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공룡
남극 공룡
  • 함예솔
  • 승인 2020.02.07 09:00
  • 조회수 1046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극은 연간 평균 기온이 영하 49도로 지구에서 가장 추운 대륙인데요. 얼음의 땅인 남극의 빙상에는 지구상의 약 90%의 담수가 담겼습니다. 남극은 인간의 손길이 가장 덜 닿은 지구 상의 유일한 곳이기도 한데요. 극심한 환경에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는 남극은 우주 탐사 시대를 맞이해 과학자들의 실험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남극대륙 빙하에 숨겨져 있던 신기한 과학적 사실들을 끄집어 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연재순서]

남극에서 공룡 발견되는 이유

남극 빙하 아래 호수가 숨겨져있다?!

남극에서 운석 찾는 이유

남극 아래 화산이 터지면?!

우리 어쩌면 좋지...? 출처: AdobeStock
남극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출처: AdobeStock

이웃님은 '남극'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으신가요? 대부분 하얀 빙하로 가득 찬 황량한 풍경과 펭귄이 생각나실 것 같은데요. 남극 대륙은 99.7%가 얼음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그 중 단 0.3%의 지역만이 얼지 않은 땅으로 존재합니다. 이 곳에서 이끼류, 지의류, 진드기, 선충과 같은 무척추동물은 독특하고 다양한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갑니다. 이렇게 오늘날 남극은 척박해서 동식물이 살기엔 적합해 보이지 않는데요. 20,000년 전 절정에 달했던 마지막 빙하기를 겪는 동안 남극은 확실히 더욱 많은 얼음으로 뒤덮이게 됐습니다. 

 

한 때 푸르렀던 남극

 

그런데 이런 남극도 과거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1억년 전 지구는 극단적인 온실 효과를 겪었고 이때 극지방의 만년설은 거의 다 녹았습니다. 그리고 이때 남극에는 공룡이 서식할 수 있는 열대우림이 존재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남극의 생태계는 남극의 오랜 겨울과 어둠에 적응했습니다. 

남극 과거모습은 이랬을까? 출처: AdobeStock
남극 과거 모습은 이랬을까? 출처: AdobeStock

이러한 기후는 남극을 무성한 아열대 숲으로 뒤덮여 있었고 대형 공룡을 포함한 다양한 식물과 동물들이 살 수 있게 했습니다. 한때 남극이 푸르렀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은 영국의 탐험가 로버트 팰컨 스콧(Robert Falcon Scott)이었습니다. 1912년 남극에서 돌아온 그는 남극 대륙에 있는 세계 최대의 빙하인 비어드모어 빙하(Beardmore Glacier)에 있던 화석에서 식물들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이밖에도 남극에서는 심지어는 남극점에서 몇 위도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풍부한 잎 화석과 나무 화석이 발견됐는데요. 이는 이전의 지질 시대에 남극에도 산림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중생대 시대. 출처: AdobeStock
중생대 시대. 출처: AdobeStock

남극에서 발견된 화석은 대부분 2억 5천만년 전부터 6천 5백만년까지에 해당하는 중생대(Mesozoic era)의 것이었는데요. 주로 남극 반도에 보존된 암석의 시대를 반영하는 화석들이었습니다. 이 시대는 공룡의 시대였습니다.

 

이에 대해 전남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지질환경전공 허 민 교수는 <이웃집과학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생대(공룡시대)의 남극 대륙의 위치는 지금보다 조금 더 북쪽에 위치했었다"며 "또한 당시 지구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금보다 약 2.5배 높아서 지구의 평균온도는 지금보다 약 10도 가량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허 교수는 "과거 남극 대륙은 현재 온도보다 훨씬 높은 온도로 지금과 같이 얼음으로 뒤덮인 모습이 아닌 커다란 숲으로 이뤄져 있었다"며 "현재에도 많은 식물화석이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허 민 교수에 따르면 남극에서는 공룡말고도 다양한 화석들이 발견되는데요. 허 민 교수는 "새 화석(폴라오르니스)이 발견되었을뿐 아니라 엘라스모사우루스, 플리오사우루스, 모사사우루스같은 해양파충류 화석도 남극에서 발견됐다"고 전했습니다. 

 

남극에서의 해양 화석은 무척추동물 화석으로 발견되는데요. 이는 암석의 연대를 알아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생물체 그룹 간의 유사성은 해양을 가로지르고 전에 살던 생물체와의 연관성을 암시하고 있는데요.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진 생물체의 진화 과정의 변화, 대륙의 이동, 기후 변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크게 향상시켜줍니다.

