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코로나19 수칙, 원조는 나이팅게일?!
각종 코로나19 수칙, 원조는 나이팅게일?!
  • 함예솔
  • 승인 2020.04.10 08:00
  • 조회수 1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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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예방 행동수칙 원조는 나이팅게일?! 출처: AdobeStock
코로나 19 예방 행동수칙 원조는 나이팅게일?! 출처: AdobeStock

'간호사'란 단어를 들으면 바로 소환되는 사람이 있죠. 나이팅게일인데요. 약 200년 전에 태어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19세기 부상당한 군인들을 돌보고 간호사를 훈련시켰습니다. 그녀는 수 많은 생명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그녀의 권고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맞서 싸우는 가장 좋은 방법도 이미 그녀가 먼저 발표했습니다.

 

손 씻기의 중요성

 

나이팅게일은 60대까지 세균과 같은 특정한 미생물 때문에 많은 질병이 발생한다는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다만, 1880년대 이미 손 씻기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나이팅게일의 간호노트(Notes on Nursing)에는 "모든 간호사들은 낮 동안 손을 매우 자주 씻도록 주의해야 한다. 얼굴까지 자주 씻으면 더욱 더 좋다"고 적혀 있습니다. 

 

본래 이러한 위생 관행의 중요성을 최초로 권고한 건 1840년대 헝가리 의사 이그나스 제멜바이스(Ignaz Semmelweis)였습니다. 평소 국제 의료 연구와 개발에 대한 나이팅 게일의 관심은 이를 공중 보건에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죠. 나이팅게일이 손 씻기와 기타 위생 관행을 시행한 건 크림전쟁(1853~1856)동안 영국 육군병원에 있을 때였습니다.

크림전쟁에서 부상당한 병사들 돌보는 나이팅게일. 출처: Wikimedia Commons
크림전쟁에서 부상당한 병사들 돌보는 나이팅게일. 출처: Wikimedia Commons

당시 크림반도에서 부상당한 병사들은 비좁고 더러운 배에 실려 500km쯤 떨어진 터키의 스쿠타리 막사병원으로 옮겨졌는데요. 군인들이 누운 얇은 매트 위에는 피와 악취, 오물로 뒤범벅 돼있었다고 합니다. 쥐도 우글거렸죠. 콜레라와 이질이 만연했고 하수구에는 오물이 가득했으며 화장실의 배설물은 병원 마당에 뿌려져 있었습니다. 의료 물품과 깨끗한 옷, 건강한 음식, 마취제인 클로로포름이 부족해 많은 사지절단술이 클로로포름 없이 행해졌다고 하니, 당시 상황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이에 나이팅게일은 물품 공급을 위한 행정가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병원에 도착한지 두 달만에 모든 환자에게 침대와 깨끗한 매트리스가 제공됐고 환자들의 옷도 일주일에 2번 갈아입었습니다. 덕분에 사망률이 크게 감소했다고 하는데요. 1855년 겨울에는 입원 환자의 무려 52%가 사망했습니다. 그해 봄인 3월에는 20%로 사망률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감소했습니다. 

 

나이팅게일은 사실 통계학자?!

