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유전학 교수 "장수약 실제 있다"
하버드 유전학 교수 "장수약 실제 있다"
  • 함예솔
  • 승인 2020.07.24 15:05
  • 조회수 6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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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이 석상 아래에서 발견한 새로운 물질 

이스터 섬의 모아이. 출처: AdobeStock
이스터 섬의 모아이. 출처: AdobeStock

칠레에서 서쪽으로 3,700km 떨어진 화산섬 라파누이(Rapa Nui)는 이스터섬으로 불리는데요. 이 섬은 900개의 거대한 석상인 모아이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이 곳에서 수명 연장을 도와줄 장수약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라파마이신'이라는 화합물이 그 주인공입니다. 책 <노화의 종말>에 따르면 1960년대 중반, 토착 미생물을 찾으러 이스터섬에 갔던 생물학자들이 발견했다고 합니다. 모아이 석상 중 하나가 박힌 흙에서 찾은 새로운 방선균에서 나온 물질이었는데요. 이 단세포생물은 스트렙토미세스 히그로스코피쿠스(Streptomyces hygroscopicus)였습니다. 

스트렙토미세스 히그로스코피쿠스(Streptomyces hygroscopicus). 출처: Wikimedia Commons
스트렙토미세스 히그로스코피쿠스(Streptomyces hygroscopicus). 출처: Wikimedia Commons

제약학자였던 수렌 세갤(Suren Sehgal)은 이 방선균이 항균 화합물을 분비한다는 걸 발견했는데요. 세갤은 이 화합물에 라파마이신(rapamycin)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는 발견된 섬을 기념하는 이름이었습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연구자들은 라파마이신이 면역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물질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했죠. 

 

1960년대 당시 연구자들은 장기 이식이 실패의 흔한 이유 중 하나가 환자의 몸이 이식받은 장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에 면역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라파마이신을 이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라파마이신이 장기가 받아들여질 수 있을만큼 면역 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면, 장기 이식의 성공률은 높아질 테니까 말이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성공적이었습니다. 

사람에서 사람에게로 이식하는 장기이식은 신속한 적출 등 여러 제약이 있습니다. 출처: fotolia
장기 이식 환자들에게 새 시대를 열어 준 물질인 라파마이신. 출처: fotolia

실제로 라파누이 섬에서 이 방선균이 발견된 지점에는 포르투갈어로 "1956년 1월 이곳에서 채취한 토양 표본에서 장기 이식 환자들에게 새 시대를 열어 준 물질인 라파마이신을 얻었다"고 적혀있다고 하는데요. 모아이 석상 아래에서 발견된 단세포 생물로부터 나오는 물질이 수 많은 장기 이식 환자들의 목숨을 구하게 된 것이죠. 

 

실존하는 장수약, 라파마이신?!

 

그런데,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블라바트닉연구소 유전학 교수이자 폴 F.글렌노화생물학연구센터 공동 소장인 데이비드 A. 싱클레어(David A. Sinclair) 박사는 머지 않아 이곳에 더 큰 기념판이 설치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실존하는 장수약으로 활용될 수 있을까. 출처: AdobeStock
실존하는 장수약으로 활용될 수 있을까. 출처: AdobeStock

스트렙토미세스 히그로스코피쿠스가 발견되면서 많은 연구가 촉발됐는데요. 최근 라파마이신이 단순한 항균 화합물이나 면역 억제제 효과만을 지닌 것이 아니란 사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물질은 수명 연장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가장 일관되게 나온 화합물 중 하나라고 합니다. 전 세계 연구실에서 다양한 모델 생물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실험들에서 일관된 결과가 나온 겁니다. 

 

라파마이신이 수명 연장 효과가 있다는 걸 이해하려는 초기 연구에서는 효모를 대상으로 한 것이 많았다고 합니다. 데이비드 A. 싱클레어 박사 역시 효모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상 효모 세포 2,000마리를 배양하면 6주 뒤 살아있는 건 몇 마리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효모들에게 라파마이신을 먹이자 6주가 지나도 그 중 약 절반 정도가 건강히 살아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Cell metabolism>에 게재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초파리에게 라파마이신을 먹였더니 수명이 약 5%늘어났습니다. <Nature>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몇 달 이내로 정상 수명이 다할 생쥐에게 소량의 라파마이신을 투여하자 암수에 따라 수명이 9~14% 늘었다고 합니다. 이는 사람으로 치면 건강하게 약 10년을 더 사는 셈이라고 합니다. 

 

이밖에도 라파마이신의 세포 내 표적단백질인 mTOR(mammalian target of rapamycin)을 억제하면 수명이 연장된다는 연구도 존재합니다. 독일신경퇴행질환센터(German Center for Neurodegenerative Diseases) 연구진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더 늙은 아비에게서 태어난 생쥐의 mTOR을 억제하자 늙은 부모의 부정적인 영향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부정적인 영향이란 부모의 나이가 더 많을 수록 자식이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사실인데요. 라파마이신을 투여한 생쥐는 이러한 추세에 저항했습니다.  

건강하게 늙을 수 있을까. 출처: AdobeStock
건강하게 늙을 수 있을까. 출처: AdobeStock

물론, 라파마이신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오래 사는 동물은 더 짧은 삶을 사는 동물보다 이 물질에 안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 물질을 고용량으로 장기간 복용할 경우 콩팥에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면역계를 멈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소량으로, 혹은 간헐적으로 이 물질을 복용하는 건 안전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사용할 경우 생쥐의 수명이 늘어났으며, 독감 백신을 접종한 노인들의 면역 반응이 대폭 향상됐다는 연구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라파마이신과 비슷하게 작동하지만 더 특수성을 띠고 독성은 덜한 ‘유사물질’을 찾기 위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명을 연장할 장수약을 만드는데 계속해서 전진하고 있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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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노화의 종말>은 노화를 질병으로 보고 노화를 치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질병 없이 더 젊고 건강하게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어떻게 입증하는지 자세히 살펴보시죠.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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