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인형 몸매에 대한 충격적 분석
바비인형 몸매에 대한 충격적 분석
  • 함예솔
  • 승인 2020.06.23 18:55
  • 조회수 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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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얼굴에 마르고 긴 팔다리. 바비인형은 1959년 3월 9일 뉴욕에서 개최된 미국 국제장난감 박람회에서 세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6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단 하루도 늙지 않은 바비는 그동안 전 세계 소녀들의 '워너비 아이템'이었습니다. 볼륨감 있으면서도 팔다리 길고 금발 머리가 풍성한 백인 여성의 이미지는 그렇게 긴 시간 미인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전파됐습니다.

키 크고 날씬한 바비인형. 출처: Mattel
키 크고 날씬한 바비인형. 출처: Mattel

하지만 바비의 신체는 성적 아름다움에 대한 여성의 기준을 왜곡시킨다는 비판 받았습니다. 비율 자체가 비현실적이며,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신체 이미지에 청소년들이 자주 노출될 경우 섭식 장애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까지 등장했습니다. 

비현실적인 신체구조에도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뭘까. 출처: Mattel
비현실적인 신체 비율. 출처: Mattel

왜 바비 인형은 이런 몸매를 고수하는 걸까요? 여성의 몸을 타자화하고 왜곡된 인간상을 조장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수요가 발생하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텍사스대학교 통합생물학부 동물학과 석좌교수 마이클 라이언은 여기에 성적 선호가 숨겨져 있다고 분석합니다.

 

숨겨진 성적 선호?

뇌가 일으키는 아름다움의 향연.
뇌는 어떻게 아름다움의 진화를 주도할까요?

라이언 교수의 책 <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에 따르면 "성적 아름다움을 지닌 형질은 선택자의 선호를 이끌어 낼 수 있을 때만 진화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즉, A의 아름다운 형질은 B가 그것을 감상하면서 아름답다고 느낄 때에만 진화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학술적으로 보자면 다윈의 성선택 이론과 관련있는데요. 

 

다윈은 자연 선택에 대한 비유로 인위 선택을 사용했습니다. <종의 기원>이 발표되고 12년 후 출간된 그의 두 번째 저서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에서 다윈은 공작 이외에도 수 많은 동물들이 자연 선택 과정과 상충돼 보이는 형질을 간직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다윈의 두번째 저서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 출처: AdobeStock/Wikimedia Commons
다윈의 두번째 저서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 출처: AdobeStock/Wikimedia Commons

대표적으로 공작새를 들 수 있는데요. 화려함을 뽐내는 공작의 자태는 아름다워 보일지 몰라도 동물의 생존에는 직접적 쓸모가 없습니다. 다윈은 생존과 무관한 이런 형질들이 대부분 암컷보다는 수컷에 발달돼 있다는 점을 발견합니다. 암컷에게 선택받기 위해 수컷이 화려한 형질을 발달시켜왔고, 이러한 형질이 결국 번식에 관여하는 결론입니다.  

공작새의 꼬리는 생존엔 아무 쓸모가 없지만 참 아름답죠. 출처: AdobeStock
공작새의 꼬리는 생존엔 아무 쓸모가 없지만 참 아름답죠. 출처: AdobeStock

다윈은 암컷에게 아름다움의 기준이 있다면 이러한 '감상자의 미학'이 선택 작용에 영향력을 끼쳐 종의 아름다움을 강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소유자의 아름다움'과 '감상자의 미학'이 일치될 때 그 형질이 진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책 <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에 따르면 '소유자의 미모'와 '감상자의 미학'이 짝을 이뤄 진화하는 방식에는 3가지가 있다고 하는데요. 첫째로 기존의 아름다운 형질이 감상자이자 선택자에게 모종의 이익을 가져다줄 때 그들은 아름다운 형질에 대한 선호를 발달시킬 수 있습니다. 둘째로 아름다운 형질과 이에 대한 선호가 동시에 진화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형질이 진화됐을 때 그것이 '숨겨진 선호'를 자극하고 이를 끄집어내 즉각적으로 아름답다고 인식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숨겨진 선호가 구애자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선택자의 번식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 때, 진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란 해석입니다.

 

'숨겨진 성적 선호'를 잘 보여주는 실험이 있습니다. 조류학자 낸시 벌리(Nancy Burley)는 새장 속 뒤섞여 있는 새들을 잘 분간하기 위해 새의 다리에 서로 다른 색의 밴드를 묶어두었습니다. 그런데 벌리는 금화조의 암수 모두가 이성에게서 느끼는 성적 매력이 밴드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야생 금화조(Zebra finch)다리엔 당연히 밴드 같은 건 없었겠죠. 출처: AdobeStock
야생 금화조(Zebra finch). 출처: AdobeStock

수컷들은 검정과 핑크색의 밴드가 묶인 암컷에게 더 매력을 느꼈습니다. 하늘색이나 연두색 밴드를 착용한 암컷은 인기가 없었습니다. 한편, 암컷들은 빨간 밴드를 한 수컷을 선호했고 하늘색이나 연두색 밴드를 묶은 수컷들은 인기가 없었습니다. 즉, 밴드 사용이 실험실 조류의 짝짓기 성공 연구에서 서로 다른 결과를 도출시키는 변수가 된 겁니다.

