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본드, 영화마다 4.5회 음주...중독" 
"제임스본드, 영화마다 4.5회 음주...중독" 
  • 함예솔
  • 승인 2020.09.02 14:00
  • 조회수 64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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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파로티>의 실제 주인공이자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미스터 트롯>으로 인기를 얻은 성악가 겸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 과거에 저지른 불법 도박 혐의가 불거지자 최근 사과했는데요. 김 씨는 소속사와 법률대리인을 통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실은 인정했지만 "중독 상태는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으로 불법 도박을 저질러 물의를 일으켰던 연예인들이 재조명 받기도 했습니다. 

신정환. 출처: Wikimedia Commons
 가수 신정환 씨. 출처: Wikimedia Commons

가수 신정환 씨는 2003년과 2005년, 도박 혐의로 잇따라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2011년에 또 다시 도박 혐의로 법정에 섰다가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기도 했습니다. 필리핀으로 건너가 2억 원이 넘는 판돈을 걸고 이른바 '바라카' 도박을 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신 씨를 두고 '도박 중독'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도박 뿐만 아니라 약물도 중독 위험이 크죠. 스포츠 선수들의 도핑 파문을 비롯해 연예인이나 재벌 2, 3세들의 마약 투약 논란까지 약물 오용과 중독 이슈는 신문 사회면과 스포츠연예 지면 단골 뉴스입니다. 

박유천. 출처: Wikimedia Commons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씨. 출처: Wikimedia Commons

"저는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가 뒤늦게 인정한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을 비롯해 과거 가수 빅뱅의 탑(최승현)과 싸이도 대마초를 피우다 적발돼 구설에 올랐습니다. 탤런트 박시연과 이승연도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협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습니다. 

탤런트 박시연 씨. 출처: 박시연 인스타그램(l.h.mom)
탤런트 박시연 씨. 출처: 박시연 인스타그램(l.h.mom)

이처럼 중독의 대상은 다양합니다. 도박 중독, 마약 중독 외에도 일상에서 쇼핑 중독, 게임 중독과 같은 용어가 자주 사용됩니다. 질병관리본부 자료를 보면 '중독'을 흔히 술이나 약물과 같은 물질이 몸 속으로 들어가 나타나는 현상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 중독에 대한 개념은 약물 중독을 넘어 식이장애, 쇼핑 중독 등 '행위에 중독된 개념'으로도 확장됐습니다. 

 

오늘은 이 중에서도 중독성이 강한 약물 중독에 조금 더 주목해보겠습니다.

 

중독의 파급력

 

미국 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에 따르면 '중독'이란 복잡한 질환입니다. 유해한 결과가 뻔히 보이지만 그럼에도 약물을 강박적으로 찾고 사용하는 행동을 보이는 뇌 질환입니다. 중증 약물 중독자는 생명을 잃을 정도로 알코올이나 마약 등 특정 약물을 과하게 음용, 투약합니다. 

알코올 중독은 위험합니다. 출처: AdobeStock
알코올 중독은 위험합니다. 출처: AdobeStock

책 <이기적 감정>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미국 전체 인구의 10%는 불법적인 약물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미국 남성의 8.4%와 여성의 4.2%는 과도한 음주로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 기능에 장애가 생길 수 있는 알코올사용장애(alcohol use disorder)를 앓고 있었습니다.

 

흡연은 더 흔하고 치명적인데요. 전세계 10억 명 이상이 니코틴에 중독됐습니다. 15세가 넘는 남성 3분의 1은 여기에 포함됩니다. 미국에서 해마다 흡연으로 발생하는 사망자 수는 48만 명인데요. 알코올로 인한 사망자 수의 다섯 배쯤 됩니다.

 

영화 <007 시리즈> 속 '제임스 본드' 역시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라고 하는데요. 아, 배우 말고 영화 속 배역을 가리킵니다. 뉴질랜드 오타고대학 공중보건학 닉 윌슨 교수의 연구팀은 <Medical Journal of Australia>에 영화 캐릭터 제임스 본드의 알코올 중독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게재했습니다. 60여년 동안 제작된 007시리즈 영화 24편을 분석한 결과 제임스 본드는 영화 한 편 당 평균 4.5회 술을 마셨습니다. 윌슨 교수는 영화 상에서 관찰된 제임스 본드의 음주 습관 역시 심각한 알코올 중독의 증거라고 설명했습니다.

건강 챙기세요. 출처: pixabay
제임스 본드는 마티니를 좋아하죠. 대니얼 크레이그는 죄가 없어요. 출처: pixabay

중독의 원리

 

사람들은 알코올, 담배 외에도 대마, 코카인 같은 마약류에 쉽게 중독됩니다. 이러한 약물이 체내에 들어가면 뇌의 보상회로 내의 도파민 농도를 직접적으로 증가시킵니다. 도파민 수용체가 활성화되고 이로 인해 약물을 끝없이 갈망하게 만듭니다.