  • 무척추동물

신체를 지탱하는 골격을 몸 안에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단단한 외부골격(외골격)이나 껍데기로 몸을 보호하며 지탱합니다. 무척추동물은 다양성과 적응 능력으로 바다와 육지를 점유해왔습니다. 해면동물, 극피동물, 완족동물, 연체동물, 절지동물 등이 이에 속합니다.

남극에서 발견된 화석, 어떤 생물 담겨 있을까?

 

남극에서 화석을 수집하는 건 어렵고 힘든 일인데요. 영국의 남극자연환경연구소(British Antarctic Survey)에서는 1940년대 이후부터 꾸준히 남극에서 화석을 찾아왔습니다. 현재 남극에서 발견된 4만여개의 화석표본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체동물(Molluscs) 화석들. 출처: AdobeStock
연체동물(Molluscs) 화석들. 출처: AdobeStock

일반적으로 연체동물(Molluscs) 화석은 엄청나게 다양한 생물체 집단인데요. 남극에서 발견되는 연체동물의 종류에는 달팽이처럼 생긴 복부에 다리가 붙은 복족류(Gastropods), 조개류인 이매패류(bivalves), 암모나이트와 같은 두족류(Cephalopods)등이 있다고 합니다.

남극에서 채취한 화석들. 출처: 유튜브/University of Leeds
남극에서 채취한 화석들. 출처: 유튜브/University of Leeds

남극에서 발견된 절지동물(Arthropodes) 화석에는 곤충, 갑각류, 거미류 등을 포함해 전 세계의 살아있는 생물종 80%에 해당하는 온갖 종류의 생물체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절지동물 화석의 표본에는 따개비(sessile barnacle)화석과 매우 잘 보존된 새우 화석등이 있다고 합니다.

극피동물에 속하는 바다나리(sea lily)화석이다. 출처: AdobeStock
극피동물에 속하는 바다나리(sea lily)화석이다. 출처: AdobeStock

극피동물(Echinoderm) 화석은 불가사리, 거미불가사리, 성게 등을 포함한 해양동물 그룹입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극피동물 화석에는 약 2억년 전~1억 4천 5백만년 전 중생대 중기인 쥐라기 시대 초기에 살던 불가사리 화석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화석화된 나무, 꽃가루, 포자 그리고 잎 화석들이 있습니다. 잎 화석은 양치식물, 소나무, 이끼와 은행나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식물 화석은 남극 반도의 사암과 이암에 보존돼 있다고 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남극 대륙의 남극반도 서안에 있는 섬인 '알렉산더 섬(Alexander Island)'과 남극 반도 북쪽에 있는 사우스셰틀랜드 제도에 있다고 하는데요. 이곳은 백악기(Cretaceous, 1억 4천 4백만년전~ 6천 5백만년)에 해당하는 암석으로 이뤄져 있다고 합니다. 

남극은 한 때 푸르렀다. 출처: 유튜브/Victoria University of Wellington
남극은 한 때 푸르렀다. 출처: 유튜브/Victoria University of Wellington

이렇게 남극에서 발견된 다양한 식물 화석의 집합으로 소나무와 양치식물, 이끼류, 은행나무 등으로 남극의 숲을 재건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이 시기에 남극 대륙이 대략 70°S에 위치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오늘날 뉴질랜드와 태즈메이니아에서 발견되는 식물들과 비슷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요. 이는 중생대 후기 기후는 비교적 따뜻하고 온난했다는 걸 시사합니다.

 

화석, 남극 어디에서 발견될까?    

 

그렇다면 남극 반도에서 화석은 주로 어디에서 발견될까요? 남극자연환경연구소(British Antarctic Survey)가 수집한 화석은 주로 남극 반도와 스코티아호의 섬에서 채취했다고 하는데요. 쥐라기 시대(2억년~1억 4천 5백만년) 동안 곤드와나 초대륙이 태평양판의 주변부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고 화산열도(chain of volcanic islands)를 형성합니다. 이것이 바로 남극 반도가 됩니다.

