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스며드는 액체 금속
저절로 스며드는 액체 금속
  • 함예솔
  • 승인 2020.07.21 15:20
  • 조회수 2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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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 알칼리 금속을 이용해 차세대 수소 발생 촉매로 각광받는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TMD)'의 성능을 개선하는 기술이 개발됐습니다. 촉매 구조에 액체 금속을 스며들게 하는 새 합성법은 쉽고 빠르게 촉매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전기전도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액체 알칼리 금속을 이용해 반도체상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을 금속상으로 변환. 출처: UNIST
액체 알칼리 금속을 이용해 반도체상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을 금속상으로 변환. 출처: UNIST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박혜성·김건태·곽상규 교수 공동 연구팀은 '알칼리 용융 금속(쇳물과 같은 액체 금속) 층간 삽입법'을 이용해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을 금속상(1T phase)으로 바꾸는 합성법을 개발했습니다. 수소 발생 촉매로 주목 받는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은 전기전도도가 좋을수록 그 성능이 좋아지는데, 간단한 합성법을 이용해 단시간에 반도체상을 전기전도성이 우수한 금속상으로 바꾸는 기술입니다. 해당 연구는 <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습니다. 

  • 상(phase)

물질은 크게 고체,액체, 기체상으로 나뉜다. 이 중 특정 고체는 이를 구성하는 원자들의 배열 모양에 따라 서로 다른 상을 갖고 물리·화학적 성질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순수한 철은 상온에서 자석에 달라붙는 ‘강자성’을 갖지만 온도가 특정온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철을 구성하는 원자의 배열이 바뀌고 자석에 달라붙지 않습니다. 

  • 전기전도도(Conductivity)

물질 내부에서 전자가 얼마나 잘 움직이는지(전기가 잘 통하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입니다. 전기전도도에 따라 금속, 반도체, 부도체로 나뉩니다. 금속>반도체>부도체 순으로 전기전도도가 좋습니다. 

저절로 스며드는 액체금속 

합성된 금속상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의 성질. 출처: UNIST
합성된 금속상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의 성질. 출처: UNIST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은 텅스텐(W)이나 몰리브덴(Mo) 같은 금속 원소와 황(S)과 같은 칼코겐 원소가 결합한 물질입니다. 가격이 저렴하고 내구성이 좋아 백금(Pt)을 대신 할 '물 전기 분해 반응'(물로 수소를 생산하는 반응) 촉매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온에서는 촉매의 성능을 가늠하는 척도의 하나인 전기전도도가 떨어집니다. 이 물질은 하나의 물질 안에 반도체 성질을 갖는 부분과 금속 성질을 갖는 부분이 공존하는데 상온에서 주로 전기전도도가 떨어지는 반도체상으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금속상을 갖도록 합성하는 방법이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합성된 물질이 다시 반도체상 물질로 돌아가는 한계가 있습니다.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인 이황화몰리브덴이 반도체상(녹색)에서 금속상(흑색)으로 변화한 모습. 출처: UNIST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인 이황화몰리브덴이 반도체상(녹색)에서 금속상(흑색)으로 변화한 모습. 출처: UNIST

공동 연구팀은 모세관현상을 이용해 액체 알칼리 금속을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에 삽입하는 방법으로 '금속성 칼코겐화합물'을 1시간 만에(기존 48~72시간) 합성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때 알칼리 금속은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이 금속상으로 바뀌기 위해 필요한 전자(electron)를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가느다란 관 속으로 액체가 저절로 빨려 들어가는 '모세관현상'을 이용했기 때문에 액체 알카리 금속이 칼코겐 화합물 내부로 잘 전달됩니다. 이렇게 합성된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의 경우 전체 화합물에서 금속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92%로 높았습니다. 

  • 모세관 현상(Capillary action)

모세관(가는 관)을 액체 속에 넣었을 때 관 속의 액면이 관 밖의 액면보다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현상입니다. 혹은 분자 사이의 인력과 분자와 가느다란 관의 벽 사이에 작용하는 서로 간의 인력에 의해 가느다란 관을 채운 액체가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현상입니다. 식물이 중력을 거슬러 땅속의 수분을 흡수하는 현상이 대표적인 모세관 현상의 예입니다. 

제1저자인 박상현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석사과정 연구원은 "기존 합성법의 경우 2~3일에 걸쳐서 금속성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을 만드는 데, 이번에 개발된 합성법은 합성 시간도 짧고 간단하다"며 "X선 광전자 분석법 등을 통해 92% 이상의 높은 상 순도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KIST 김형철 박사팀의 신성수 박사(제1저자)가 마이크로 입체구조를 적용한 차세대 세라믹 연료전지 패턴을 확인하고 있다. 출처: UNIST
KIST 김형철 박사팀의 신성수 박사(제1저자)가 마이크로 입체구조를 적용한 차세대 세라믹 연료전지 패턴을 확인하고 있다. 출처: UNIST

특히 이번에 합성된 금속상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은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고열과 강한 빛에도 금속상이 반도체상으로 바뀌지 않고 유지됐습니다. 연구팀은 이론분석을 통해 금속상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원인도 밝혔습니다. 합성과정에서 알칼리 금속과 칼코겐 물질간의 결합이 반도체상이 금속상으로 바뀌는데 필요한 에너지 장벽을 낮추고 전자구조를 유지 시켜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새롭게 합성된 칼코겐화합물을 실제 물 전기 분해 시스템에 적용한 결과 100시간 이상의 작동에도 우수한 성능을 보였습니다.

금속상의 안정성 원인 분석. 출처: UNIST
금속상의 안정성 원인 분석. 출처: UNIST

박혜성 교수는 "차세대 수소 발생 촉매로 주목 받고 있는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의 새로운 합성법을 찾아냈다"며 "이차원 물질의 물리적 특성을 규명할 실마리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금속상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의 특성을 잘 활용해 수소 발생 촉매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박혜성 교수(좌측)과 박상현 연구원(우측). 출처: UNIST
박혜성 교수(좌측)과 박상현 연구원(우측). 출처: UNIST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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