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표적을 전달체로 쓴다
항암제 표적을 전달체로 쓴다
  • 함예솔
  • 승인 2020.08.27 17:05
  • 조회수 19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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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와 생명과학과 공동 연구팀이 항암제의 표적 단백질을 전달체로 이용하는 역발상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항암제를 이용한 암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전망입니다. 해당 연구는 <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습니다. 

Advanced Materials 8월 18일 Issue 표지 이미지. 출처: KAIST
Advanced Materials 8월 18일 Issue 표지 이미지. 출처: KAIST

미세소관 표적 치료제

 

우리 몸속 세포가 분열할 때 염색체들은 세포 한가운데에 정렬해 두 개의 딸세포로 나눠지는데 이 염색체들을 끌어당기는 끈이 바로 '미세소관(microtubule)'입니다. 미세소관은 '튜불린(tubulin)' 단백질로 이뤄진 긴 튜브 형태의 나노 구조물입니다. 미세소관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 약물인 '미세소관 표적 치료제(microtubule-targeting agents)'는 임상에서 다양한 암의 치료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암세포 미세소관에 결합해 앞서 언급한 끈 역할을 방해함으로써 암세포의 분열을 억제해 결국 사멸을 유도합니다.

 

튜불린 단백질에는 이 약물이 강하게 결합하는 고유의 결합 자리(binding site)가 여럿 존재합니다. 연구진은 이 점에 착안해 표적 물질인 튜불린 단백질을 약물 전달체로 사용한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습니다. 공동연구팀은 튜불린 나노 튜브(Tubulin-based NanoTube), 약자로 TNT로 명명한 전달체를 개발하고 항암 효능을 실험으로 확인한 겁니다. TNT라는 이름에는 암 치료를 위한 폭발물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미세소관 표적 치료제는 TNT에 자발적으로 탑재됩니다. 약물 입장에서는 세포 내 미세소관에 결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죠. 이는 항암제마다 적합한 전달체를 찾아야 했던 기존의 어려움을 해소해줍니다. 즉 TNT는 미세소관을 표적으로 하는 모든 약물을 탑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만능 전달체'인 셈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약물 전달체

항암제가 탑재된 TNT(튜불린 나노 튜브)가 만들어지는 과정. 출처: KAIST
항암제가 탑재된 TNT(튜불린 나노 튜브)가 만들어지는 과정. 출처: KAIST

연구진은 먼저 튜불린 단백질에 블록 혼성 중합체인 PEG-PLL(pegylated poly-L-lysine)을 섞어 기본적인 TNT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튜불린은 빌딩 블록, PEG-PLL은 이들을 붙여주는 접착제입니다. 그 다음, 도세탁셀(docetaxel), 라우리말라이드(laulimalide), 그리고 모노메틸아우리스타틴 E(monomethyl auristatin E) 3종의 약물이 TNT에 탑재됨을 보였습니다. 이 약물들은 실제 유방암, 두경부암, 위암, 방광암 등의 화학요법에 활용되고 있는 항암제들압나다. 

  • 블록 혼성 중합체(Block copolymer)

두 종류 이상의 단위체로 이루어진 고분자 화합물로 각 단위체들이 길게 반복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또 탑재되는 약물의 종류와 개수에 따라 TNT의 구조가 변할 뿐 아니라 약물 전달체로서의 물리·화학적 특성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는 TNT가 탑재하려는 약물에 맞춰 자발적으로 형태를 변형하는 '적응형 전달체'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항암제가 탑재된 TNT(튜불린 나노 튜브)의 항암 및 혈관 형성 억제 작용 과정. 출처: KAIST
항암제가 탑재된 TNT(튜불린 나노 튜브)의 항암 및 혈관 형성 억제 작용 과정. 출처: KAIST

연구팀은 특히 항암제가 탑재된 TNT가 엔도좀-리소좀 경로(endo-lysosomal pathway)로 암세포에 들어가 뛰어난 항암 및 혈관 형성 억제 효과를 보인다는 점을 세포 및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적응형 만능 약물 전달체가 성공적으로 구현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연구진이 보유한 튜불린 분자 제어 기술력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튜불린 단백질을 일종의 레고 블록으로 보았습니다. 블록의 형태를 변형하고 쌓아 올리는 방식을 제어해 튜브 형태의 구조체를 조립하는 노하우를 축적해왔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포항 방사광 가속기의 소각 X-선 산란 장치를 이용해 TNT 구조를 나노미터(nm, 10억 분의 1미터) 이하의 정확도로 분석했습니다.

김진주 박사과정, 이준철 박사과정, 전상용 교수, 최명철 교수. 출처: KAIST
김진주 박사과정, 이준철 박사과정, 전상용 교수, 최명철 교수. 출처: KAIST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는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약물 전달체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이어 "TNT는 현재까지 개발된, 또 향후 개발예정인 미세소관 표적 치료제까지 운송할 수 있는 범용적인 전달체이며, 다양한 항암제들의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를 기대할 수 있는 '플랫폼 전달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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