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화성에선 '집을 자라게 심는다'
달과 화성에선 '집을 자라게 심는다'
  • 함예솔
  • 승인 2020.02.03 23:55
  • 조회수 140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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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화성 등 다른 행성에서 인간이 금속 재질의 건물을 짓고 플라잉카를 타고 날아다니는 모습이 연출되곤 합니다. 실제로 몇몇 국가들과 민간 기업이 향후 수년 내에 달 표면에 기지를 세우는 임무를 계획 중인데요. 문제는 달에 건물을 지을 만한 마땅한 자재가 없다는 점입니다. 재료를 지구에서 직접 운빈해야 할까요?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달 기지의 자재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달에 건물 지을 때 재료는 뭘 쓰지? 출처: fotolia
달에 건물 지을 때 재료는 뭘 쓰지? 출처: fotolia

NASA, 곰팡이로 집 자라게 한다

 

최근 NASA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달과 화성에서 기지를 지을 때 '곰팡이(Fungus)'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있는 NASA의 에임스 연구센터(Ames Research Center)에서 나온 myco-architecture 프로젝트는 달과 화성 등에서 서식할 수 있는 '성장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견본을 만들고 있었는데요. 특히 곰팡이와 곰팡이를 구성하는 균사체를 이용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곰팡이로 만든 기지를 추구합니다. 인간이 화성과 같은 먼 곳으로 여정을 떠날 때 보관이 용이하고 가벼운 물질인 휴면 상태의 곰팡이로 작은 기지를 구축한다는 겁니다. 도착하자 마자 기본 키트를 펼치고 물만 부어주면 주거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번 연구는 곰팡이 같은 생명체 그 자체를 어떻게 기술로 활용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것입니다.  

연구원이 균사체가 든 페트리 접시를 들고있다. 출처: NASA/Ames Research Center/Lynn Rothschild
연구원이 균사체가 든 페트리 접시를 들고있다. 출처: NASA/Ames Research Center/Lynn Rothschild

곰팡이(fungus)는 포자를 만들어내고 유기 물질을 먹는 유기체 그룹을 말하는데요. 빵이나 맥주 속 효모균이나 샐러드 속 버섯,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를 만들어내는 유기체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균류 안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균사체(mycelia)가 들어있습니다. 이 작은 실처럼 생긴 균사체는 매우 정밀하고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 버섯처럼 큰 구조에서 네트워킹을 만듭니다. 올바른 조건을 갖추면 균사체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요. 가죽과 비슷한 물질에서부터 화성 서식지를 만들기 위한 블록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합니다.  

2주 동안 성장한 균사체로 만들어진 구조. 출처: NASA/2018 Stanford-Brown-RISD iGEM Team
2주 동안 성장한 균사체로 만들어진 구조. 출처: NASA/2018 Stanford-Brown-RISD iGEM Team

미래의 우주비행사를 위해 살기 좋은 집을 짓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우주비행사들은 지구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든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켜야 하고 멀리 떨어진 새로운 세계에서 혹독한 환경을 견뎌내야 합니다. 단순히 껍데기에 불과한 집이 아니라 집 스스로 인간을 보호하도록 설계된 다양한 종류의 유기체들이 그들만의 생태계를 이룰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주비행사들과 마찬가지로 곰팡이의 균사체는 기본적으로 영양분이 필요하고 숨을 쉬어야 하는 생명체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물과 이산화탄소를 산소나 곰팡이의 영양분으로 바꿀 수 있는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고안된 기지의 콘셉트는 3겹의 돔으로 구성됩니다. 가장 바깥 층에는 달이나 화성의 자원으로부터 얻은 얼음으로 구성됩니다. 이 물은 우주 방사능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리고 녹은 물은 두 번째 층으로 흘러들어갑니다. 두 번째 층은 시아노박테리아가 있는 층인데요. 얼음 층을 통과한 외부의 빛 그리고 이곳으로 흘러들어 온 물을 이용해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주비행사를 위한 산소와 마지막 층의 균사체를 위한 영양분을 만들어냅니다. 균사체가 들어있는 마지막층은 유기적으로 성장하면서 견고한 집을 구성합니다.

