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에 걸리기 쉬운 진화적 이유 4가지 이유
병에 걸리기 쉬운 진화적 이유 4가지 이유
  • 함예솔
  • 승인 2020.10.05 00:20
  • 조회수 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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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병 속 변화 = 자연선택?! 출처: AdobeStock
유리 병 속 변화 = 자연선택?! 출처: AdobeStock

 

주머니에서 은전과 동전을 무작위로 꺼내 유리병에 넣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유리병 안은 곧 구리와 은의 혼합물이 될 겁니다. 이제, 당신이 유리병에서 은전을 주고 꺼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병 안에 반짝이는 은빛은 점차 희미해지고 나중에 구리로 가득 찬 병에서 은을 찾아 헤매게 될 겁니다.

위 이야기는 책 <이기적 감정>의 저자이자 진화의학을 개척한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생명과학대학원 교수인 랜돌프 M.네스(Randolph M. Nesse)가 진화의 메커니즘 중 하나인 '자연선택'을 설명하며 든 예시입니다. 유리병 안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이와 동일한 과정이 유기체 속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진행됩니다. 만약 유전자 변이가 번식 가능한 시점까지 살아남은 자손 수에 영향을 준다면 여러 세대를 거치는 동안 그 종의 성격은 변할 것이고 평균적인 개체는 자손 수가 가장 많은 개체들과 점점 닮아갈 겁니다.

찰스 다윈과 자연선택설. 출처: Wikimedia Commons
찰스 다윈과 자연선택설. 출처: Wikimedia Commons

자연선택은 유기체가 살아가는데 유리한 형질을 만드는데요. 가령, 딱따구리의 개체 중에 나무 속에 숨어 있는 벌레를 더 잘 꺼내 먹은 딱따구리들이 먹이도 더 많이 얻고 새끼도 더 많이 낳았을 겁니다. 그 결과 자연선택 과정에서 딱따구리는 날카로운 부리와 길고 까칠까칠한 혀를 갖게 됐습니다. 그런데 인류는 오랜 시간 자연선택을 통해 유리한 형질을 얻었음에도 왜 아직 질병에 취약한 걸까요? 생각해보면 우리에게는 질병에 잘 걸리게 만드는 형질이 아주 많습니다.

 

1. 자연선택이 만능은 아니야

 

맹장과 사랑니는 왜 아직도 우리 몸에 남아있을까요? 또, 우리는 왜 진화 과정에서 독감에 대한 면역체계를 만들지 못했을까요? 기분장애와 불안장애는 왜 이렇게 흔할까요? 조현병 유전자는 왜 없어지지 않았을까요? 

사랑니.. 출처: AdobeStock
사랑니.. 출처: AdobeStock

이렇게 유기체를 질병에 취약하게 만드는 모든 형질이나 유전자는 진화론의 수수께끼로 남아있습니다. 이에 대한 가장 오래된 답은 자연선택에 한계가 있다는 것인데요. 자연선택은 만능이 아닙니다. 어떤 시스템도 유전자를 100% 정확히 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생겨나죠. 자연선택은 이렇게 생긴 모든 돌연변이를 제거하지 못합니다. 랜돌프 M.네스(Randolph M. Nesse)에 따르면 이 외에도 진화의학에서는 인간이 병에 잘 걸리도록 하는 진화적 이유가 더 있다고 합니다.

 

1. 몸이 환경 변화를 못 따라잡아

 

고대 인류가 살던 시대에 비해 오늘날에는 음식이 매우 풍부합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설탕, 소금, 지방을 정확한 비율로 배합한 음식은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죠. 이러한 입맛은 아프리카의 사바나에서 생존하기에 유리하게 작용할 텐데요.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비만과 각종 질병을 일으킵니다. 

이런 음식,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출처: fotolia
이런 음식,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출처: fotolia

오늘날 모든 암과 대다수 심장 질환의 3분의 1은 흡연이 원인이라고 합니다. 과거에 담배는 입에 넣고 씹으며 약한 쾌감을 선사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담배를 마는 궐련지와 순한 담배가 나오기 시작하자 중독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사람들이 종이에 말린 순한 담배를 피울 때는 연기를 깊이 빨아들이기 때문에 니코틴이 뇌에 신속하게 도달했기 때문이죠. 

술·담배, 건강엔 썩 좋지 않아요~ 출처: pixabay
술·담배, 건강엔 썩 좋지 않아요~ 출처: pixabay

술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예전에 술은 가끔 마실 수 있는 음료였지만 이제는 집 앞 편의점에만 가도 맥주, 포도주, 양주까지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알코올 중독자들도 생겨나게 됐죠. 이 밖에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지만 질병 위험을 높이는 요소들도 있는데요. 예를 들어 밤에 켜지는 조명들은 멜로토닌 호르몬의 정상적인 분비를 방해하기 때문에 현대인의 암 발병률을 높인다고 합니다. 이는 모두 우리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만들어낸 환경에서 비롯된 것들입니다.

 

2. 박테리아는 인간보다 빠르게 진화해

 

인간의 한 세대는 25년입니다. 이에 반해 박테리아의 한 세대는 고작 몇 시간이죠. 박테리아가 3만배쯤 빠른 셈이죠. 

