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것 탐내는 분자'로 몸속 물·단백질 관계 본다
'남 것 탐내는 분자'로 몸속 물·단백질 관계 본다
  • 함예솔
  • 승인 2020.05.05 23:55
  • 조회수 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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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레이저 빛을 받으면 주변 물에서 수소 이온을 뺏는 분자를 이용해 몸 속 물이 가진 수소결합에너지를 분석하는 방법이 개발됐습니다. 이번 연구는 생체 속 특정 영역에서 물의 수소결합 에너지를 도출하는 실험적 방법론으로 수 많은 생물학적 현상에서 생체 속 물의 역할을 추적하는 데 활용할 수 있어 질병 원인 파악이나 신약 개발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UNIST 자연과학부의 권오훈 교수팀은 레이저 빛을 받으면 '주변 물에서 수소 이온(H⁺, 양성자)을 뺏는 분자'를 이용해 생체 속 물(Biological water)이 가진 '수소 결합 에너지'를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단백질 주변에 있는 물의 수소 결합 에너지를 측정할 수 있으므로 그 구조와 기능 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곽상규 교수팀과 아주대(총장 박형주) 응용생명화학공학과의 유태현 교수팀이 함께 진행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 최상위 저널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게재됐습니다.

림 하단 파랑, 노랑 빨강의 구조물은 3차원 및 4차원 구조(3차원 구조의 결합)를 이루는 단백질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탐침분자(Molecular probe)의 ‘여기 상태 양성자 이동 반응’을 이용해 단백질 주변 물의 ‘국지적 수소 결합 에너지’(ΔG)를 측정했다. 출처: UNIST
림 하단 파랑, 노랑 빨강의 구조물은 3차원 및 4차원 구조(3차원 구조의 결합)를 이루는 단백질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탐침분자(Molecular probe)의 ‘여기 상태 양성자 이동 반응’을 이용해 단백질 주변 물의 ‘국지적 수소 결합 에너지’(ΔG)를 측정했다. 출처: UNIST

'물' 특성 알면 질병 원인 파악 및 신약개발에 도움

 

생명체 대부분을 구성하는 물은 몸 속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주는데요. 생체 기능을 담당하는 효소나 호르몬 같은 물질도 단백질이므로 몸속 물의 특성을 알면 질병 원인 파악이나 신약 개발에 큰 도움이 됩니다.

 

물이 가진 수소 결합(Hydrogen bond)은 수소와 결합한 분자 주변에 나타나는 전기적 끌어당김이 만든 화학 결합입니다. 물 분자끼리의 연결이나 생체고분자의 구조를 결정하는 데에 이 결합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수소 결합은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므로 물에 둘러싸인 생체고분자의 구조에도 영향을 줘 기능을 바꾸게 됩니다. 따라서 생체고분자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려면 특정 위치에서 물의 수소결합 에너지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생체고분자는 수 많은 물 분자 속에 둘러싸여 원하는 위치에서 영향을 주는 물 분자들의 수소 결합 에너지를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생체 속 물 분자의 수소 결합 에너지를 파악하기 위해 공동 연구팀은 빛을 받아 들뜬 상태(Excited state)가 되면 주변 '물 분자의 수소 이온(H⁺)를 탐내는 분자(7-아자트립토판)'를 활용했습니다. 이 분자가 물 분자의 수소 이온을 빼앗을 때 주변 물의 수소 결합이 끊어졌다가 재배치되는데, 그 반응 속도를 보고 물 분자의 수소 결합 에너지를 추론한 겁니다. 7-아자트립토판이라는 물질은 들뜬 상태에서 이웃한 물 분자에서 수소 이온을 뺏고, 자신의 수소 이온을 다시 물 분자에게 줍니다. 이 과정에서 물 분자간 수소 결합은 끊어졌다가 재배치됩니다. 물 분자간 수소 결합 세기가 클수록 결합을 끊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반응 속도가 느립니다.

탐침 분자를 이용한 생체 단백질 특정 부분에서 물의 수소결합 에너지 측정 모식도. 출처: UNIST
탐침 분자를 이용한 생체 단백질 특정 부분에서 물의 수소결합 에너지 측정 모식도. 출처: UNIST

연구팀은 7-아자트립토판을 이용한 인공단백질을 합성해 이 내용을 검증했습니다. 우선 7-아자트립토판이 들뜬 상태에서 방출하는 빛을 피코초(Picosecond, 10억 분의 1초) 단위로 측정하는 분광법을 이용해 반응 속도를 구했습니다. 그 결과 단백질 주변에서 물의 수소결합 에너지는 단백질이 없는 상태보다 낮게 나타났습니다. 단백질 주변의 물은 수소결합 에너지가 작아서 더 쉽게 끊어지는 겁니다. 이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계산한 결과와도 일치했습니다.

시분해 형광 수명 측정 결과. 출처: UNIST
시분해 형광 수명 측정 결과. 출처: UNIST

제1저자인 박원우 UNIST 화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7-아자트립토판을 들뜨게 만드는 레이저'와 '수소 이온 교체 전 반응물과 교체 후 생기는 생성물이 내뿜는 빛을 감지하는 탐침 시스템'이 하나로 결합된 '여기-탐침 방식'을 이용해 반응이 일어나는 찰나를 포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권오훈 교수(좌단)와 곽상규 교수(우단) 연구팀. 권오훈 교수 옆은 제1저자인 박원우 연구원. 출처: UNIST
권오훈 교수(좌단)와 곽상규 교수(우단) 연구팀. 권오훈 교수 옆은 제1저자인 박원우 연구원. 출처: UNIST

권오훈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생체 속 특정 영역에서 물의 수소결합 에너지를 도출하는 실험적 방법론을 제시했다"며 "생체고분자인 단백질의 구조나 접힘을 파악하고, 단백질-리간드(ligand) 결합과 같은 수많은 생물학적 현상에서 생체 속 물의 역할을 추적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어 신약 개발 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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