남극 반도. 출처: Wikimedia Commons
남극 반도. 출처: Wikimedia Commons

화석은 화산 열도의 뒤쪽과 앞쪽에 퇴적된 퇴적물과 주변 화산에서 분출된 화산재 층에 보존돼 있습니다. 화석은 반도의 많은 지역에서 발견되는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화석이 많이 산출되는 장소들이 있다고 합니다. 남극자연환경연구소(British Antarctic Survey)에 따르면 알렉산더섬(Alexander Island), 사우스셰틀랜드제도(South Shetland Islands), 제임스 로스섬(James Ross Island)에서 화석이 많이 산출된다고 하는데요.

남극 반도의  알렉산더 섬(Alexander Island), 사우스셰틀랜드제도(South Shetland Islands), 제임스 로스섬(James Ross Island). 출처: 구글어스
남극 반도의 알렉산더 섬(Alexander Island), 사우스셰틀랜드제도(South Shetland Islands), 제임스 로스섬(James Ross Island). 출처: 구글어스

알렉산더 섬은 1억 6천만년~1억년에 해당하는 지층들로 이뤄져 있다고 해요. 상부는 쥐라기 시대(Jurassic period)이고 하부는 백악기 시대(Cretaceous period)인 퇴적물로 구성돼 있다고 합니다. 남극 반도에서 가장 풍부하고 다양한 화석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알렉산더 섬의 퇴적암은 화산열도의 앞에 퇴적된 세립질부터 조립질까지의 모래와 진흙의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졌습니다. 이곳에서 발견되는 화석 대부분은 이매패류, 두족류, 식물들이지만 성게, 불가사리, 완족류, 새우 같은 극피동물 화석도 상당량 발견됩니다. 

 

사우스셰틀랜드제도(South Shetland Islands)는 남극 대륙의 남극반도 북쪽에 있는 섬무리인데요. 리빙스턴 섬과 킹조지 섬 등으로 구성됩니다. 참고로 킹조지섬은 한국의 세종기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죠. 남셰틀랜드 제도를 구성하는 화산열도는 주로 초기 백악기(1억 4천 5백만년~1억년 전)에 활동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화석들은 바이어스 반도(Byers Peninsula)의 해저와 화산에서 파생된 퇴적물에서 발견됩니다. 이곳에서 발견되는 화석은 알렉산더섬과 비교했을 때 다양성은 적습니다. 대부분 이매패류와 식물 화석들입니다.

 

화산열도의 뒤에 놓인 퇴적물은 제임스로스 섬(James Ross Island) 분지에 드러나는데요. 이 중 남반구에서 가장 완전한 백악기(1억 4천 5백년~6천 5백만년)에 퇴적된 침전물 천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룡이 지배하던 시대의 말기에 해당하는 백악기~제3기 경계선은 시모어 섬(Seymour Island)에 잘 노출돼 있다고 합니다. 플라이오세(530만년~80만년) 전의 빙하기의 침전물과 간빙기의 침전물은 서로 번갈아 가며 쌓여있는데 그 사이에 광범위한 화산암 시퀀스가 침입한 구조입니다. 제임스로스 섬도 알렉산더 섬과 마찬가지로 연체동물과 식물 화석이 지배적인데요. 새우 화석과 환형동물의 충관상 구조(worm tubes) 화석도 발견됩니다. 또한 시모어 섬에서 17개의 펭귄 화석 표본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남극에서 발견되는 공룡 화석은?!

 

지난 2016년 퀸즐랜드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의 생물학자 Steve Salisbury)는 제임스 로스섬(James Ross Island)에서 다양한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그곳의 암석들은 공룡시대인 백악기에 침전된 퇴적물로 이뤄져 있었기 때문에 7천 1백만~6천 7백만년 사이에 해당했습니다. 이 암석들은 모두 얕은 해양에서 형성된 암석이었는데 당시 바다에 살았던 다양한 생물체의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이곳에서는 해양 파충류 화석이 많이 발견했는데 영화 <쥐라기 월드>에서 등장했던 플레시오사우루스(plesiosaurs)와 모사사우르스(mosasaurs) 같은 것들이 발견됐습니다. 이 밖에도 몇 개의 공룡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허 민 교수는 "공룡시대라 불리는 중생대 남극 대륙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공룡이 살았었다"며 "현재까지 발견된 공룡으는 갑옷공룡, 오리주둥이공룡, 목긴공룡(용각류) 등의 초식공룡과 드로마에오사우루스류의 육식공룡이 발견됐다"고 전했습니다. 허 민 교수에 따르면 공룡을 포함해 남극 대륙에 살았던 생물들은 다른 지역과 다른 고유의 특징을 가지게 된다고 하는데요. 허 민 교수는 "남극 대륙에서 발견되는 공룡들은 다른 지역에서 발견되는 공룡보다 작은 크기의 공룡이 많이 발견된다"며 "또한 중생대의 남극 대륙은 지금보다는 온난한 날씨였지만, 여전히 고위도에 위치하여 겨울에는 추웠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일부 공룡은 동면을 하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에도 과학자들은 남극에서 공룡 화석을 발견한 바 있는데요. 안타르크토펠타 올리베로이(Antarctopelta oliveroi), 트리니사우라 산타마르타엔시스(Trinisaura sabtanartaebsus), 글라키알리 사우르스 하메리(Glacialisaurus hammeri), 크리올로포사우루스(Cryolophosaurus)가 대표인으로 남극에서 발견된 공룡이라고 합니다. 

