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의 <셜록> 제작진이 넷플릭스와 손잡고 123년 전 아일랜드 출신 작가 브램 스토커(Bram Stocker)가 발표한 소설 <드라큘라>를 모티브로 한 드라마를 제작했습니다. 이 캐릭터는 무려 350번이나 스크린에 등장했습니다. 이렇게 벰파이어는 영화나 소설, 드라마, 뮤지컬 등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소재입니다.
영화 속 아름다운 외모와 매력을 지닌 캐릭터로 묘사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뱀파이어 영화 속 등장하는 인간의 피를 거부하거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착한 뱀파이어 주인공 때문일까요. 문득 뱀파이어가 사람을 죽이지 않고 피를 배불리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궁금증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다가 책<기묘한 과학책>을 발견했습니다.
매월 사람 150명 필요해
뱀파이어가 하루 생활에 필요한 열량이 대략 1,500~2,500kcal 정도라고 가정합시다. 물론, 체온이 낮은 뱀파이어의 특성을 보면 몸에 열을 내야하는 사람에 비해 그 정도의 칼로리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혈액 100mL의 열량은 90~100kcal 정도라고 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가정하고 나면 뱀파이어가 매일 섭취해야 하는 혈액은 대략 1.5L~2.5L 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성인 기준으로 사람이 가지고 있는 혈액의 양은 6~8L 정도입니다. 대략 몸무게의 7%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2L이상 빠져나가면 사망한다고 합니다. 만약 뱀파이어가 식욕을 억제하고 1.5L만 빨아들인다고 하더라도 희생된 사람은 빈사상태에 빠지고 말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사람의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고 뱀파이어가 빨아들일 수 있는 혈액의 양은 300~500mL정도입니다.
우리가 혈액을 기증할 때 최대로 많이 뽑는 혈장성분헌혈이 500mL정도입니다. 또 한가지 고려할 점은 이 정도의 혈액을 빼앗긴 인간이 다시 이 정도의 혈액을 만들려면 대략 한 달(4~6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전혈헌혈의 경우 1년 간 할 수 있는 횟수가 제한됩니다.
결국 뱀파이어가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서 어느정도 배불리 피를 마시려면 하루에 5명, 매월 150명의 피를 섭취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사람을 해칠 마음이 없는 정의로운(?) 뱀파이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피를 내어줄 인간이 과연 매월 150명이나 있을까요.
인간 피 마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우리가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전혈헌혈을 할 때 소요되는 시간이 약 10분~ 15분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뱀파이어가 인간의 피를 마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어떻게 될까요.
영국 레스터대학교(University of Leicester)의 물리천문학과 학생들은 유체역학을 적용해 뱀파이어가 인간의 피를 마시는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냈다고 하는데요. 이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목에 있는 외경동맥에서 뱀파이어가 혈액 15%를 빨아들이는 데 6.4분이 걸릴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15%만 마시는 걸로 가정했을까요. 이보다 더 많이 피가 빠져나갈 경우 피해자는 심박수가 변합니다. 하지만 15% 미만으로 피를 빼앗긴다면 피해자의 순환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구진이 15%를 기준점으로 잡은 겁니다.
또한, 연구 목적상 연구팀은 대동맥에서 갈라져 나와 목 부위 경동맥을 흐르는 혈류량의 속도에 집중했습니다. 신체의 주요 동맥인 대동맥은 다섯 개의 다른 동맥으로 갈라지는데요. 연구에서는 5개의 동맥이 균일한 두께라고 가정해 경동맥으로 흐르는 혈액의 속도를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뱀파이어의 송곳니가 인간의 목을 물었을 때 몸에 뚫린 구멍의 크기는 각각 0.5mm라고 가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뱀파이어가 사람의 목을 물고 피를 마실 때 얼마나 많은 피가 나오는지 추론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인간의 신체가 가진 평균 혈액의 양을 5L로 가정했고 이 중 15%만을 뱀파이어가 마신다고 하면 약 750mL를 마시는 셈이 됩니다. 이러한 가정들을 토대로 계산했을 때 뱀파이어가 피를 마시는데 걸리는 시간은 6.4분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이 대학의 물리천문학부에서 운영하는 피어리뷰 학생 저널인 <Physics Special Topics>에 게재됐는데요. 이는 학부생들이 그들이 알고 있는 물리학을 신기하고, 멋진 것 혹은 일상에 적용해 창의성을 뽐내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뱀파이어가 세상 정복할 가능성은?
폴란드의 크라쿠프에 있는 핵물리연구소의 물리학자 도미니크 체르니아(Dominik Czernia)는 <Applied Mathematical Sciences>에 게재된 논문을 보고 이 같은 사실을 알아내기로 결심했는데요. 이 연구는 국제 연구팀이 소설 속 뱀파이어와 인간의 수학적 모델을 연구한 논문이었습니다. 뱀파이어의 종류를 고르고 인구 수, 뱀파이어 수, 뱀파이어 사냥꾼 같은 파라미터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아래 주소로 들어가서 직접 해볼 수 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셨나요? 도미니크 체르니아(Dominik Czernia)에 따르면 대부분의 모델에서 인간이 이기기는 정말 어렵다고 하는데요. 대부분 뱀파이어가 세상을 완전히 점령합니다. 그럼에도 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의 전쟁을 말해주는 숫자와 그래프는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과학과 소설을 결합해 뱀파이어가 세상을 차지할 가능성을 수치화시켰기 때문입니다.
픽션을 현실로 가져와 가능하게 만드는 책
책 <기묘한 과학책>에는 뱀파이어 이야기를 비롯해 실현 불가능할 것 같은 소재가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짚어줍니다. '과학 기술을 이용해 귀신을 만든다면 어떤 소재가 좋을까?', '스타워즈 속 광선검을 만든다면?', '나노머신을 만들어 몸 속 종양을 제거할 수 있을까'처럼 소설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질문을 던집니다.
##참고자료##
- 보누스, <기묘한 과학책>, 2020
- Strielkowski, Wadim, Evgeny Lisin, and Emily Welkins. "Mathematical models of interactions between species: peaceful co-existence of vampires and humans based on the models derived from fiction literature and films." Applied Mathematical Sciences 7.10 (2013): 453-4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