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 환초 해저 '핵실험 증거'
비키니 환초 해저 '핵실험 증거'
  • 함예솔
  • 승인 2020.02.16 21:30
  • 조회수 7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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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약

 

비키니 환초는 최초의 수중 핵실험장 장소였습니다. 현재까지 비키니 환초에는 대규모 핵실험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연구진은 음파탐지기를 이용해 원자폭탄 실험장소 4곳을 지도화했습니다. 콜로세움을 3개나 넣을 수 있는 해저 분화구를 목격했습니다. 난파된 오래된 선박들이 분해되면서 생태학적 문제를 발생시켰는데요. 연구원들은 비키니 환초 해저의 난파선 몇 개에서 기름이 침출되고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아름다운 비키니 환초, 어쩌다 핵실험장으로?

비키니섬에서 이루어지는 핵폭발 실험 장면. 출처: Naval History and Heritage Command
비키니섬에서 이루어진 핵폭발 실험 장면. 출처: Naval History and Heritage Command

비키니 환초는 1946년에서 1958년까지 미국의 핵실험 장소로 쓰였습니다. 비키니 환초는 1944년 일본이 마셜 제도에서 철수한 뒤 미국이 접수한 섬들 가운데 하나였는데요. 아름다운 이국적 자연 환경을 가진 비키니 환초는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뻔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냉전시기 동안 소련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비키니 환초를 핵실험 장소로 쓰기로 결심했고 원주민들을 롱게리크 환초로 강제이주 시킵니다. 

 

그 뒤 미국은 비키니 환초에서 1946년 7월부터 1958년까지 모두 67건의 핵실험을 진행했습니다. 22개의 원자폭탄이 비키니 환초에서 시험됐습니다. 폭발 지역에 배치된 배들은 가라앉았습니다. 환초 가장자리와 석호 주변에는 인공 분화구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현재까지 비키니 환초에는 대규모 핵실험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고 합니다. 

 

73년이 지난 지금까지 당시 핵 실험의 남아있는 증거가 무엇이고, 원자폭탄 분화구가 자연적으로 형성된 분화구와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AGU 가을 학술대회(Fall Meeting)에서 델라웨어대학교(University of Delaware) 연구진이 최초의 수중 핵실험장 역할을 했던 비키니 환초 주변 해저의 정밀한 지도를 만들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델라웨어 대학교 해양학자인 Arthur Trembanis는 "우리는 핵무기 시대에 이른 새벽의 숲과 나무를 최초로 공개한다"고 밝혔는데요. "이제 우리는 비키니 환초 주변의 지형과 침몰한 많은 배들의 배열 등을 볼 수 있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음파탐지기 이용해 해저 지도화해봤다

 

연구진은 2019년 6월, 전체적인 해저 지음향(geoacoustic) 조사를 위해 첨단 음파탐지기를 이용해 원자폭탄 실험 장소 4곳을 지도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이 지도는 1946년 있었던 크로스로드 작전(Operation Crossroads)의 에이블(Able)과 베이커(Baker)실험과 1954년 있었던 캐슬 브라보(Castle Bravo)와 캐슬 로미오(Castle Romeo)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에이블과 베이커 모두 21~23킬로톤의 핵출력을 내는 플루토늄 원자폭탄을 사용했지만 서로 다르게 배치됐습니다. 

음파한 탐지기를 이용해 원자폭탄 실험장소 4곳을 지도화한 연구진. 출처: University of Delaware
음파한 탐지기를 이용해 원자폭탄 실험장소 4곳을 지도화한 연구진. 출처: University of Delaware

길다(Gilda)라는 별명이 붙은 에이블 테스트 폭탄은 비행기로 투하돼 그곳에 있는 석호와 표적함대 상공 150m에서 폭발했습니다. 화구로 인해 생긴 압력파(Pressure waves)가 바다 수면을 누르며 몇 척의 배를 침몰시켰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베이커는 세계 최초의 수중 핵실험이었습니다. 폭탄은 석호와 표적함대 아래 27m 지점에 설치됐습니다.

 

콜로세움 3개 들어갈 크기의 분화구 발견

 

비키니에서의 핵 실험은 1958년에 끝났습니다. 이후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Arthur Trembanis와 그의 연구팀은 이곳에서 무엇을 발견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연구팀은 수중음파탐지기를 이용해 센트럴 파크의 1.5배 크기의 지역을 보트로 돌아다니며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이 지도는 지금까지 이 지역에서 가장 상세한 해저 지음향 지도로 반사음(reflected sound)의 2천 만개의 개별 지점을 보여줍니다. 에이블 현장을 스캔한 결과 해저가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발견됐습니다. 반면 베이커 현장을 보았을 때 연구진은 예상치 못한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연구진은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을 3개나 넣을 수 있는 가로 800m이상의 해저 분화구를 목격했습니다. 부드러운 사발 모양이라기 보다는 베이커 분화구 중앙에서 방사상으로 뻗어나가는 형태였습니다. Trembanis는 분말의 우유빛 진흙에 박힌 콜리플라워 모습이었다고 말했는데요. 이는 폭발의 엄청난 힘에 대한 증거였습니다. 그는 이 지형이 분사하는 기둥 꼭대기에 있는 콜리플라워 모양의 기둥에서 과열된 잔해들이 분화구로 다시 쏟아져 내리며 형성됐다고 믿고 있습니다. Trembanissmss "욕조를 상상한다면 거대한 모래 주머니를 욕조에 버리는 것과 같을 것이다”며 “이는 부딪혔다가 방사되는 형태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침몰한 난파선에서 기름 새고 있었다

 

연구진의 해저 지도에는 폭발 현장에서 가까운 곳의 12척의 난파선에 대한 상세한 평가를 수행할 수 있었는데요. 두 폭발 모두 선박을 침몰시켰고 선박을 녹여 뒤틀리게 만들었습니다. 베이커 폭바 현장 근처의 미국해군전함은 평방인치당 수백 파운드를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습니다. 그러나 시험 중 기록된 압력 센서에는 10배 이상 높은 압력이 기록돼 있었습니다. 

 

수중 음파탐지기 조사 이후 잠수부들은 6개의 난파선에 보내졌습니다. 모두 거대했던 폭발로 발생한 상당한 피해를 볼 수 있었습니다. 미국해군전함은 철제 리벳이 찢겨진 채 바닥에 놓여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난파된 오래된 선박들이 분해되면서 생태학적 문제를 발생시켰는데요. 연구원들은 비키니 환초 해저의 난파선 몇 개에서 기름이 침출되고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난파선에서 기름이 새고 있었다니.. 출처:AdobeStock
난파선에서 기름이 새고 있었다. 참고 이미지. 출처: AdobeStock

이번 연구의 결과는 자연을 바꿔버릴 수 있는 인류의 능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제공합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오션 익스플로레이션 트러스(Ocean Exploration Trust)의 수석 과학자인 Nicole Raineault는 "해저나 난파선의 지도를 만드는 건 새로운 일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역사적인 해양 사건의 영향을 매핑하고 최초로 복구를 위한 모니터링을 추가한 건 다르다"고 전했습니다. Trembanis는 오래전 일어났던 핵실험이 끝나고 없어졌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실험이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꽤 가시적이라고 말합니다. 이번 연구는 복구 모니터링을 위한 중요한 기준을 만들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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