 

안타르크토펠타 올리베로이(Antarctopelta oliveroi) 공룡은 초식공룡인데요. 몸 길이가 6m에 달하고 약 8천 3백만년~7천 2백만년 전에 살았다고 합니다. 1986년 1월 두명의 아르헨티나 지질학자 Eduardo Olivero와 Roberto Scasso는 제임스 로스섬(James Ross Island) 북쪽의 산맥을 따라 하이킹하고 있었는데요. 이 지역은 한때 얕은 바다에 속해있던 지역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두족류나 상어의 화석을 발견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암석에서 튀어나온 나뭇잎 형태의 이빨이 달린 턱뼈의 일부를 발견했습니다. 근처에 팔과 다리, 두개골 조각도 발견했습니다. 

안타르크토펠타 올리베로이(Antarctopelta oliveroi). 출처: Wikimedia Commons
안타르크토펠타 올리베로이(Antarctopelta oliveroi). 출처: Wikimedia Commons

이렇게 화석이 조각나 분리돼 있는건 남극의 겨울은 매우 혹독하기 때문에 화석이 견뎌내기 힘들기 때문인데요. 화석들은 오랜 기간 남극의 계절변화에 따라 얼었다 녹았다 하며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뼈 화석의 주인공이 밝혀졌는데요. '갑옷공룡'으로 잘 알려진 백악기 초식 공룡인 안킬로사우루스(ankylosaur)로 확인됐습니다. 몸통은 두꺼운 골편(osteoderms)으로 뒤덮여 있었고 강력한 꼬리로 무장해 육식 공룡도 쉽게 덤비지 못했다고 합니다. 

트리니사우라 산타마르타엔시스(Trinisaura santamartaensis). 출처: Levi Bernardo/Wikimedia Commons(CC BY-SA 3.0)
트리니사우라 산타마르타엔시스(Trinisaura santamartaensis). 출처: Levi Bernardo/Wikimedia Commons(CC BY-SA 3.0)

트리니사우라 산타마르타엔시스(Trinisaura santamartaensis)는 8천 3백만~7천 2백만년 전 살았던 크기 약 1.5m의 초식공룡이었습니다. 제임스 로스섬(James Ross Island)에서 발견된 트리니사우라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부리 공룡(breaked dinosaurs)입니다. 이 공룡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후원하는 화석 발굴원정 중 처음 발견됐다고 합니다. 고생물학자 Rodolfo Coria과 Juan J. Moly은 절적히 균형 잡힌 공룡의 골격 일부를 발견했습니다.

 

이 표본은 엉덩이, 팔, 척추 뼈들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이 뼈들은 트리니사우라가 조각류(ornithopod) 공룡이란 걸 말해줍니다. 조각류 공룡은 중생대 말기 쥐라기와 초기 백악기에 번성했는데요. 두 발로 걸을 수 있고 뒷다리가 매우 발달했으며 길고 육중한 꼬리가 몸의 균형을 유지했습니다. 호숫가 주변에서 서식하며 나뭇잎 등을 먹었다고 추정됩니다. 특히, 국내의 공룡발자국 85%가 조각류 공룡의 것이라고 합니다. 

 

글라키알리 사우르스 하메리(Glacialisaurus hammeri)는 1억 9천만년 전 살았고 6~7.5m 크기로 초식공룡이었습니다. 이 공룡의 화석은 2000년대 중반 최초로 발견됐는데요. 발굴 작업이 상당히 까다롭다고 합니다. 당시 이 발굴에 참여했던 필드 자연사 박물관(Chicago Field Museum)의 대학원생 Nathan Smith은 "이는 극도로 어려운 조건"이라고 표현했는데요. 화석을 발굴하는데 공기드릴, 톱, 끌이 필요했고 무려 2번의 필드 시즌에 걸쳐 모든 뼈 화석을 발굴해냈다고 합니다. 