균사체, 마당 폐기물, 나무조각을 넣고 만들어진 벽돌. 출처: NASA/2018 Stanford-Brown-RISD iGEM Team
균사체, 마당 폐기물, 나무조각을 넣고 만들어진 벽돌. 출처: NASA/2018 Stanford-Brown-RISD iGEM Team

이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균사체는 바이오채광 시스템(biomining systems)을 통해 폐수에서 미네랄을 추출할 수 있는 물 여과장치로 사용될 수 있는데요. 조명, 습도 조절 장치,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자가생성 서식지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달과 화성과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필요합니다. 집을 짓는 대신 자라게 만들거나 암석 대신 오물에서 광물을 채굴하는 방식 등이 유용할 겁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해답을 가지고 새로운 세계에 기지를 건설할 수 있습니다. 

 

유럽우주국(ESA), 달 먼지로 벽돌 만든다

 

울퉁불퉁한 달 표면은 '레골리스(regolith)'라고 불리는 미세한 먼지로 덮여 있습니다. 달의 토양은 규산염으로 이뤄진 현무암질로 구성되는데요. 이는 화산이 있는 행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입니다. 달과 지구는 지질학적인 역사를 공유합니다. 때문에 지구에서 용암이 흐른 곳에 남겨진 물질들은 달 표면의 물질과 유사합니다.

 

2018년 8월 20일, 유럽우주국(ESA)는 달의 먼지를 이용해 벽돌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는데요. 연구진들은 달의 먼지로 어떻게 벽돌을 만들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독일 쾰른 근처의 4500만 년 전 분화한 화산 물질들을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물질을 유럽우주국의 유럽우주인훈련센터(European Astronaut Centre, EAC)의 이름을 따서 'EAC-1'라고 명명했습니다. ESA 관계자에 따르면 이 화산 분말들은 달 표면의 먼지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단, 달 표면에 있는 먼지들은 지속적으로 방사선의 폭격을 받기 때문에 전기적으로 하전돼 있습니다. 때문에 이 먼지 입자들은 표면 위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여전히 달 먼지의 정전기 성질에 대해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달의 먼지를 이용해 벽돌로? 출처: ESA
달의 먼지를 이용해 벽돌로? 출처: ESA

연구진은 달 먼지의 움직임을 재현하기 위해 방사선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연구진은 간신히 입자들을 활성화시키기는 했지만 달 표면에서의 특성은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는 연구진들에게 한 가지 과제를 더 던져주는데요. 우리가 만약 달의 먼지로 벽돌을 만들어 건물을 지을 경우 방사선이 깨끗하게 제거된 샘플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달의 먼지로 집 짓는다면 이런 모습일까? 출처: ESA/Foster + Partners
달의 먼지로 집 짓는다면 이런 모습일까? 출처: ESA/Foster + Partners

한편, 연구진들은 달의 먼지를 이용해 또 다른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달의 토양의 약 40%는 산소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에 EAC 프로젝트의 연구원들은 우주비행사들이 달에 머무는 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달 먼지 안에서 산소를 추출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이후 2018년 11월 14일, ESA는 달의 레골리스(regolith)를 재료로 활용해 3D 프린팅 기술을로 세라믹 부품을 제작했습니다. 이는 달 기지를 건설할 때 달의 먼지가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연구진은 다양한 종류의 산화물과 산화규소, 알루미늄, 칼슘, 산화철 등으로 이뤄진 레골리스 원료를 이용했습니다. 빛에 반응하는 결합제(binding agent)와 섞어 층별로 내려놓은 다음, 빛에 노출시켜 굳게 만듭니다. 최종 인쇄된 부품은 오븐에 넣어 소결(sinter)시킵니다. 

레골리스(regolith)를 재료로 3D프린팅 기술을 사용해 만은 세라믹 부품. 출처:ESA–G. Porter
레골리스(regolith)로 만든 세라믹 부품. 출처: ESA–G. Porter

ESA의 재료엔지니어 Advenit Makaya는 "이 부품들은 지금까지 레골리스 모조품을 이용해 만든 물건 중 가장 정교한 인쇄 해상도를 지니고 있다"며 "이는 높은 수준의 인쇄 정밀도 구현이 가능하고 활용 범위도 넓힐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습니다. 덧붙여 "만약 달 기지에서 부서진 부품을 교체하기 위해 도구나 기계 부품을 3D 프린팅해야 한다면 인쇄된 물품의 치수와 모양에 관한 정밀성이 필수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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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요한 2020-10-04 00:41:27
우왕 곰팡이로 집을 지은다니 지구에선 테란이였지만 우주로나가면 저그가 될수도 있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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