책 수학의 쓸모.
책 <수학의 쓸모>

책 <수학의 쓸모>에 따르면 나이팅게일은 사실 '열정적인 통계학자'라고 하는데요. 나이팅게일은 크림전쟁에서 얻은 의료 통계를 바탕으로 그래프를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데이터의 시각화'에 능했다고 하는데요. 이 그래프는 의사소통 능력이 좋지 않았던 대중들이 머리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덕분에 군 병원에서 만연하는 불미스러운 상황에 국가가 주목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특히, 그녀가 만든 '맨드라미 다이어그램'은 일련의 쐐기에 색을 칠해 시간에 따른 사망률의 변화를 보여주는데요. 질병에 따른 사망률의 증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나이팅게일의 분석 덕분에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는데요. 군인들이 오로지 병 때문에 사망한 비율이 무려 60%에 달했다고 합니다. 이 수치는 1665년 런던 대역병 기간에 발생한 런던 시민들의 사망률보다 높았다고 하는데요. 더욱 놀라운 점은 이 수치가 적탄을 단 한발도 맞지 않은 군인들의 수치였다는 겁니다. 이에 나이팅게일은 "나쁜 음식과 나쁜 공기만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마구잡이로 죽을 수 있는지에 관한 근대 역사상 가장 정교한 실험"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나이팅게일이 1858년 만든 맨드라미 다이어그램. 오른쪽 그래프에서 부채꼴 모양의 쐐기 12개의 맨 바깥쪽 칸은 1854년 4월~1855년 3월까지 '예방 가능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전염병'에 따른 크림전쟁의 월별 사망자 수를 나타낸다. 점선은 왼쪽 그래프로 이어지는데 이 그래프는 다음해인 1855년 4월~1856년 3월까지 데이터를 보여준다. 각 그래프에서 쐐기 안쪽 두 칸은 전투 중 입은 부상에 따른 사망자수(검은색)와 다른 원인으로 생긴 사망자수(연한 회색)을 나타낸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나이팅게일이 1858년 만든 맨드라미 다이어그램. 오른쪽 그래프에서 부채꼴 모양의 쐐기 12개의 맨 바깥쪽 칸은 1854년 4월~1855년 3월까지 '예방 가능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전염병'에 따른 크림전쟁의 월별 사망자 수를 나타낸다. 점선은 왼쪽 그래프로 이어지는데 이 그래프는 다음해인 1855년 4월~1856년 3월까지 데이터를 보여준다. 각 그래프에서 쐐기 안쪽 두 칸은 전투 중 입은 부상에 따른 사망자수(검은색)와 다른 원인으로 생긴 사망자수(연한 회색)을 나타낸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나이팅게일의 권고 덕분에 긴 통로들과 비좁은 방들로 이뤄진 병원은 감염의 온상으로 인식됐습니다. 이후 조명과 환기시설을 완비하고 질병의 확산을 감시하기 위해 별도의 병동들로 구성된 파빌리온(Pavilion) 형태가 병원의 표준이 됐다고 합니다. 이 '나이팅게일 병동'은 20세기까지 계속 인기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1859년 나이팅게일은 업적을 인정받아 영국의 왕립통계학회 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런던 통계학회에 입학한 최초의 여성이었습니다.

파빌리언(Pavilion) 병원 예시. 출처: Wikimedia Commons
파빌리온(Pavilion)형태. 출처: Wikimedia Commons

의료시스템에 출발은 나이팅게일로부터

 

이밖에도 나이팅게일은 오늘날의 의료서비스 시스템의 초석을 다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영국은 회복률과 입원 기간, 또는 질병별 사망률 등과 같은 기본적인 의료 통계조차 수집되지 않았었다고 하는데요. 병원마다 질병 분류 체계 역시 제각각이었다고 합니다. 이에 나이팅게일은 데이터에 관한 이러한 관심 부족이 공중보건의 응급사태라고 여겼습니다. 

 

이에 나이팅게일은 표준 의료양식을 만들었고 통계학자들로부터 승인을 받아 런던 대형 병원들이 이 양식을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인구조사 활동에 질병과 주거 품질에 관한 데이터 수집도 포함돼야 한다고 정부에 강력히 권고했는데요. 그녀 역시 많은 공중보건 전문가들처럼 집을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중요한 장소로 여겼습니다. 집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염병에 걸려 고생하는 곳인데요.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한발 코로나19 발생에서 약 75~80%의 전염은 가족 집단에서 이뤄졌다고 합니다. 

의료 서비스 데이터의 위력은 대단. 출처: AdobeStock
국민 행동수칙을 준수합시다!! 출처: AdobeStock

나이팅게일의 구상들은 오늘날 국제 질병분류 체계를 만들 때 뚜렷한 모델이 됐고 이 체계는 모든 현대 전염병학과 의료 데이터 과학을 위한 초석이 됐다고 합니다. 덕분에 요즘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도 정부와 의료진이 침착하게 잘 대처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수학의 쓸모>
책 <수학의 쓸모>

나이팅게일표 의료 서비스 데이터의 위력은 결국 '수학과 데이터가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에 관해 말해줍니다. 책의 제목에 '수학'이 들어갔다고 해서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이 책은 앞으로 우리가 살게 될 AI 시대에 수학의 역할에 대해 말해줍니다. '자동차는 어떻게 스스로 운전할까?', '페이스북은 내가 올린 친구의 얼굴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에 대한 답을 하려면 수학의 개념이 필요하니까 말이죠. 이 책은 특히나 편집자가 저자에게 특별히 다음과 같은 부탁을 했다고 하는데요. "수학 기호 하나에 3,000명의 독자가 떨어져나가고 그리스 문자 하나에 5,000명의 독자가 떨어져 나갑니다"라고 말이죠. 그러니 수학에 문외한이더라도 겁먹지 마세요. 미래를 움직이고 있는 진짜 아이디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닉 폴슨,제임스 스콧, 수학의 쓸모(2020), 더퀘스트

The Conversation, "Florence Nightingale: a pioneer of hand washing and hygiene for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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