떫은맛 감지하는 '전자 혀' 소믈리에
떫은맛 감지하는 '전자 혀' 소믈리에
  • 함예솔
  • 승인 2020.06.14 23:55
  • 조회수 3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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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입니다. 하지만 식품이나 의약품을 개발할 때는 맛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맛의 '객관화' 작업을 도와줄 새로운 '전자 혀'가 개발돼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자 혀 구강모형에 부착한 모습. 출처: UNIST
전자 혀 구강모형에 부착한 모습. 출처: UNIST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고현협 교수팀은 '미세한 구멍이 많은 고분자 젤'을 이용해 '떫은맛'을 감지하는 전자 혀를 개발했습니다. 인체의 맛 감지 원리를 모방한 이 전자 혀는 떫은맛을 정량적으로 표현 할 수 있어 각종 식품, 주류 개발 사업 및 과수 모니터링 분야 등 폭넓은 응용 가능합니다. 해당 연구는 <Science Advances>에 게재됐습니다. 

 

떫은맛이 특별한 이유

음식에 포함된 떫은맛 분자의 농도를 감지하는 유연 인공 혀. 출처: UNIST
음식에 포함된 떫은맛 분자의 농도를 감지하는 유연 인공 혀. 출처: UNIST

와인이나 덜 익은 과일을 먹으면 입안이 텁텁해지는 떫은맛을 느낄 수 있는데요. 떫은맛은 인간혀의 '미각' 기관인 미뢰가 느끼는 다섯 가지 기본 맛이 아닌 '기계적수용체'를 통해 느끼는 '압각'인데요. 엄밀한 의미의 맛에 포함되지는 않습니다. 

떫은맛 농도와 위치를 동시에 감지하는 유연 어레이 인공 혀. 출처: UNIST
떫은맛 농도와 위치를 동시에 감지하는 유연 어레이 인공 혀. 출처: UNIST

탄닌과 같은 '떫은맛 분자'가 혀 점막 단백질과 결합하면 만들어지는 물질(응집체)이 점막을 자극(압력)하고 인체는 이를 떫은맛으로 인식하는 겁니다. 반면 단맛이나 짠맛은 혀 돌기 속 미뢰가(맛 감지세포 덩어리) 그 맛을 감지합니다. 따라서 떫은맛을 감지하려면 이미 개발된 단맛 등을 감지하는 전자 혀와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전자 혀 개발이 필요했습니다. 

 

혀 점막에서 일어나는 떫은 맛 감지 원리 모방

인간 혀의 떫은맛 감지 원리를 모방한 유연한 인공 혀. 출처: UNIST
인간 혀의 떫은맛 감지 원리를 모방한 유연한 인공 혀. 출처: UNIST

고현협 교수 연구팀은 떫은맛 분자와 결합하면 '소수성 응집체'가 만들어지는 '이온전도성 수화젤'을 이용해 전자 혀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혀 점막에서 일어나는 떫은맛 감지 원리를 모방한 겁니다. 이 고분자 젤은 혀 점막 단백질 역할을 하는 '뮤신'과 염화리튬이온을 포함하고 있으며, 미세한 구멍이 아주 많습니다.

나노·마이크로 다공성 인공 혀의 맛 분자 감지 원리. 출처: UNIST
나노·마이크로 다공성 인공 혀의 맛 분자 감지 원리. 출처: UNIST

뮤신이 떫은맛 분자와 결합하면 미세 구멍안에 '소수성 응집체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데, 이는 염화리튬이온의 전도성(이온의 움직임 정도)을 변화시켜 떫은맛을 전기적 신호로 검출할 수 있습니다. 

  • 소수성 응집체

물에 섞이느냐 여부를 가지고 친수성 물질과 소수성 물질로 구분 할 수 있습니다. 알코올은 물과 잘 섞이는 대표적 친수성 물질이며 기름은 소수성 물질입니다.

  • 수화젤

수용성 고분자가 물리적 혹은 화학적인 결합에 의해 3차원 그물구조를 하고 있는 물질입니다. 용해되지 않고 상당한 양의 물을 함유할 수 있는 친수성이 높습니다.

 

다양한 떫은맛 분자를 감지하는 인공 혀. 출처: UNIST
다양한 떫은맛 분자를 감지하는 인공 혀. 출처: UNIST

공동 제1저자인 최아영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소수성 응집체 때문에 수화젤 구멍 벽면이 친수성에서 소수성으로 바뀌는데, 이때 미세구멍 벽과 내부에 흐르는 이온 간의 정전기적 상호작용이 줄어들어 이온 흐름이 향상되고 도선을 흐르는 전류량이 늘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개발한 전자 혀로 와인, 덜 익은 감, 홍차 등의 떫은 맛을 감지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 결과 전자 혀는 레드, 화이트, 로제 와인 등 다양한 와인의 떫은 맛 정도를 정량적으로 감별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전자 혀는 검출해 낼 수 있는 떫은맛 범위(최소 감지 농도 2×10-6M~)도 넓을 뿐만 아니라 센서에 접촉 즉시 떫은맛 정도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참고로 몰농도(M)란 용액(소금+물)에 포함된 용질(소금)의 질량 비율을 나타내는 퍼센트 농도와 달리 몰농도는 1L용액에서 용질의 몰(mol)수를 나타냅니다. 1mol은 6.02214179x1023개의 분자를 말합니다. 

개발된 혀 센서. 출처: UNIST
개발된 혀 센서. 출처: UNIST

제1저자인 염정희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훈련의 받은 전문가는 수십 마이크로몰(μM) 농도의 떫은 맛 검출 할 수 있는데 반해 이번에 개발된 전자 혀는 2~3 마이크로 몰 농도 수준의 떫은맛까지 검출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고현협 교수 연구팀. 우측 부터 고현협 교수, 공동 제1저자 최아영 연구원, 제1저자 염정희 연구원. 출처: UNIST
고현협 교수 연구팀. 우측 부터 고현협 교수, 공동 제1저자 최아영 연구원, 제1저자 염정희 연구원. 출처: UNIST

고현협 교수는 "저렴하고 유연한 재료를 이용해 소형화된 전자 혀를 개발했다"며 "제작이 간편하고, 분석을 위한 복잡한 시편 준비 과정이 없어 식품, 주류 산업 뿐만 아니라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참고자료##

 

Yeom, Jeonghee, et al. "Soft and ion-conducting hydrogel artificial tongue for astringency perception." Science Advances 6.23 (2020): eaba5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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