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감염 여부 피 한 방울로 끝
바이러스 감염 여부 피 한 방울로 끝
  • 함예솔
  • 승인 2020.10.04 23:25
  • 조회수 12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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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면역 반응을 모방한 '인공 혈관 칩'에 혈액 한 방울을 떨어뜨려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 여부를 즉석에서 진단하는 기술이 나왔습니다. 열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감염 여부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검사기가 필요없어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습니다.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BME)의 강주헌 교수팀은 병원균(세균, 바이러스 등) 감염 여부를 조기에 판별 할 수 있는 미세 유체 칩을 개발했습니다. 머리카락 수준으로 가느다란 관으로 이뤄진 칩에 감염된 혈액(유체)을 넣으면 혈액 속 백혈구가 유체 관(인공 혈관) 벽면에 달라붙습니다. 감염된 사람은 벽에 달라붙는 백혈구 숫자가 건강한 사람에 비해 눈에 띄게 많기 때문에 저배율의 광학현미경만으로 감염여부를 쉽게 판독 할 수 있습니다.

미세 유체 칩의 구조와 유체 관에 부착된 백혈구. 출처: UNIST
미세 유체 칩의 구조와 유체 관에 부착된 백혈구. 출처: UNIST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10분 내외로 짧다. 또 감염 극초기(감염된지 1시간)에도 감염여부를 알아 낼 수 있어 열과 같은 증상이 없는 잠복기 환자를 조기에 선별할 수 있습니다. 문진이나 체온 검진에 의존하고 있는 코로나 환자 선별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해당 연구는 <Biosensors and Bioelectronics>에 게재됐습니다. 

 

혈관 속 떠다니는 백혈구 붙잡는다

미세 유체 칩의 원리. 출처: UNIST
미세 유체 칩의 원리. 출처: UNIST

연구팀은 면역세포(백혈구)가 감염이 발생된 부위로 이동하기 위해 혈관 내벽을 통과(혈관외유출)하는 과정에서 혈관 내벽에 붙는 현상을 모방했습니다. 개발한 칩의 유체 관 벽면에는 감염 시 혈관 내피세포가 발현하는 단백질이 코팅돼 있습니다. 이 단백질은 혈액 속을 떠다니는 백혈구를 붙잡는 역할을 합니다. 환자의 백혈구 표면에서도 혈관 내벽 단백질과 짝을 이루는 단백질 발현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백혈구의 비율이 높아집니다. 이 때문에 환자의 혈액을 미세 유체 관에 흘렸을 경우, 유체 관 벽면에 달라붙는 백혈구 숫자가 건강한 사람에 비해 훨씬 많습니다.

백혈구 미세 유체 칩에 부착되는 현상. 출처: UNIST
백혈구 미세 유체 칩에 부착되는 현상. 출처: UNIST

제1저자인 권세용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연구교수는 "감염시 혈관 내벽 세포의 특정 단백질의 발현량이 증가 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지만, 백혈구 표면의 단백질 발현량 증가와 그 단백질을 발현 하는 백혈구 비율의 증가는 이번 연구로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감염 시간, 감염원 종류에 따른 검사 결과 및 명시야(brightfield) 결과. 출처: UNIST
감염 시간, 감염원 종류에 따른 검사 결과 및 명시야(brightfield) 결과. 출처: UNIST

공동 1저자인 아만졸 커마쉐브 (Amanzhol Kurmashev) 연구원은 "면역반응은 원인균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세균, 바이러스 감염여부 진단에 쓸 수 있고, 감염병 뿐만 아니라 암 조기 진단에도 응용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세 유체 칩을 이용해 실험하고 있다. 소형 광학현미경으로 쉽게 감염 여부를  판독 할 수 있다. 출처: UNIST
미세 유체 칩을 이용해 실험하고 있다. 소형 광학현미경으로 쉽게 감염 여부를 판독 할 수 있다. 출처: UNIST

연구팀은 항생제 저항성 세균에 감염된 쥐로 개발된 미세 유체 칩의 성능을 테스트했습니다. 감염된 쥐의 혈액 한 방울 (50마이크로 리터)을 미세유체 소자에 흘려주었을 때 감염되지 않는 쥐보다 더 많은 양의 백혈구가 유체 관 벽면에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감염 된지 1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초기에도 정상쥐와 비교해 더 많은 양의 백혈구가 붙어 있었다. 감염 환자 조기 선별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모세혈관은 얇아서 한 번에 하나의 백혈구만 통과할 수 있지요! 출처: 포토리아
모세혈관 속 백혈구 모습. 출처: 포토리아

강주헌 교수는 "기존의 혈액배양이나 PCR검사 방법보다 더 빠른 시간 안에 진단 결과를 알 수 있고, 진단에 필요한 광학현미경도 이미지 확대에 필요한 배율이 낮아 스마트폰에 장착이 가능한 수준"이라며 "궁극적으로 5~10분 내에 감염여부를 진단하는 저렴한 휴대용 진단 시스템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검사법 

DNA 중합효소(Polymerase)를 이용하여 DNA(염기서열)의 양을 증폭시켜 병원균 감염여부를 검사는 방법입니다. 병원균이 갖고 있는 특정 염기서열을 찾아내 감염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단, 검사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는 이어 "인체에도 동일한 면역 시스템이 있고, 인간의 백혈구는 실험에 사용된 쥐보다 수천 배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며 "병원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환자를 선별하는 임상 연구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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