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 상태' 다르면 분자도 운동궤적 달라져
'회전 상태' 다르면 분자도 운동궤적 달라져
  • 함예솔
  • 승인 2020.04.17 17:10
  • 조회수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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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분자도 레이저와 상호 작용하게 되면 각각의 '회전 상태'에 따라 다른 운동 궤적을 가지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비극성 분자의 양자 상태 분리 방법에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서로 다른 이성질체의 반응동역학을 연구하는 등 후속 첨단 연구에 토대가 되는 등 응용범위가 매우 넓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야구공 구종에 따라 공기와 상호 작용하는 정도가 다르듯이 분자도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분자가 정렬되는 정도’가 달라지면서 궤적이 변한다. 출처: AdobeStock
야구공 구질에 따라 공기와 상호 작용하는 정도가 다르듯이 분자도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분자가 정렬되는 정도'가 달라지면서 궤적이 변한다. 출처: AdobeStock

UNIST 자연과학부의 조범석 교수팀은 레이저장(비공명 광학정상파)의 영향 아래서 비극성 분자(전하 분포가 균일하여 극성을 띠지 않는 분자)의 '회전 양자 상태'가 다르면 운동궤적도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는데요. 야구공 구종에 따라 공기와 상호 작용하는 정도가 다르듯이 분자도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분자가 정렬되는 정도'가 달라지면서 궤적이 변합니다. 이를 역으로 이용하면 양자 상태별로 분자를 분리하는 기술 등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Science Advances>에 게재됐습니다. 
 

  • 비공명 광학 정상파

몇 개의 파동이 서로 겹쳐져 전체가 하나의 진동수를 갖고 같은 위상으로 규칙적으로 진동하는 파동을 '정상파(standing wave)'라고 하며 '비공명'은 광학 정상파가 분자의 양자 상태에 공명해 분자가 레이저의 에너지를 흡수하지 않음을 뜻합니다. 

  • 양자(quamtum)

일상생활에서의 물리량들은 연속적인 값으로 관측할 수 있지만 분자와 같이 아주 작은 계에서의 물리량은 반드시 비연속적인 일정한 값을 얻게 되고 이렇게 지니는 각각의 상태를 '양자 상태'라고 부릅니다. 분자의 회전 운동을 설명하는 물리량 또한 정해진 비연속적인 값을 가지며 각각의 물리량에 해당하는 상태를 회전 양자 상태라고 합니다.  분자는 양자 상태에 따라 병진, 회전, 진동 등의 운동을 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회전에 집중했습니다.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자유롭게 회전하는 분자

 

분자는 레이저장이 없으면 각각의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자유롭게 회전합니다. 그런데 자유롭게 회전하던 분자들이 레이저장(laser field)과 상호작용하면 변화가 생깁니다. 레이저장이 존재하면 비극성 분자도 유도된 극성을 갖게 되고 그 정도는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유도된 극성을 가지는 분자는 특정한 방향(레이저장의 편광 방향)으로 정렬되며 동시에 레이저장과 상호 작용하여 분자의 병진 운동(앞으로 이동하는 운동)의 변화가 생깁니다.

 

이처럼, 외부의 전기적 힘에 의해 유도되는 극성의 정도를 편극률이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편극률은 회전 양자 상태뿐 아니라 분자 정렬 정도와도 연관되고 정렬 정도는 레이저장의 세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나 기존에 보고된 실험 결과들의 해석에서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분자 정렬’이 분자의 운동궤적 변화(분산)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됐습니다.

 

연구팀은 '회전양자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분자정렬' 효과를 고려 분자의 운동궤적 변화를 정확히 설명했습니다. 회전 온도가 낮은 이황화탄소(Carbon disulfide) 기체 분자와 마주 보며 진행하는 동일한 레이저 빔 두 개로 만들어진 광학 정상파를 이용해 산란실험을 하고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변하는 분자 정렬 효과를 고려한 분자궤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험 결과를 해석했습니다. 그 결과, 회전 양자 상태별 분자 정렬 효과를 고려했을 때 가로 방향으로의 분자의 속도 변화를 잘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 편극률

외부의 전기적 힘에 의해 분자가 가지는 극성의 정도를 말합니다.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전자를 좋아하는 성질이 달라 전자구름의 쏠림이 발생하는데 비극성 분자의 경우 입체구조의 대칭성 때문에 전자구름의 쏠림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외부의 전기적인 힘이 있으면 전자구름의 쏠림이 나타나는데 그 정도를 편극률로 표시합니다.  

  •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편극률

회전 양자 상태는 분자의 회전 양상을 표현합니다. 즉,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레이저 편광축과 분자의 회전 평면이 이루는 각이 달라질 수 있고 이는 유효 편극률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 이성질체(isomer)

분자식은 같지만 서로 다른 물리·화학적 성질을 갖는 분자들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성질체인 분자들은 원소의 종류와 개수는 같으나 구성 원자단이나 구조가 완전히 다르거나 구조가 같더라도 상대적인 배열이 달라서 다른 성질을 갖게 됩니다. 특히 의약품 합성의 경우에는 서로 거울상에 해당하는 광학 이성질체들이 서로 전혀 다른 생물 화학적 특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원하는 이성질체만을 골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자정렬 효과로 분자의 운동궤도 정확히 예측

 

회전이 거의 없는 야구 구종인 너클볼은 공기와의 상호작용이 강해 공의 궤적을 예측하기 힘든데, 마찬 가지로 회전 온도가 낮은 이황화탄소 또한 분자정렬 효과가 커 운동궤적을 예측하기 힘듭니다. 공기의 흐름은 자연의 섭리라 예측하기 힘들지만 분자가 정렬되는 정도는 계산 할 수 있기 때문에 분자정렬 효과를 고려한다면 분자의 운동궤도를 정확히 예측 할 수 있습니다. 

 

공동 제1저자인 김이영 UNIST 물리학과 석ㆍ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2015년 발표한 피지컬 리뷰 레터스(PRL) 논문에서는 '회전 양자 상태별로 달라지는 편극률'만으로 설명할 수 없던 부분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레이저장의 세기에 따라 달라지는 분자 정렬 효과'까지 함께 고려해 더욱 정확히 편극률을 계산함으로써 분자 분산 실험결과를 성공적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범석 교수, 김태우 연구원, 김이영 연구원. 출처: UNIST
조범석 교수, 김태우 연구원, 김이영 연구원. 출처: UNIST

조범석 교수는 "레이저장에 의해 정렬된 분자의 분산을 정확히 규명하는 것은 분자 운동 제어뿐만 아니라 비극성 분자들을 회전 상태에 따라 분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의 초석이 될 수 있다"며 "이는 서로 다른 양자 상태에 분포하는 이성질체를 분리해 각각의 반응동역학을 연구하는 등의 후속 첨단 연구에 토대가 될 수 있어 응용 범위가 매우 넓다"고 전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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