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
금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
  • 함예솔
  • 승인 2020.10.29 16:40
  • 조회수 7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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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금성 대기에서 포스핀(phosphine)이 발견됐다는 논문이 <Nature Astronomy>에 게재됐습니다. 이는 생명체의 잠재적인 징후일 수 있기 때문에 주목 받았는데요. 포스핀 분자가 지구상에서는 살아있는 생물들에 의해서만 생성되기 때문이었습니다. 포스핀 가스는 고약하고 독성이 강한 기체이지만 일부 동물들의 장에서 사는 박테리아 뿐만 아니라 부패되고 있는 하수나 늪지대 같이 산소가 부족한 곳에서 살고있는 박테리아에 의해 생성된다고 합니다. 

 

우주에서 포스핀은 주로 거대 가스행성의 대기에 존재하는데요. 세 개의 수소원자와 인 원자를 결합하기 위한 엄청난 압력이 있기 때문에 화학적으로 포스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금성에 그것이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없습니다. 알려진 어떤 화학적 과정도 금성에서 포스핀이 생성되는 걸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단 하나의 가설은 지구에 존재하는 포스핀이 대부분 생물체에 의해 만들어진 것처럼, 금성에도 살아 있는 유기체가 존재한다면 포스핀이 존재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금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생각을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웠기에 연구원들은 번개, 화산, 심지어 운석을 통해 운반된 건 아닌지 등 모든 가능성을 조사했습니다. 각각의 공급원에서 검출된 포스핀의 양을 모델링해봤지만, 연구진들이 금성 대기에서 관측해낸 양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했습니다. 이에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언급된 것이죠.

금성 대기에서 포스핀(phosphine)이 발견됐다. 출처: AdobeStock
금성 대기에서 포스핀(phosphine)이 발견됐다. 출처: AdobeStock

그런데 영국의 천문학자인 제인 그리브스(Jane Greaves)가 이끄는 연구팀은 그들이 금성에서 발견한 포스핀이 '생명체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여전히 일부 과학자들은 이 설명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그럼, 금성 대기에서 포스핀을 발견한 연구팀의 주장처럼, 만약 정말로 금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지옥 같은 환경의 금성에서 생명체가 나타날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의 지질학자이자 화성에서 생명체를 찾는 'Mars 2020' 미션에 참여해 NASA와 협력하고 있는 마틴 본 크레넨동크(Martin Van Kranendonk) 교수가 <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바에 따르면 지구에서 생명체의 기원을 찾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마리를 준다고 합니다.

 

생명체 형성에 필요한 재료를 먼저 알아야겠죠? 지구에서 생명체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생명체가 형성되는데 필요한 주요 성분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을텐데요.

금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뜨거운 지표를 가지고 있다
금성은 태양계에서 지표면이 가장 뜨겁다

안타깝게도 지구 생명체의 기원에 대한 세부 요소들은 아직도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다만 여러 개의 경쟁 관계에 놓인 이론들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론은 생명체에 필수적으로 간주되는 일반적인 환경 조건들을 포함합니다. 바로 액체상태의 물, 온화한 기온, 분자를 농축하는 과정, 복잡한 자연 환경, 미량 금속이 필수 요소에 속하는 것들이죠. 

 

액체 상태의 물
물은 생명체에 필요한 분자를 용해하고 화학반응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잠재적으로 생명체가 살 수 있도록 해주는 다른 용매(메탄 등)들도 제안돼 왔지만 물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하네요. 이는 다양한 범위의 다른 분자들을 옹해시킬 수 있고 우주 전역에서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온화한 기온
122℃ 이상의 온도는 대부분 복잡한 생체분자를 파괴합니다. 이는 결국 극도로 더운 환경에서는 탄소를 기반으로 한 생명체가 형성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입니다. 


분자를 농축하는 과정
생명체의 기원은 많은 양의 생체분자를 필요로 했을 것입니다. 이 때문에 광물 표면에 흡수되거나 증발되는 등 주변 환경으로 희석된 유기물들을 농축하는 과정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복잡한 자연 환경
생명체가 시작되려면 다양한 조건(온도, pH, 염분 농도)에서 화학적 복잡성을 일으킬 수 있는 자연 환경이 있어야 합니다. 생명체 자체가 엄청나게 복잡하기 때문에 가장 원시적인 버전이라도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복잡한 환경이 필요했을 겁니다. 


미량 금속
생체 분자의 형성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물과 암석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축적된 다양한 미량 금속이 필요할 겁니다. 

