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대멸종, "육지 생물 먼저 죽었다"
지구 대멸종, "육지 생물 먼저 죽었다"
  • 함예솔
  • 승인 2020.03.31 18:00
  • 조회수 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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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시대 동안 5번의 대멸종 시기. 출처: Wikimedia Commons
지질시대 동안 5번의 대멸종 시기. 출처: Wikimedia Commons

지구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멸종은 고생대 마지막 지질시대인 페름기와 중생대의 시작인 트라이아스기 경계에서 발생했는데요. 당시 지구 생명체의 약 96%가 멸종됐습니다. 당시 초대륙인 판게아가 형성되면서 지질학적으로 엄청난 변화가 발생했는데요. 이로 인해 기후와 환경 또한 변화했습니다. 당시 시베리아에서 발생했던 대규모 화산 폭발은 100만년 동안 지속되며 3억km2의 용암이 분출돼 1,750m 이상의 침전물이 형성됐습니다. 한반도의 4배 크기에 해당하는 숲이 불탔고 그 결과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생성됐습니다. 지구온난화는 약 1천만년 동안 지속됐고 해양은 산성화되고 생명체들은 황화수소에 중독되거나 산소 부족, 고온의 환경으로 대규모 멸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페름기 말기 멸종한 해양 생물을 위도별로 보여주는 그림. 출처: Justin Penn and Curtis Deutsch/University of Washington
<Science>저널에 게재된 연구에 따른 페름기 말기 멸종한 해양 생물을 위도별로 보여주는 그림. 출처: Justin Penn and Curtis Deutsch/University of Washington

지난해 <Science>저널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페름기에 발생한 대멸종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양의 산소 부족 때문이었다고 하는데요.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해양 생명체의 물질 대사는 더 빨라졌는데 따뜻해진 바닷물이 충분한 양의 산소를 갖지 못하게 되면서 해양 생물이 질식해 죽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2억 5천 2백만년 전 페름기 말기에 발생한 대멸종은 육지와 해양에서 각각 다른 시기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발생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육지 생물, 훨씬 전 멸종 시작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호주에서 새롭게 발견된 화석에는 페름기 후기를 지배했던 동물들의 멸종 직후 살았던 척추동물들이 화석화돼 있었습니다. 새롭게 밝혀진 이 화석의 나이는 생태계의 변화가 육지에서 수 십 만년 전 먼저 시작돼 결국 지구 척추동물 종의 70%까지 멸종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후 수 만년에 걸쳐 해양종의 95%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당시 시베리아에서 발생했던 일련의 대규모 화산 폭발이 100만년 동안 지속되며 페름기의 대멸종을 일으켰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남반구의 육지 생물의 멸종과 북반구의 해양 생물의 멸종 간의 시간상 차이는 멸종의 직접적인 원인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시사합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의 고식물학자 Cindy Looy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육지와 해양의 파괴가 동시에 시작됐다고 남반구와 북반구에서 동시에 발생했다고 생각한다"며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큰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멸종의 원인이 된 가설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대양의 멸종은 그 자체로 육지에서 일어난 멸종과 같은 원인이나 메커니즘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입니다.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대멸종 시기 달라

 

육지에서 페름기 후반 발생했던 척추동물의 멸종은 곤드와나 대륙에 잘 기록돼 있습니다. 곤드와나 대륙은 판게아로 알려진 초대륙의 일부로 남반부에 해당하는 대륙인데요. 참고로 판게아가 분리되며 만들어진 대륙으로는 남극, 아프리카, 남미, 호주 등이 있습니다.

연구원들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koppie라 불리는 이 언덕의 화산재 퇴적물을 가지고 연대측정을 했다. koppie Loskop의 하부는 페름기 대멸종이 있기 전 층을 노출하고 있고 상부는 멸종 이후 퇴적된 층을 포함하고 있다. 출처: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courtesy of John Geissman
연구원들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카루 분지(Karoo Basin)에 있는 koppie라 불리는 이 언덕의 화산재 퇴적물을 가지고 연대 측정을 했다. koppie Loskop의 하부는 페름기 대멸종이 있기 전 층을 노출하고 있고 상부는 멸종 이후 퇴적된 층을 포함하고 있다. 출처: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John Geissman

그 중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는 카루 분지(Karoo Basin)에는 거대한 초식동물이 발견되는데요. 대표적으로 리스트로사우루스(Lystrosaurus)가 있습니다. 리스트로사우루스(Lystrosaurus)는 몸 길이 약 1m에 하마를 닮은 포유류형 파충류로, 육지에서 수생식물을 뜯어먹으며 살았으며 곤드와나대륙의 존재를 뒷받침해주는 증거가 되는 동물입니다. 

