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년 버티는 인류 최강 던전 '온칼로'
10만년 버티는 인류 최강 던전 '온칼로'
  • 함예솔
  • 승인 2020.05.16 16:40
  • 조회수 1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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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년 최강 시설

 

핵폐기물을 10만년 동안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 핀란드에 있습니다.

he ONKALO area in August 2004. The first blast of the construction had been implemented a few months before...
2004년 8월 온칼로 착공당시 모습. 출처: POSIVR

올킬루오토(olkiluoto island)는 발트해에 인접한 평평한 섬입니다. 이곳에는 사용후핵연료를 10만년 간 보관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저장소가 마련돼 있습니다. 이름은 '온칼로(Onkalo)'인데요. 핀란드어로 '구멍(cavity)'이란 뜻입니다. 온칼로는 2004년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온칼로를 시공한 POSIVR에 따르면 2km2 부지에 지하 455m 깊이로 저장 시설이 조성됐습니다. 폭 5.5m 높이 6.3m의 터널이 지하 끝까지 이어졌습니다. 

온칼로 지하 시설 조감도. 출처: POSIVR
온칼로 지하 시설 조감도. 출처: POSIVR

POSIVR는 공식 자료를 통해 "최종 처리 시설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며 "사용후핵연료를 수거해 캡슐에 밀봉하는 포장 장소와 이 캡슐을 영구 보관 및 폐기하는 장소"라고 밝혔습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시설 전체 개념도. 출처: POSIVR
사용후핵연료 처리 시설 전체 개념도. 출처: POSIVR

사용후연료를 처분하는 작업은 2020년 시작해 향후 100년 간 이어집니다. 최종 처분이 완료되면 약 6,500t의 우라늄이 집적될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핵폐기물 10만년 동안 보관할 수 있는 온칼로(Onkalo). 출처: Wikimedia Commons
온칼로(Onkalo) 관련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이렇게 처분 작업이 완료되면 주진입 터널은 돌무더기와 콘크리트로 다시 메우고 입구는 밀폐됩니다. 물론, 100년 후의 일이라 우리가 이 터널이 밀폐되는 걸 보긴 어렵겠지만 말이죠.

핵폐기물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고민거리 2가지

 

온칼로는 10만년 정도는 운영될 예정입니다. 10만년 전 유럽은 빙하기의 중간 무렵이었는데요. 그 당시 호모 사피엔스는 아직 대륙에 도착하지도 않았고 메머드와 털코뿔소(woolly rhino)가 그 땅을 배회했습니다. 10만년이란 시간은 정말 긴 시간인데요. 지각판은 계속해서 움직일 것이고 새로운 빙하기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어떤 구조물도 10만년이 된 건 없습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조차도 46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스톤헨지 역시 50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온칼로가 과연 이 기간을 버텨줄지 누구도 확답할 수는 없는 실정입니다. 10만년 후에야 입증될테니까요.

네안데르탈인은 고기 뿐 아니라 과일, 채소, 씨앗도 많이 먹었다. 출처: GettyImages
10만년 전에 유럽대륙엔 네안데르탈인과 메머드가 있었다. 출처: GettyImages

문제는 또 있습니다. 만약 미래의 문명이 방사성폐기물로 가득한 이 장소를 발견해 파헤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10만년 전 유럽 땅에는 네안데르탈인이 살았습니다. 네안데르탈인 역시 현생 인류와 비슷한 외모에 기본적인 사냥도구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어떤 언어를 사용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향후 10만년 간 우린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알지 못합니다. 어떤 사회와 문명이 살고 있을지 모르죠.

 

문제는 그들이 우리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우리가 온칼로 주위에 이곳은 핵폐기물이 저장돼 있으니 절대 접근하지 말라고 써놓는다고 한들, 그들이 우리의 언어를 해석해 알아들을지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중앙아메리카에서 17세기까지 사용된 마야 언어 대부분도 오늘날 우린 해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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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폐기물 심볼인 거, 직관적으로 아실 수 있으신가요? 출처: Wikimedia Commons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방사선을 경고하는 심볼인 노란색 배경에 검정색 3엽이 그려진 심볼은 1946년 만들어 졌습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에서 따르면  이 심볼이 직관적인 의미가 없고 그 중요성에 대해 교육받지 않은 사람들은 잘 알아보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케냐, 브라질, 인도에서 수행된 설문조사에서 단 6%만이 이 심볼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보다 직관적으로 디자인된 빨간색 바탕에 해골과 도망가는 사람이 그려진 심볼이 도입되긴 했지만, 이 경고판이 10만년 동안 위험의 상징으로 여겨질 수 있을까요? 

 

10만년 후 핵폐기물저장소에 접근을 막으려면

 

Financial Times에 게재된 기사에 따르면 프랑스 원자력기구인 방사성폐기물관리청(ANDRA) 기구 내에서 원자력저장시설의 목적을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수천년 동안 지속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수천년 간 지속될 경고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까에 대한 고민은 이미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미국에너지국(Department of Energy)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학자, 공상과학 작가, 미래학자, 예술가로 구성된 팀을 만들었는데요. 순수과학자 만으로는 도저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뉴멕시코에 있는 핵폐기물격리시험시설(WIPP)에 놓일 오랫토록 지속될 수 있는 경고 장치를 고안하기 위해 꾸려졌는데요. 1992년 미국에너지국 산하의 샌디아국립연구소 윕(WIPP, Waste Isolation Pilot Plant)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들은 다음과 같은 권고사항을 제시했습니다. 

 

먼저 저장소 위에 화강암으로 '메시지 벽(message wall)'을 쌓고 중국어에서 나바호족 언어까지 7개의 언어로된 메시지를 판에 새깁니다. 여기 적히게 되는 장황한 설명의 메시지는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에게 두려움을 심어주도록 만들어졌습니다. 

Landscape of Thorns. 출처: Sandia National Laboratories

또한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언어가 사라질 것을 대비해 더 많은 표시를 해두어야 하는데요. 이에 불길해 보이는 구조물을 그 위에 새워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예를 들면 그림 속에서 처럼 거대한 콘크리트로 만든 스파이크 모양의 구조물로 지상 전체를 뒤덮는 겁니다. 인터넷 등에서 이 이미지가 마치 온칼로에 설치된 구조물인 것처럼 잘못 알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미국 에너지국 샌디아국립연구소 윕에서 나온 이미지라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Spike Field. 출처: Sandia National Laboratories

다만 이는 미국 에너지국의 초기 아이디어일 뿐인데요. 온칼로는 현재 지형에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설계됐습니다.

 

누군가가 지하 400m까지 땅을 파고 내려갈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핀란드원자력안정청(Finnish nuclear safety authority)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 시설물의 메모리가 손실된다고 하더라도 시설은 영원히 안전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어떠한 표지판도 필요없다는 입장입니다.


##참고자료##

 

https://wipp.energy.gov/pdfs/site_markers.pdf

POSI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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