 

도파민은 '쾌락 호르몬'이라고 불립니다. 중독성 약물에 노출될 때 뇌 안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데요. 시냅스로 방출된 도파민은 도파민 수용체와 결합해 신경세포 내부의 기능적 변화가 다양하게 일어나도록 유도합니다. 

도파민 분비 증가를 모방하는 약물, 위험해요. 출처: AdobeStock
도파민 분비 증가를 모방하는 약물, 위험해요. 출처: AdobeStock

책 <이기적 감정>에 따르면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키거나 모방하는 약물은 마치 조종사 옷을 입고 비행기 조종실을 접수한 테러리스트 같다고 표현하는데요. 약물은 뇌의 항법장치를 우회해 조종간을 움켜잡습니다. 약물이 조종센터에 도착하기 직전에 나타나는 신호들은 꽤 유혹적입니다.

 

약물에 중독된 사람들은 그 신호를 향해 나아갑니다. 약물이 조종센터에 도착한 뒤에는 이전에 보상을 얻게 해준 행동들을 되풀이합니다. 그렇게 중독자가 됩니다.

 

중독은 진화 때문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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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책 <이기적 감정>의 저자이자 진화의학을 개척한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생명과학대학원 교수인 랜돌프 M.네스(Randolph M. Nesse)는 '중독'을 진화적 관점으로 설명합니다. 그에 따르면 중독의 근본 원인은 인간의 학습 능력입니다. 사람들은 보상이 따르는 행동을 더 자주 선택합니다. 실패하거나 고통을 유발하는 행동은 덜 선택합니다.

 

정상적으로 보상을 추구하는 행동은 자동으로 결정되는데요. 예컨대 음식을 먹으면 처음에는 쾌감(포만감)이 느껴지지만 나중에는 싫증이 납니다. 작은 사탕 하나 더 먹을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사교적 만남의 즐거움은 오래 지속되는 편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흥미가 떨어지고 피곤해져 행동을 전환합니다.

 

하지만 약물은 다릅니다. 중독자들은 약물이 주는 쾌락을 맛보고 욕구가 더 커져서 약물을 더 많이 복용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져듭니다. 결국 죽음에 이릅니다. 

대마초 싹을 채취하는 연구원. 출처: GettyImages
대마초 싹을 채취하는 연구원. 출처: GettyImages

랜돌프 M.네스(Randolph M. Nesse) 교수는 "이는 약물 복용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이런 식으로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말합니다. 우리 조상에게는 이런 문제가 없었다는 거죠. 약물 자체를 쉽게 구할 수 없었고 특정 약물을 일부러 섭취해 발생하는 폐해 또한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보호 시스템이 진화하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코카인이나 아편, 카페인, 환각제, 니코틴 등 신경 기능을 억제하는 신경독은 식물로부터 나왔는데요. 식물은 곤충에게 잡아먹힐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자연선택 과정에서 신경독을 생성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실제로 니코틴이 함유된 담배 입사귀를 먹을 수 있는 곤충은 거의 없다고 하는데요.

 

곤충의 신경계를 교란하는 이 화학 물질들은 우리 뇌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 이유는 인간과 곤충은 같은 조상에게서 갈라져나왔기 때문이죠. <이기적 감정>에 따르면 약 5억년 전 우리 조상은 절지동물문에서 갈라져 나왔습니다. 그나마 식물의 신경독은 인간을 곧바로 죽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식물을 먹고 살도록 진화했고 곤충에 비해 훨씬 크고 복잡한 생물이기 때문입니다. 

담배잎 말리는 중. 출처: AdobeStock
담배잎 말리는 중. 출처: AdobeStock

한편, 일부 학자들은 자연선택 과정에서 우리가 약물과 알코올을 좋아하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담배에 대한 선호는 니코틴이 기생충을 쫓는 물질이기 때문에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니코틴은 장내 기생충을 마비시켜 우리의 창자에 달라붙지 못하고 배출되도록 합니다. 만약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벌레가 많이 서식하는 지역에서 담배가 주로 사용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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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출신의 세계 진화생물학 대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는 랜돌프 M. 네스 교수가 쓴 책 <이기적 감정>은 진화생물학으로 정신장애를 새롭게 설명합니다. 슬픔, 배신감, 수치심 등의 감정은 왜 수천년 동안의 진화 과정 동안 사라지지 않았는지, 왜 삶은 고통으로 가득차 있는지 설명해줍니다. 누군가 불안을 느끼고, 오랫동안 우울하다면 그 감정은 유전자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감정은 우리의 행복을 위해 진화했다고 여기는 건 인간의 착각이며 감정은 이기적이라고 말이죠. 


##참고자료##

 

  • 랜돌프 M. 네스, 이기적 감정, 더 퀘스트(2020)
  • Wilson, Nick, et al. "Licence to swill: James Bond's drinking over six decades." Medical journal of Australia 209.11 (2018): 4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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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2020-09-02 20:58:41
결국 연예인기사띄여서 책파는거네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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