리스트로사우루스(Lystrosaurus). 출처: AdobeStock
리스트로사우루스(Lystrosaurus). 출처: AdobeStock

북반구에는 해양 멸종에 관한 기록이 잘 보존돼 있는데요. 특히 중국의 화석에 잘 남아있다고 합니다. 연구원들에 따르면 페름기 후반 발생했던 멸종은 아마도 삼엽충의 절멸과 가장 잘 연관돼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전의 육지 멸종 시기를 개선하기 위해 Cindy Looy를 포함한 국제연구팀은 카루 분지에서 나온 잘 보존된 화산재 퇴적물에서 지르콘 결정의 우라늄-납 연대측정(uranium-lead dating)을 수행했습니다. 

페름기 말 생태계 교란 일어나기 전 가장 흔하고 지배적으로 남반구에 존재했던 글로소프테리스(Glossopteris)화석화된 잎. 출처:M. Grey, Joggins UNESCO World Heritage site, Nova Scotia
페름기 말 생태계 교란 일어나기 전 가장 흔하고 지배적으로 남반구에 존재했던 글로소프테리스(Glossopteris) 화석화된 잎. 출처: M. Grey, Joggins UNESCO World Heritage site, Nova Scotia

Cindy Looy는 이 시기의 퇴적물 일정 층위부터는 글로소프테리스(Glossopteris)의 꽃가루가 없다는 걸 확인했는데요. 이는 글로소프테리스가 이 시기에 멸종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참고로 글로소프테리스는 곤드와나 대륙에 널리 분포했던 양치종자류로 페름기 후기 곤드와나를 지배하던 식물군 중 하나입니다.  

글로소프테리스(Glossopteris)의 한 종으로부터 만들어진 화석화된 화분립(pollen grain). 스케일바는 1/100mm. 출처:UC Berkeley/Cindy Looy
글로소프테리스(Glossopteris)의 한 종으로부터 만들어진 화석화된 화분립(pollen grain). 스케일바는 1/100mm. 출처: UC Berkeley/Cindy Looy

연구팀이 연대측정을 수행한 지르콘은 2억 5천2백2십4만년 전 화산 내부에서 솟아오른 마그마에서 형성돼 대기로 분출된 미세한 규산염 결정체인데요. 연대 측정한 결과, 중국에서 확인된 페름기-트라이아스기 경계(Permian-Triassic (P-T) boundary) 보다 30만년 더 오래됐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즉, 남아프리카공화국의 P-T경계를 포함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침전물 층이 실제로는 30만년 더 오래 됐다는 걸 의미합니다. 

새로운 연구에서 연대 측정할 때 사용된 지르콘 결정. 출처:Sandra Kamo
새로운 연구에서 연대 측정할 때 사용된 지르콘 결정. 출처:Sandra Kamo

한편, 지난 1월 네브라스카 대학교(University of Nebraska)의 Christopher Fielding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초기의 식물 멸종을 기록한 층 바로 위에 있는 호주의 화산재 퇴적물에서도 기존에 추정했던 것보다 40만년 더 오래됐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페름기의 멸종 사건은 육지종들이 먼저 남쪽에서 사라지고 이후 몇 십 만년 후 북쪽의 해양 생물들이 그 뒤를 따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Cindy Looy는 "카루 분지는 페름기 후기의 척추동물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지만 최근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새로운 지르콘 연대는 리스트로사우르스 서식지가 호주의 패턴과 비슷하게 해양 멸종을 수 십만년 앞지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곤드와나의 식물과 동물군의 변화는 북반구의 해양 생물학적 위기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더해 Cindy Looy는 논문에서 페름기 마지막 시기와 초기 트라이아스 시기에 지상생태계의 보다 점진적이고 복잡미묘한 변화에 대해 더 많은 고려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존층 손실이 멸종의 원인일까?!

 

그렇다면 육지 생물체의 멸종은 왜 더 먼저 일어난 걸까요? 이에 연구원들은 페름기 멸종사건에 오존층 손실과 같은 요인을 조사해보았는데요. Cindy Looy 연구실의 연구원은 지구를 보호하는 오존층의 파괴가 식물종을 멸종시켰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살아있는 식물을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2019년 오존홀 크기가 가장 작았다. 출처:NASA Goddard/ Katy Mersmann
 오존층 파괴됐었나? 출처: NASA Goddard/ Katy Mersmann

물론 온난화 기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 해양 산성화의 증가 등 페름기 말기와 트라이아스기 초기 무렵 발생했던 전 지구적인 변화들도 그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시 어떤 복합적인 요인이 있었는지 밝혀낸다면 페름기 대멸종에 대해 더 많은 걸 밝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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