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세정제, "술로 만들지는 마세요"
손 세정제, "술로 만들지는 마세요"
  • 함예솔
  • 승인 2020.03.18 00:50
  • 조회수 7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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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세정제는 왜 알코올이 주요 성분일까요. 보건당국은 집에서 세정제를 만드는 걸 권고하지 않는데 그 이유 등을 짚어봅니다. 참고로 알코올은 하이드록시기(-OH)가 탄소 원자에 결합된 유기화합물로, -OH기를 가진 물질의 총칭입니다. 손 세정제와 술의 주요 성분인 에탄올(CH3CH2OH)이 대표적입니다. 

손 세정제, 자주 사용하고 계신가요? 출처:AdobeStock
손 세정제, 자주 사용하고 계신가요? 출처:AdobeStock

손 세정제의 주성분은 왜 알코올인가?

 

볼티모어 카운티 메릴랜드주립대학교 생물과학과 부교수 Jeffrey Gardner가 <The Conversation>에 게재한 바에 따르면 알코올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을 죽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왜냐하면 알코올은 이러한 미생물들의 단백질을 비활성화시키기 때문인데요.

 

단백질 변성(denaturation)이라 불리는 이 과정은 단백질 분자가 생리적인 조건 하에서 나타나는 천연 상태에 해당하는 고유의 입체구조(folding)가 상실되는 현상입니다. 단백질 분자가 물리적 또는 화학적 영향을 주었을 때 성질이 다른 물질로 변화돼 용해도가 작아지고 분자량이나 분자형이 변하며 생물학적 활성은 없어지는 걸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단백질은 펴지며(unfold) 서로 달라붙게 되고 미생물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죽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달걀을 요리할 때 굳어진 달걀의 흰자인데요. 열을 가할 때 단백질에 변성(protein)이 발생합니다.

달걀을 요리할 때 굳어진 달걀의 흰자도 변성 단백질! 출처: Pixabay
달걀을 요리할 때 굳어진 달걀의 흰자도 변성 단백질! 출처: Pixabay

하지만, 알코올이 모든 미생물을 다 죽일 수 있는 건 아닌데요. 일부 미생물은 알코올에 소독을 해도 잘 사라지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종류가 다양합니다. 그 중 유난히 알코올에 쉽게 죽는 종류도 있죠. 예를 들어 식중독이나 다른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대장균(E. coli) 박테리아는 60% 이상 농도의 알코올이 있다면 매우 손쉽게 죽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다양한 박테리아의 외부 표면 차이가 손 세정제의 효과 차이를 만든다고 합니다. 

E. coli. 출처: AdobeStock
E. coli. 출처: AdobeStock

마찬가지로 일부 바이러스 외막(envelope)이라 불리는 방어막을 가지고 있는데요. 또 일부는 외막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알코올은 외막을 지닌 바이러스를 죽일 때 효과적이라고 하는데요. <Virology journal>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외막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손 세정제로 예방할 수 있는 겁니다. 반면, 외막을 가지고 있지 않은 바이러스의 경우는 알코올이 그다지 효과가 없다고 합니다. 

 

60%의 알코올과 100%의 알코올, 어떤 게 더 효과적?!

 

<Clinical microbiology reviews>에 게재된 내용에 따르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죽이려고 할 목적으로 사용할 땐 60% 이상의 알코올 농도가 포함된 세정제가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알코올이 많이 함유될수록 더 효과적일까요? 놀랍게도 100%의 알코올이 함유된 세정제 보다는 60% 함유된 세정제가 더 좋다고 하는데요. 단백질변성(Protein denaturation)은 소량의 물이 알코올과 섞일 때 더 빨리 작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순수한 알코올은 너무 빨리 증발하기 때문에 이웃님의 피부에 붙어있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죽일 수 없다고 합니다. 특히 공기가 건조한 겨울철엔 더 빠르게 증발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100% 알코올이 함유된 세정제를 사용하면 피부가 매우 빨리 건조해지고 자극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웃님은 필요한 만큼 자주 손 세정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손 세정제에 피부를 부드럽고 촉촉하게 해주는 성분을 혼합하는 겁니다. 

손소독제로 씼읍시다. 출처: fotolia
손소독제로 씼읍시다. 출처: fotolia

손 세정제 대신 술로 세척하면?!

 

앞서 손 세정제와 술은 모두 에탄올이 주 성분이라고 했는데요. 일본에선 코로나19의 여파로 알코올 도수가 매우 강한 보드카 역시 품귀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보드카를 이용해 직접 세정제를 만드려는 건데요. 이에 대해 Jeffrey Gardner는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말합니다. 보드카는 에탄올이 40% 함유돼 있다고 하는데요. 이는 미생물을 효과적으로 죽일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합니다. 

티토스 보드카(Titos Vodka) 손 세정제로 사용하지 마세요! 출처:트위터/@TitosVodka

보드카가 욕실을 소독하기 위해 사용될 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피부에 붙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걸 피하기 위해선 보드카보다는 비누와 뜨거운 물로 손을 씻거나 손 세정제를 사용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손 세정제도 유통기한 있나?!

 

상업용 손 세정제에는 대부분 유통기한이 표시돼 있는데요. 대부분 보관만 잘 하면 2년 정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 가지 명심해야할 점은 알코올은 휘발성이라는 건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알코올은 천천히 증발하게 됩니다. 그러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죽이는 손 세정제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죠. 손 세정제를 구매할 때 유통 기한도 잘 살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유통기한 한번 확인하세요.
유통 기한 한번 확인하세요.

 



##참고자료##

 

  • Schoeman, Dewald, and Burtram C. Fielding. "Coronavirus envelope protein: current knowledge." Virology journal 16.1 (2019): 69.
  • Kampf, Günter, and Axel Kramer. "Epidemiologic background of hand hygiene and evaluation of the most important agents for scrubs and rubs." Clinical microbiology reviews 17.4 (2004): 863-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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