이러한 것들이 생명체에 필요한 조건이라면, 금성에서 생물체가 형성될 가능성이 정말 있는 걸까요? 아마도 오늘날 금성의 모습을 보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오늘날 금성 표면에 생명체가 형성될 가능성은 낮은데요. 평균 표면 온도가 400℃ 이상이면 지표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 열기는 대부분의 생체 분자를 파괴합니다. 그러나 금성의 비교적 온화한 초고층대기에서는 물방울이 형성될 수 있을 만큼 온도가 충분히 낮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생명체의 형성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DNA와 같은 분자는 산성 환경에서 급속히 파괴됩니다. 또한 금성의 대기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속 생체 분자는 지표에서 역시 파괴됩니다. 생체 분자가 농축될 수 있는 대기 표면이나 광물 결정이 없다면, 생명체가 만들어지기 위한 어떤 화학 요소도 살아남기 힘듭니다.

 

금성에 생명체 있을 가능성

 

하지만 그럼에도 만약 금성 대기에서 관측된 포스핀이 정말로 금성에 생명체가 있다는 징후라면, 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금성 초고층 대기에 생명체 있을까? 출처:AdobeStock
금성 초고층 대기에 생명체 있을까? 출처:AdobeStock

이에 대해 마틴 본 크레넨동크 교수는 금성이 현재와 매우 다른 상태였을 때, 형성됐을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초기 금성에 대한 모델링을 보면, 당시 금성은 지구와 매우 유사한 모습이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온화한 기후 때문에 물로 이뤄진 호수와 심지어 바다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하지만 이는 탈주온실효과(runaway greenhouse effect)가 오늘날 뜨거운 지옥을 방불케 하는 금성의 모습으로 바꿔 놓기 전이었습니다. 

 

만약 그 당시 생명체가 형성됐다면 생명체는 구름 속으로 펴지도록 적응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 후 극심한 기후 변화로 인해 바다가 모두 증발돼 사라지고 지표에 살고 있던 모든 생명체들이 죽게 되면서 어쩌면 구름 속에 있던 미생물들이 금성 생명체의 마지막 전초기지가 됐을지도 모릅니다. 

한 때 지구 같은 모습이었을지 모르는 금성. 출처: NASA
한 때 지구 같은 모습이었을지 모르는 금성. 출처: NASA

또 다른 가능성은 그 생명체가 지구로부터 왔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내태양계(inner solar system)에 있는 행성들은 과거에 물질을 교환했다고 하는데요. 행성에 유성체가 충돌할 때 행성의 암석들을 우주로 날려보내기도 했습니다. 때때로 다른 행성의 궤도와 교차할 때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만약 어느 시점에서 지구와 금성 사이에서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했다면 지구로부터 날아간 암석에는 금성의 산성이 강한 구름에 적응할 수 있는 미생물이 들어있었을지 모릅니다. 이는 지구의 내산성 박테리아(acid-resistant bacteria)와 유사할지도 모르겠네요. 또 다른 가능성은 기온이 400℃에 달하는 금성 표면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진짜 외계생명체가 만들어져 오늘날까지 그곳에 생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거의 모든 복잡한 탄소 분자가 극한의 온도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아마도 이 외계생명체가 탄소 기반은 아닐 겁니다. 

 

비록 탄소 기반 생명체가 지구상에서 포스핀을 생산하지만 탄소 기반 생명체만이 포스핀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따라서 만약 금성에 진짜 외계생명체가 존재한다고 해도 이는 여전히 생명체의 징후로 인식할 수 있는 포스핀 분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죠. 지각의 형성 과정과 판구조론, 지구 초기 생명체의 증거와 같은 초기 지구를 연구하는 마틴 본 크레넨동크 교수는 금성에 생명체가 있는지 혹은 존재했었는지 알아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더 많은 미션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칼 세이건의 말을 인용했는데요. "특별한 주장에는 특별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이죠. 

태양계. 출처: NASA
태양계. 출처: NASA

다행히 NASA에서는 다음 행성 탐사 자금지원을 위한 4가지 제안 중 두 개는 금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에는 금성의 표면을 지도화하기 위한 궤도선 베리타스(VERITAS) 탐사선과 금성 대기를 낙하하며 다른 대기층을 샘플링하기 위해 고안된 다빈치(DAVINCI+)가 포함됩니다. 금성엔 정말 생명체가 있을까요?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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