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 있는 천단공원에서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다면 다음의 규칙을 따라야 합니다.

만약 이때 AI가 탑재된 소프트웨어가 이웃님의 얼굴을 9분 이내에 근처 다른 화장실에서 감지했다면, 안타깝지만 화장지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화장실을 가려면 AI의 허락을 받아야한다니, 이게 무슨 상황일까요? 

도둑 막기 위해 화장실에 AI 설치했다 

책 <수학의 쓸모>에 따르면 2017년 중국 베이징의 관리들은 매일 3만~4만 여명의 관람객이 찾는, 명 왕조때 지어진 유서 깊은 건축물이 있는 천단공원에서 중대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이 범죄자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니 한 가지 패턴이 드러났습니다. 

오전 시간이 중반쯤 흘렀을 때 범죄자들은 천단공원 근처의 공중 화장실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의심받지 않도록 1~2분 간 얼쩡거렸는데요. 그리고 나서 화장실에 비치돼 있던 휴지 두루마리를 모조리 빼 가방에 쑤셔 넣습니다. 바깥으로 나온 범죄자들은 처음 몇 걸음이 눈에 띄긴 하지만 사람들 속에 섞여 유유히 집으로 돌아갑니다. 이 도둑들은 점점 더 능수능란해지고 대담해졌는데요. 

이를 막기 위해 관리들은 천단공원 근처의 모든 공중화장실에 자동화된 화장지 뽑기 기계를 설치했습니다. 한 사람마다 화장지를 정확히 6칸만 뽑아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화장지 도둑들도 진화했습니다. 도둑들은 모든 공원 화장실을 하나씩 돌아다니며 자기들 몫의 화장지 6칸씩 모으고 다시 맨 처음 화장실로 돌아가 이 과정을 되풀이했습니다. 물론, 이 방법은 무방비로 화장지를 비치해두던 때 보다는 훨씬 느리게 화장지가 줄었지만, 예산 면에서는 마찬가지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당국은 화장지 뽑는 기계 대신 화장실에 AI를 설치해 화장지를 지키려고 했는데요. 카메라와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가 들어있는 이 장치에는 '심층학습' 알고리즘이 탑재돼 있었습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얼굴 데이터는 저장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프라이버시 침해를 문제 삼았습니다. 또, 화장실의 대기줄이 길어지고 카메라가 고장나거나 시스템이 신원을 확인하는 데 오류를 일으키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밖에도 노인들에게 기계 사용법을 알려주기 위해 또 다른 직원을 화장실로 보내야만 했죠. 

스마트한 화장실을 위해 노력 중인 중국

그럼에도 이 사례를 보면 AI 기술을 공중화장실과 같은 일상 생활에 적용하려는 중국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이는 지난해 10월, 광저우의 유명한 인공 섬 사몐다오(Shamian island)의 공중화장실에도 적용됐다고 하는데요. 얼굴을 인식하면 화장지 9칸 정도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한편, 베이징, 상하이, 선전 당국은 공중 화장실을 더 스마트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2019년 초 발표된 치앤잔 산업연구소(Qianzhan Industry Research Institute)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700개 이상의 도시가 스마트 화장실 인프라 구축을 제안했거나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상하이에는 적외선 초음파 센서를 이용해 사람들이 변기에 얼마나 오래 앉아있는지 알아보는 스마트 공중화장실 150개를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센서는 각 칸막이의 공기질을 모니터링하고, 절수기능은 사용시간을 기준으로 수위를 조절한다고 합니다. 화장실도 점점 똑똑해지고 있는 것이죠. 

이렇게 AI 기술은 화장실까지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데요. 이러한 현상 때문인지 미국의 아마존, 구글, 중국의 바이두, 알리바바까지 세계 최대 회사들은 AI에 한껏 고무되어 있습니다. 책 <수학의 쓸모>에서는 어떻게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기술이 몰고 올 변화는 어떨지 이야기합니다. 수학적 개념을 몰라도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니 안심하세요.

##참고자료##

• 닉 폴슨,제임스 스콧, 수학의 쓸모(2020), 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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