박테라아 한 세대는 고작 몇 시간. 출처: AdobeStock
박테라아 한 세대는 고작 몇 시간. 출처: AdobeStock

흔히 세균이 우리 몸에 들어와서 증식하게 되면 우리는 병에 걸립니다. 그래서 병원에 가면 의사들은 항생제를 처방하죠. 그런데 항생물질에는 내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항생제에 노출되고 나서도 살아남은 소수의 박테리아들가 존재합니다. 소수의 이 박테리아들은 곧 다수가 됩니다. 그래서 일부 병원에서는 항생제 내성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과에서 똑같은 항생제를 처방하고 한 두 달 주기로 새로운 항생제로 바꿉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여러 항생물질에 차례로 노출된 세균이 다양한 약물에 대한 저항성을 키우는 쪽으로 진화할 가능성 또한 높입니다.

 

박테리아는 숙주와 함께 진화하기도 하는데요. 숙주가 진화해 새로운 저항을 가지면, 병원체도 진화해 그 저항성을 뚫고 갈 방법을 찾죠. 예를 들어 패혈성인후염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인 연쇄구균은 인간의 세포로 스스로 위장합니다. 그래서 면역체계가 박테리아를 공격하기 위해 항체를 생성하면 오히려 우리 세포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가령, 신장이 손상되면 사구체신염에 걸리고 관절이나 심장 판막이 손상되면 류머티즘열이 발생하죠.

 

3. 무언가를 얻으려면 다른 것을 희생해야

 

차가 빙판 위에서 잘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려면 기존 타이어를 동절기용 타이어로 교체해주면 됩니다. 그런데 이런 타이어는 비싸고 수명이 짧으며 운전할 때 이질감을 주곤 합니다.

타이어를 수리하자. 출처: pixabay
타이어. 출처: pixabay

무언가를 얻으려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죠. 이는 우리의 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가지 형질을 개선하면 다른 한 가지가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손목의 뼈를 더 굵게 만든다면 손목 보호대 없이 스케이트 보드를 탈 수 있을 겁니다. 대신 손목이 유연하게 돌아가지 않아서 돌멩이를 지금의 절반 정도 거리까지 밖에 던지지 못할지 모릅니다. 인간의 뇌 크기가 지금보다 평균적으로 더 컸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태어나는 도중 죽을 위험이 높아질 겁니다.

독수리 눈 처럼 잘보이면.. 출처: AdobeStock
독수리 눈처럼 잘 보이면.. 출처: AdobeStock

또한 인간의 눈이 1.5km 떨어진 곳에 있는 생쥐를 발견할 정도로 좋은 독수리의 눈 수준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멀리 있는 물체는 잘 봤겠지만, 색채를 구별하는 능력과 주변 시야를 잃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겁니다. 통증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했다면 아프지 않아 좋긴 하겠는데 부상에는 취약해질 겁니다. 이렇게 자연선택은 일반적으로 어떤 것을 변화시키기 보다는 형질을 중간 지점에서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비용 대비 이득이 최대가 되는 지점은 양극단의 중간쯤에 위치하기 때문이죠.  

 

4. 수명이 아닌 번식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안타깝게도 우리 몸은 건강이나 수명을 극대화하도록 진화하진 않았습니다. 대신 유전자들의 전달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죠. 랜돌프 M.네스(Randolph M. Nesse)에 따르면 어떤 대립 유전자가 우리의 수명을 단축하고 고통을 증가시킨다 할지라도 자손 수를 늘려준다면 그 대립 유전자는 보편화된다고 말합니다. 

이게 다 남성 호르몬 때문! 출처: AdobeStock
남성 호르몬! 출처: AdobeStock

일반적으로 남자는 여자보다 7년 일찍 죽습니다. 통계적으로 선진국의 만 0~10세 여자아이 100명이 사망하는 동안 같은 연령 남자아이는 150명 정도 사망합니다. 청소년기에는 그 비율이 여자 100명당 남자 300명으로 바뀝니다. 왜 남성이 더 취약할까요? 그 이유에 대해 랜돌프 M.네스(Randolph M. Nesse)는 남성호르몬을 꼽습니다. 테스토스테론이 신체 조직, 면역, 위험 감수 성향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진화적 설명에 따르면 남성들은 힘과 자원을 손상된 조직의 복구가 아니라 경쟁에 투입합니다. 그러는 이유는 경쟁에서 이긴 남자들이 짝짓기를 더 많이 하고 자손도 더 많이 낳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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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기적 감정>은 인간의 몸이 병에 잘 걸리는 이유를 진화적으로 설명할 뿐만 아니라 정신장애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진화적 관점으로 접근합니다. 왜 자연은 인간에게 슬픔, 배신감, 수치심 같은 불쾌한 감정을 제거하지 않았을까요? 감정과 정신장애를 진화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그의 통찰력은 정체된 정신의학을 다시 움직이게 만들 수 있을까요?


##참고자료##

 

  • 랜돌프 M. 네스, 이기적 감정, 더 퀘스트(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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