는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화합물이 소행성 내의 화학 반응으로 생명체 성분 일부를 만들 수 있다는 가설을 지지합니다. 만약 이 사실이 옳다면 고대 지구에서 '운석 대충돌기'는 생명체의 구성요소(building block)을 제공하고, 지구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하는 걸 도왔을 겁니다.

 

연구팀은 외계에서 온 당(sugar)의 양을 더 정확히 알기 위해 운석을 분석할 계획입니다. 또한 이 당(sugar)의 입체이성질체(stereoisomer)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지구에서 생명체는 왼손잡이성 아미노산(left-handed amino acids)과 오른손잡이성 당(right-handed sugars)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러한 선호도가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알고싶어합니다. 만약 소행성의 어떤 과정이 편향성을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면 이는 운석 충돌을 통해 우주에서 공급된 성분들이 고대 지구의 다양성을 더 높였고, 그래서 결국 생명체가 이러한 특성을 갖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 참고문헌

 

Furukawa, Yoshihiro, et al. "Extraterrestrial ribose and other sugars in primitive meteorite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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