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생명체가 유전정보를 발현하는 과정에서 RNA를 합성하는 복합체를 재사용하는 과정이 밝혀졌습니다. 연구팀은 거푸집 역할을 하는 DNA로부터 RNA가 본떠진 이후에도 중합효소가 DNA로부터 떨어지지 않고 DNA상에서 이동하는 걸 밝혀냈습니다. 잔류한 중합 효소가 DNA상에서 자리를 옮겨 전사를 다시 시작하는 것을 알아내고 재개시(reinitiation)라고 명명했습니다.
KAIST 생명과학과 강창원 명예교수와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홍성철 교수 공동 연구팀이 유전정보(DNA)를 토대로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 발현과정의 세부단계 하나를 새롭게 규명했습니다.
기존에는 RNA가 완성되면 합성 복합체가 곧장 완전히 해체됐다가 다시 조립되는 것으로 추정해왔는데요. 연구진은 생명체가 유전 정보를 발현하는 과정에서 RNA를 합성하는 복합체를 재사용하는 과정을 밝혀냈습니다. 해당 연구는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습니다.
RNA의 전사과정에 '재생'단계 추가
유전정보가 담긴 원본(DNA)으로부터 복사본(RNA)을 만드는 전사 과정은 개시, 연장, 종결 세 단계였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네 번째 단계인 재생(recycling) 단계가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전사과정을 주도하는 RNA중합효소의 역할이 알려진 지 60여년 만에 RNA 합성이 끝나고 어떻게 다시 시작되는 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겁니다.
- RNA
유전자로서 유전정보를 지닌 핵산인 DNA와 달리 RNA는 단백질 합성, 유전자 발현 조절 등 여러 생체반응과 기능에 직접 참여하는 기능성 핵산입니다.
- 전사(transcription)
유전자 발현의 첫 과정에서 DNA의 특정 구간에 맞추어 RNA가 합성되는데 DNA 유전정보를 RNA에 그대로 옮겨 적기 때문에 전사라고 하며, RNA 중합효소가 DNA에 결합해 그 정보를 읽고 그에 맞게 핵염(nucleotide)을 모아 RNA를 합성하면서 RNA중합효소·DNA·RNA의 복합체(complex)를 유지합니다.
연구팀은 거푸집 역할을 하는 DNA로부터 RNA가 본떠진 이후에도 중합효소가 DNA로부터 떨어지지 않고 DNA 상에서 이동하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나아가 이렇게 잔류한 중합효소가 DNA상에서 자리를 옮겨 전사를 다시 시작하는 것을 알아내고 재개시(reinitiation)라고 명명했습니다.
중합효소는 마치 선로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DNA 위를 이동하면서 RNA를 합성하다가 완성된 RNA를 방출합니다. 기존에는 RNA 방출과 동시에 중합효소가 DNA로부터 떨어져 나온 후 다시 전사 복합체가 만들어져 전사과정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추정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 대부분의 경우 중합효소가 DNA에서 떨어지지 않고 계속 붙은 채로 이동하다가 새로 전사과정을 시작하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연구팀은 우리 생명체가 복잡한 전사복합체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것보다 경제성을 택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실제 한 유전자에서 전사를 연속해서 수행하거나 인접한 여러 유전자를 한꺼번에 전사할 때 매우 효율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전사 반응은 모든 세포에서 일어나는 매우 기본적인 과정으로 고등학교 생물학 교과서에서부터 나오는데 연구팀은 이번 발견으로 전사의 <재생>과 <재개시> 단계가 추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