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과 정재훈 교수 연구팀이 식물 프리온 유사 단백질인 ELF3가 상분리 과정을 통해 온도센서로 기능한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Nature>에 게재됐습니다.
식물은 온도를 어떻게 인지할까
식물은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이 되면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겨울에도 반짝 날이 따뜻해지면 개나리와 진달래의 꽃방울이 펼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곤 하는데요. 그런데 식물들은 어떻게 온도를 인지할까요?
정재훈 교수 연구팀은 독일 라이프니츠 연구소,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프랑스 그레노블대학교 연구팀과 함께 이러한 물음에 답을 줄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식물 생체시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최근 식물 온도반응성 조절에 필요한 인자로 알려진 ELF3(EARLY FLOWERING 3)가 온도 변화를 어떻게 인지하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저온에서는 ELF3가 다른 단백질과 복합체를 이뤄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지만 고온에서는 ELF3의 활성 감소로 단백질 복합체의 형성이 저해돼 고온 반응 유전자의 발현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고온에서 식물의 생장이 빨라지고 꽃 피는 시기가 앞당겨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프리온 유사 구조 유무에 따른 ELF3의 전혀 다른 온도 반응성
연구팀은 모델식물인 애기장대의 ELF3 단백질의 일부가 프리온 단백질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 주목했습니다. 프리온은 광우병 같은 신경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동물, 식물, 심지어 곰팡이에서도 발견되는 프리온 유사 단백질은 세포 내 다양한 생리 조절에 관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프리온 유사 구조를 통해, ELF3가 온도에 따라 활성상태와 비활성상태를 가역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온도센서로 기능합니다.
프리온 유사 구조의 유무에 따라 ELF3는 전혀 다른 온도반응성을 보입니다. 특히 프리온 유사 구조가 포함된 ELF3는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물방울 형태의 상분리 구조를 보이게 됩니다. 이러한 액상응집체 내에서 ELF3는 격리되고 이는 ELF3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연구팀은 다양한 실험과 분석을 통해 ELF3 단백질의 상분리라는 물리화학적 변화가 식물의 온도반응성을 조절하는 키메커니즘인 것을 증명했습니다.
모델 식물인 애기장대 내에는 500개 이상의 프리온 유사 단백질이 발견됐으며,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프리온의 특성상 이들 단백질 대다수가 ELF3와 같은 온도센서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재훈 교수는 "전지구적인 기후 변화와 기온 상승에 따라 작물 수확량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며 "모든 식물에서 발견되는 프리온 유사 단백질은 고온저항성 품종 개발을 위한 육종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엔지니어링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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