 

길고 마른 몸에 끌리는 인간의 '숨겨진 선호'

 

다시 바비 인형으로 돌아와보죠. 텍사스대학교 통합생물학부 마이클 라이언 석좌교수는 바비의 과장된 신체적인 특성들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알기 위해 바비를 실물 크기로 키워 비교했습니다.

바비 인형 실물 크기로 부풀리면? 출처: pixabay
바비 인형을 실물 크기로 키우면? 출처: pixabay

바비의 머리 둘레는 22인치로 평균치입니다. 가슴 둘레는 32인치로 약간 작은 편입니다. 하지만 다른 부위들은 평균 여성과 비교했을 때 훨씬 작습니다. 바비의 허리와 엉덩이는 각각 16인치와 29인치인데요. 그 비율이 0.56입니다. 이는 미국 여성 평균치인 0.8과 비교했을 때 훨씬 작습니다. 바비의 목, 팔뚝, 손목, 발목, 특히 허벅지는 거의 성냥개비 수준입니다.

바비의 비현실적인 신체 사이즈. 출처: AdobeStock
바비의 비현실적인 신체 사이즈. 출처: AdobeStock

라이언 교수는 현실 세계에서 실물 크기의 바비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그녀의 비정상적으로 얇고 긴 목으로는 "머리를 드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가느다란 허리 사이즈 때문에 간의 크기는 절반으로 줄어들고 장기가 몸 안에 전부 들어가지 못합니다. 심지어 조그만 발, 얇은 발목, 비교적 무거운 상체 때문에 네 발로 기어야만 움직일 수 있다는 설명인데요.

 

이러한 '기능적 불량'에도 불구하고 작은 얼굴과 잘록한 허리, 긴 팔다리는 소유자의 미모와 감상자의 미학이 상호 영향을 주고 받게끔 만드는 일종의 숨겨진 성적 선호 역할을 한다는 해석입니다.

지젤 번천(Gisele Bundchen). 출처: 유튜브/Olympic
지젤 번천(Gisele Bundchen). 출처: 유튜브/Olympic

<포브스>에 따르면 2013년 지젤 번천은 4,2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슈퍼모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녀의 부가 보여주듯 사람들은 슈퍼 모델이 엄청난 매력을 지녔다고 평가합니다. 평균 키 177cm가 넘고 몸무게는 40kg대인 모델들은 현실 속 일반 여성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멉니다. 모델이 아닌 미국 여성의 평균 신장은 162cm에 몸무게가 75kg입니다.

 

그럼에도 이같은 형질, 즉 모습이 각광받는 이유에 대해 라이언 교수는 "인간 깊숙이 내재된 길고 마른 몸을 향한 '숨겨진 선호' 때문일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특정 형질에 대한 숨겨진 선호는 내재돼 있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드러납니다. 성적 미학을 타깃으로 하는 업계들은 인공적인 자극을 만들어냅니다. 바비인형과 모델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스타 시스템'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분야의 자본은 특정 형질을 시장에서 서슴없이 테스트하며 고객의 선호와 일치하는 것들이 숨겨져 있는지 아니면 공공연하게 드러나 있는지 신속하게 파악합니다.

 

지젤 번천 같은 슈퍼 모델들의 작은 얼굴과 마르고 긴 팔다리는 미디어에서 아름다움의 전형으로 소개되며 그들이 갖춘 신체적 비율 등이 통상적인 아름다움이라는 착각을 불러옵니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들은 작은 얼굴과 넓은 어깨, 긴 팔다리 같은 요소가 카메라와 화면에 더욱 아름답게 비친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렇게 비현실적인 비율을 갖춘 인물을 더욱 조명하게 되고 감상자들의 미학 또한 이에 발맞춰 발달해왔다는 풀이가 가능합니다. 바비인형 역시 이런 형질을 60년이 넘도록 고수해 왔죠.

 

라이언 교수는 이 덕분에 "인간 내면 깊숙이 내재돼 있던 비정상적으로 길고 마른 몸을 향한 숨겨져 있던 끌림이 밖으로 드러났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실 속에선 흔히 보기 힘든 슈퍼 모델과 같은 사람들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감상자들이 늘어났고, 이런 형질은 인간 사회 속에서 지속적으로 발달해왔습니다. 미디어 업계, 엔터테인먼트 산업, 심지어 완구까지 이러한 숨겨진 선호를 적극 활용해 전 세계의 수많은 감상자들의 미학을 자극하고 부를 창출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뇌가 일으키는 아름다움의 향연.
뇌는 어떻게 아름다움의 진화를 주도할까요?

책 <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의 저자이자 텍사스대학교 통합생물학부 동물학과 석좌교수인 마이클 라이언은 뇌가 성적 아름다움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분석했습니다. 책 <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에 따르면 이처럼 인간의 '숨겨진 선호'와 성욕을 관장하는 뇌의 신경회로, 비정상적인 자극들이 모두 공모해 100억 달러 규모의 포르노 산업을 이끌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동물 구애자들이 선택자의 성적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형질을 진화시킨 것과 달리 인간은 문화적 시각에 발맞춰 미학적 기준을 발달시켜왔다는 설명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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