 

그들이 발견한 건 단순히 남극에서 공룡의 뼈를 발견했다는 사실만은 아니었습니다. 글라키알리 사우르스가 살던 시기는 남극,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아라비아, 인도, 마다가스카르, 호주가 모두 연결돼 있었는데요. 곤드와나(Gondwana)라 불리는 거대한 초대륙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고생물학자들은 글라키알리 사우루스가 발견된 뼈 화석 조각들을 근거로 이 공룡은 목이 긴 용각아목(사우로포도모프, sauropodomorph)의 원시 형태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에 남극에서 발견된 글라키알리 사우루스는 용각하목(사우로포드, sauropod)의 진화사를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로 여겨지게 됩니다. 

글라키알리 사우르스 하메리(Glacialisaurus hammeri). 출처: Wikimedia Commons
글라키알리 사우르스 하메리(Glacialisaurus hammeri). 출처: Wikimedia Commons

용각하목(사우로포드, sauropod) 공룡은 육지 생물체 중에 몸집이 가장 커다랬던 공룡인데요. 목이 길고 커다랗고 네 개의 거대한 기둥처럼 생긴 다리 4개로 걸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글라시알리사우루스(Glacialisaurus)와 같은 더 많은 용각아목(사우로포도모프, sauropodomorph)공룡은 두 다리로 걸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다 결국 용각하목(사우로포드, sauropod) 공룡들은 용각아목(사우로포도모프, sauropodomorph) 공룡을 완전히 대체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글라키알리 사우루스는 적어도 이 두 집단이 나란히 살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용각하목(사우로포드, sauropod)에 속하는 공룡화석은 모두 목이 긴 용각아목(사우로포도모프, sauropodomorph)의 원시 형태였던 글라키알리 사우르스가 산출되는 동일한 암석 형태에서 발견됩니다. 이를 보았을 때 목이 긴 용각아목(사우로포도모프, sauropodomorph)는 하루아침에 사라졌다기 보다는 단계적으로 서서히 분리된 것으로 보입니다.

 

클리올로포사우루스(Cryolophosaurus)는 1억 9천만년 전에 살았는데요. 크기는 약 20m로 육식공룡이었습니다. 이 공룡은 남극에서 발견된 가장 유명한 공룡인데요. 1991년 미국의 고생물학자 윌리엄 해머(William R. Hammer) 박사팀이 발견했습니다. 이 공룡은 초기 쥐라기 시대에 살았는데요. 당시 남극 대륙은 현재 위치에서 북쪽으로 약 965km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이에 당시 기후는 날개 달린 파충류, 포유류, 용각류 공룡으로 가득찬 숲이 남극대륙에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클리올로포사우루스(Cryolophosaurus). 출처: AdobeStock
클리올로포사우루스(Cryolophosaurus). 출처: AdobeStock

클리올로포사우루스는 남극 대륙에서 발견된 최초의 육식공룡이었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당시 몸집이 큰 수각류가 드물었다는 점입니다. 원형에 가깝고 적당한 크기의 크리올로포사우루스는 육식공룡이 어떻게 진화하고 다양해졌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 공룡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얼굴에 달린 볏인데요. 대부분의 크리올로포사우루스는 세로로 두개골을 따라 볏이 있었는데요. 이와 대조적으로 남극에서 발견된 크리올로포사우루스는 넓은 면이 앞쪽을 향하게 돼있어 하나의 곡선을 이루는 볏이 주둥이 쪽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 때문에 크리올로포사우루스는 엘비스를 닮았다는 의미로 엘비사우루스란 별명이 붙었습니다.

 

남극에 살았던 공룡은 깃털도 가지고 있었다?!

 

공룡이 살던 시기 남극은 곤드와나 대륙에 있었는데요. 당시 지구의 기후는 훨씬 더 따뜻했고 곤드와나 대륙은 일년 내내 겨울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식물과 동물로 가득 찬 생태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당시 남극은 춥진 않았지만 극지방은 여전히 여름은 길고 겨울은 춥고 긴 어둠이 지속됐을 겁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조건에서 살아가는 건 힘들었을 겁니다. 추운 겨울, 공룡은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요? 굴을 파고 들어가서 살았을까요? 조류가 조상이니까 깃털이라도 가지고 있었을까요?

 

그런데 슬로바키아, 스웨덴, 호주, 미국의 과학자들은 공동 연구를 통해 한때 남극에 살았던 공룡과 새의 화석에서 깃털처럼 보이는 걸 실제로 발견했습니다.

새의 깃털(왼)과 공룡의 원시깃털(Dinosaur protofeather)출처:  Melbourne Museum
새의 깃털(왼)과 공룡의 원시깃털(Dinosaur protofeather)출처: Melbourne Museum

<Gondwana Research>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연구진은 현미경과 분광학을 이용해 10개의 화석 표본을 분석했는데요. 그 결과 1억 1천 8백만 전에 살았던 조류와 원시깃털을 가진 공룡을 발견합니다. 기존에도 솜털 같은 깃털이 있는 공룡에 관한 암시가 화석 기록에서 갑작스럽게 보여지곤 했는데요. 이 화석들은 대부분 북반구에서 발견된 것이었다고 해요. 연구진에 따르면 호주 남부의 빅토리아 주의 한 곳에서 깃털 화석이 발견된 바 있지만 지금까지 자세히 관찰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초기 백악기의 극지방(70°S)에서 발견된 공룡 화석을 조사했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발견된 공룡의 원시 깃털은 아마도 공룡이 체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었을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또한 연구팀은 이 화석에서 멜라노좀(melanosomes)을 발견하기도 했는데요. 멜라노좀은 멜라닌 세포 안에 있는 작은 자루모양의 세포 소기관에서 만들어지는데요. 공룡의 색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됩니다. 조사 결과, 연구진이 화석에서 발견된 멜라노좀은 공룡이 어두운 색이었을 것이라는걸 알려줬는데요. 어두운 색은 남극에서 희미한 빛을 흡수하는데 도움이 됐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남극에서 공룡이 살았다는 사실도 신기한데, 깃털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니 놀라운 연구입니다. 

 

이렇게 남극에서 공룡화석이 발견되는 건 과학자들에게 많은 의미가 있는 듯 보이는데요. 허 민 교수에 따르면 남극에서 발견되는 공룡 화석을 통해 공룡의 '진화'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허 민 교수에 따르면 고생대 말부터 중생대 초 트라이아스기까지 전 지구의 대륙은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기존에 판게아라는 커다란 초대륙으로 뭉쳐있던 대륙들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지게 되고 이러한 과정속에 현재의 남극대륙은 호주대륙과 붙어있는채로 지금의 극지방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따라서 남극-호주대륙에서 살던 공룡들은 아메리카대륙, 아시아대륙에서 보이는 공룡들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특징을 다른 대륙에서 발견된 화석과의 고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일부 공룡(목긴공룡, 오리주둥이공룡 등)은 아메리카 대륙을 통해서 남극으로 이주해온 것으로 보이는데요. 반면 드로마에오사우루스류 육식공룡은 초대륙시절부터 남극 지역에 서식했고 별도의 진화를 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남극 대륙의 곳곳에 과거 살았던 생명체들의 흔적이 화석으로 나옵니다. 아직 우리가 찾지 못한 얼음 속엔 또 뭐가 들어있을까요?

 


##참고자료##

 

  • Coria, Rodolfo A., et al. "A new ornithopod (Dinosauria; Ornithischia) from Antarctica." Cretaceous Research 41 (2013): 186-193.
  • Kundrát, Martin, et al. "A polar dinosaur feather assemblage from Australia." Gondwana Research 80 (2020): 1-11.
  • Smith, Nathan D., and Diego Pol. "Anatomy of a basal sauropodomorph dinosaur from the Early Jurassic Hanson Formation of Antarctica." Acta Palaeontologica Polonica 52.4 (2007).
  • British Antarctic Survey, "Fossils from the Antarctic"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찬 2020-04-28 22:14:49
새로운 걸 배우게 된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 충청남도 보령시 큰오랏3길
  • 법인명 : 이웃집과학자 주식회사
  • 제호 : 이웃집과학자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병진
  • 등록번호 : 보령 바 00002
  • 등록일 : 2016-02-12
  • 발행일 : 2016-02-12
  • 발행인 : 김정환
  • 편집인 : 정병진
  • 이웃집과학자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6-2024 이웃집과학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ontact@scientist.town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